유튜브 '묻지마 폭로' 광풍

서울문화사 2021. 12. 15.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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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의 뒷얘기를 폭로하는 '이슈 유튜버'들이 판을 친다.

돈벌이에 혈안이 돼 있는 ‘사이버 레커’

월간 평균 사용 시간 39시간. TV가 아니라 유튜브 얘기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올해 상반기 사용 시간 기준 1위를 차지한 애플리케이션이기도 하다.

시장이 커지면서, 화제성을 얻기 위한 자극적인 영상도 늘어나고 있다. 연예인들의 뒷얘기를 폭로하는 ‘이슈 유튜버’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실명을 언급하는 것은 물론, 논란이나 카더라 통신들을 확인도 없이 고스란히 전달하며 조회 수 올리기에 혈안이 돼 있다.

방송인 A씨 사건이 대표적이다. 지난 10월 27일 유튜브에서 연예인들의 뒷얘기를 전하는 K 채널에는 A씨 아내 관련 사건 영상이 올라왔다. 내용은 지난 2019년 경찰 수사가 진행됐던 사안이었는데, 유명 방송인 A씨의 아내이자 방송에도 여러 차례 출연해 얼굴이 알려졌던 B씨가 협박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B씨는 분명 피해자였지만, K 채널에서는 실명이 그대로 공개됐다.

‘A 아내 B, 호스트 선수에게 협박당한 사건(feat.여러 논란)’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K 유튜버는 “A씨의 아내 B씨가 과거 호스트바를 드나들었고, 이후 B씨가 방송에 나오는 것을 보고 A씨의 아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호스트바에서 일하던 30대 남성이 B씨를 상대로 돈을 달라고 협박을 하다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라고 전했다.

방송 내내 B씨를 불법을 저지른 인물처럼 묘사한 K 유튜버. 유튜브 세상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지난해 11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1, #2, #3 등으로 부채널을 확장해가며 운영했다. 그동안 여러 연예인의 사건과 실명을 공개해 1억 건에 달하는 누적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돈을 벌기 위해 별도의 구독 채널도 운영했다. 매달 수천원을 내면, 구독한 이들만 볼 수 있는 연예인 폭로 영상도 올렸다.

나무위키나 기존의 기사에서 익명으로 처리된 내용을 다시 읽는 경우도 많았지만, 문제는 실명은 물론 사진을 고스란히 공개했다는 점이었다. 모자이크 처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방송인 A씨와 아내 B씨 사건도 유사했다. 모자이크 처리되지 않은 사진이 영상 속에 떡하니 등장했는데, 이 내용을 전하며 K 유튜버는 “얼마 전 한 통의 제보 메일을 받았다. 이 메일에는 영상 하나가 첨부돼 있었다”며 신빙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사실 이번 B씨 사건은 과거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하지만 피해자이기 때문에 언론사들은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다. K 유튜버는 이를 그대로 공개함과 동시에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구체적인 내용들도 언급했다. 파급력은 엄청났다. 영상은 11월 5일 기준 80만 회 가까이 재생됐다. 문제는 해당 유튜버가 A씨 외에도 수많은 방송인의 뒷얘기를 실명으로 그대로 전달했다는 점에 있다.

K 유튜버가 다룬 박해미 씨 케이스도 비슷한 경우다. 박해미의 재혼 등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과거를 폭로한 영상 조회 수는 80만 회에 육박했다. 댓글은 2,000여 개가 넘게 작성됐다. 박해미 씨는 임 아무개 씨와 결혼 6년 만인 1994년 이혼했고, 2018년 전남편 황 씨가 음주 운전 사고를 내면서 이혼한 바 있다.

문제는 박 씨가 잘못한 게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박 씨에 대해 ‘살인범의 전 아내’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붙이며 화제를 끌려 했다는 점이다. 이에 박해미 씨는 해당 유튜버를 고소했고, 구글을 비롯한 유튜브 측에 항의했다. 결국 K 유튜버의 계정은 모두 사라졌다.

박해미 측 관계자는 한 언론에 “해당 유튜버에 대한 고소를 준비하면서 다른 이들로부터 고소당한 사실이 여럿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유튜브에서 부문별하게 이어지는 가짜 뉴스, 거짓 폭로 등과 관련해 정부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하나 잡는다고 없어질까? 계속되는 폭로전

문제는 이런 폭로 성격의 유튜버들이 성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논란으로 계정이 폭파됐지만, 해당 유튜버는 현재 다른 서브 계정으로 폭로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 유튜버 외에도 이처럼 논란이 터지면 실명을 그대로 언급하면서 ‘조회 수’를 올리려고 혈안이 된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처럼 돈벌이에 혈안이 된 이들을 ‘사이버 레커(교통사고 현장에 잽싸게 달려가는 견인차처럼 온라인 공간에서 이슈가 생길 때마다 재빨리 짜깁기한 영상을 만들어 조회 수를 올리는 이슈 유튜버를 조롱하는 말)’라고 부르는데, 이들에 대한 대책과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관련 변론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언론은 자체적인 데스킹 시스템이라도 있지만, 유튜브에서는 이를 1~2명의 유튜버가 자체적으로 판단하다 보니 잘못되거나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유포하는데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명예훼손 사건에 정통한 검사 출신 변호사 역시 “사실만 언급하더라도 유튜브처럼 공공연한 곳에 ‘명예를 훼손시킬 목적’으로 영상을 올렸다고 하면 처벌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에디터 : 하은정 | 취재 : 서환한(프리랜서)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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