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여성 전문가 DB 구축'.. 부산일보, 취재원 성별 균형 노력

박지은, 강아영 기자 입력 2021. 12. 15. 00:10 수정 2021. 12. 15.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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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목소리가 뉴스가 될까] 세상의 목소리 반영하려는 국내 뉴스룸의 노력들

“요즘 쇼 프로들도 이렇지는 않아요. 2030 청년의 얘기를 듣는다고 하는데 패널 5명 중 4명이 남성인 것. 아주 상징적인 문제를 보여준다고 생각하고요….”

청년 세대의 대선 민심을 주제로 지난달 16일 방영된 MBC ‘100분토론’에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토론자 성별 구성을 문제제기하며 한 말이다. 이날 토론자 5명 중 여성은 장 의원 한 명뿐이었다. 100분토론 제작진이 패널 성비 구성에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닌 듯했다. 진행자인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는 “성별 배정을 하려고 다른 여성 의원들께도 많이 접촉을 했다. 근데 허락을 못 받아서 이렇게 된 결과라는 점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남성의 목소리만 담긴 뉴스에 대해 지적하면 흔히 “노력했지만, 섭외가 어려웠다”는 말이 돌아오곤 한다. 기자들 또한 여성 전문가 발굴의 필요성은 절감하지만, 마감에 쫓겨 말 잘해주는 취재원에게 전화하는 게 현실이다.

“조금 힘든 길이더라도” 기사 내 성별 균형을 맞추고, 여성 전문가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등 사회의 다양성을 뉴스에 반영하기 위한 언론사들의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실험들은 한겨레, 부산일보 등 젠더 전담 조직이 신설된 언론사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19년 12월 당시 젠더데스크를 맡고 있던 임지선 기자의 제안으로 시작된 한겨레의 ‘여성 전문가 DB 구축’ 작업은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한겨레 100여명의 기자들이 동참해 지금까지 10개 분야의 여성 전문가 300여명이 모아졌다. “DB 특성상 여성 전문가 수도 중요하지만 죽지 않고 살아있는 정보가 되려면 계속 최신 정보로 갱신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임 기자는 말했다.

한겨레의 여성 전문가 DB 활용은 아직 초기 단계라 실제 보도에서 여성 전문가 인용이나 여성 필진의 비율이 확연히 늘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코멘트를 인용할 여성 전문가를 찾거나 기고를 의뢰할 때 여성 전문가 DB에 대해 문의를 해오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지난해 11월 젠더데스크가 신설된 부산일보에서도 취재원 성별 균형을 맞추려는 내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부서를 넘어 기자들이 채팅방을 통해 여성 전문가를 문의하면 정보를 공유하는 식이다. 그렇게 부산일보 기자 단체 채팅방에는 자연스럽게 여성 전문가 데이터가 쌓이는 중이다.

이는 올해 1월 신년 기획에 인용된 사람들 모두 남성으로 채워진 지면을 본 김효정 젠더데스크가 취재원 성별 불균형에 대해 끊임없이 공론화한 결과다. 김 데스크는 “기자들과 토론을 하며 여성 전문가 DB 구축이 꼭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부서별로 어떤 기획을 하는지 잘 모르고 있었는데 이제는 적극적으로 단톡방에 어떤 기획을 준비하고 있는지 올리고, 해당 주제와 관련해 기자가 알고 있는 여성 전문가를 공유해 주는 것부터 시작을 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출연진 성별을 50대50으로 맞추는 BBC의 ‘50:50 프로젝트’, 미디어 출연 경험이 없는 여성 전문가를 대상으로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제공하는 블룸버그의 ‘여성 전문가 미디어 트레이닝 프로그램’ 등. 젠더 균형을 갖춘 콘텐츠 제작을 위한 실험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해외 매체에 비해 국내 언론사의 변화는 여전히 더딘 상태다.

여성 전문가 DB 구축을 제안한 임지선 기자는 내부 구성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강조했다. 그는 “누가 주체가 되어 이 DB를 관리해나갈 것인지 정하는 것도 숙제”라며 “세계신문협회 위민인뉴스가 낸 ‘미디어를 위한 젠더 균형’ 가이드나 미국 ‘쉬소스’(우먼스미디어센터에서 운영하는 여성 전문가 DB) 등을 보며 이번 시도가 의미 있었다고 본다. 국내 뉴스룸 리더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실험하고 실행해 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떻게 조사했나 10개 일간지, 9개 방송사 기사 수집·분석

기자협회보는 발언 빅데이터 분석 업체 ‘스피치로그’에 의뢰해 지난 2019년 1월부터 2021년 6월까지 2년 반 동안의 기사를 수집했다. 언론사와 분야(정치·경제·사회·문화·국제), 기사제목, 보도일자, 발언자와 발언 내용, 핵심 단어를 기사에서 추출했고 이를 토대로 분야별, 시기별, 언론사별 가장 많이 인용된 인물 등을 분석했다.

데이터를 수집한 언론사는 경향신문 국민일보 내일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 한국일보 10개 종합일간지와 KBS MBC SBS YTN 연합뉴스TV 채널A JTBC MBN TV조선 9개 방송사다.
다만 기술적 한계로 한국일보(2020년 3월11일부터) JTBC(2020년 10월11일부터) 연합뉴스TV·채널A·MBN(2020년 12월9일부터) TV조선(2020년 12월21일부터) 6개 언론사는 스피치로그에서 보유한 기간의 데이터만을 사용해 분석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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