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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부터 수시로 먹통인데…방역당국 "미리 QR코드 받아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4일 점심시간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방역패스 확인을 위한 'QR코드' 가 작동하지 않는 모습. 연합뉴스

14일 점심시간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방역패스 확인을 위한 'QR코드' 가 작동하지 않는 모습. 연합뉴스

“제가 입장했을 때는 방역패스 인증에 별문제가 없었는데 5분 늦게 온 지인은 인증을 못 했어요.”

14일 오전 11시 40분쯤 서울 중구의 한 식당. 방역패스가 전날(13일)에 이어 또 먹통되면서 혼란이 빚어졌다. 직장인 정모(35)씨 일행은 5분전 카카오·네이버를 통해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인증을 마치고 자리를 잡았으나 늦게 온 지인은 방역패스 창이 열리지 않았다. 지인의 휴대전화에 문제가 있나 싶어 먼저 도착한 정씨 일행이 다시 네이버와 카카오, 쿠브(COOV·질병관리청 전자예방접종증명서) 앱까지 들어가 봤지만 모두 먹통이었다. ‘흰색 화면’만 떴다고 했다.

같은 시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 방문했던 직장인 강모(31)씨도 방역패스 인증에 실패했다. 강씨는 “평소 쓰던 네이버의 ‘QR 체크인(전자출입명부)’을 클릭하니 계속 ‘데이터를 불러오지 못했습니다’라는 메시지만 떴다”고 설명했다. QR체크인은 접종력 증명에도 쓰인다. 그는 “식당 주인이 손님 응대로 바빠 추가 안내가 없었다”며 “하는 수 없이 이전에 하던 대로 안심콜 인증만 하고 자리를 잡았다”고 덧붙였다.

원칙대로라면 안심콜로만 출입하는 건 방역수칙 위반에 해당한다. 쿠브앱 등을 통해 백신 접종 완료나 음성 확인서를 별도로 확인받아야 한다. 식당 측은 이런 경우 ‘구두’로라도 접종력을 물었어야 했다.

다중이용시설 방역패스 의무화 둘째 날인 14일 또다시 방역패스 시스템 일부가 먹통되면서 혼선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11시만 해도 질병관리청은 전날의 시스템 접속 장애를 사과하며 (앞으론) 원활히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1시간도 되지 않아 또다시 먹통 사태가 재현됐다. 질병청은 서버 접속 문제가 발생한 직후 “네이버 외에 쿠브나 카카오 앱은 정상작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이용자들은 다른 앱에서도 접속 지연 현상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방역패스는 이날 낮 12시 19분부터 정상화되기 시작했다. 저녁시간대엔 다행히 문제 없었다.

이틀째 먹통 현상…접속량 폭증이 원인

'방역패스'가 본격 시행된지 이틀째인 14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네이버 등 QR코드 시스템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 [박건 기자]

'방역패스'가 본격 시행된지 이틀째인 14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네이버 등 QR코드 시스템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 [박건 기자]

이틀 동안 서버 먹통이 일어난 원인으로는 접속량 폭증에 따른 과부하가 꼽힌다. 질병청은 이날 “방역패스의 경우 그동안 사용량을 토대로 서버 증설 등 사전 조치를 했다”면서 “하지만 계도기간의 종료와 함께 예상보다 접속량이 폭증하면서 발급이 원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전날의 경우 질병청 서버 과부하 문제였으나 이날 점심시간대 일부 장애는 (QR체크인을 제공하는) 해당 플랫폼 사의 과부하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특히 그동안 방역패스 앱을 사용하지 않던 이들이 처음 사용하다 보니 사전 인증 과정에서 트래픽이 몰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쿠브 앱을 처음 설치해 들어가는 경우 사전 절차가 필요하다. 휴대폰이나 금융인증서를 이용해 본인임을 확인해야 한다. 예방접종 내역을 불러와 접종증명서 발급도 진행해야 한다. 당국은 이 사전 단계를 미리 해놓지 않은 이들이 몰리면서 서버가 감당을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당국은 각각의 앱에서 미리 본인인증을 한 후 예방접종증명서를 발급받아 놓을 경우 접속이 보다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고재영 질병관리청 대변인은 “‘미리 발급받아 놓는다’는 의미가 QR코드를 미리 캡쳐해둔 다음 사용할 수 있다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6월 얀센 이후 수시로 먹통...전문가 “준비 부족”

7월 12일 0시부터 만 55~59세(1962~1966년 출생자)를 위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전예약이 시작된 가운데 새벽 시간부터 또다시 예약시스템이 '먹통'이 돼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연합뉴스

7월 12일 0시부터 만 55~59세(1962~1966년 출생자)를 위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전예약이 시작된 가운데 새벽 시간부터 또다시 예약시스템이 '먹통'이 돼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 사이에선 질병청의 대응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버 먹통 사태가 발생한 건 이번 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50대 연령층의 백신 접종 사전예약 때가 대표적이다. 사이트 접속이 아예 안 돼 연령별로 대상자를 분산하고 클라우드를 증설하느라 수일 동안 진통을 겪었다. 6월 얀센 백신 접종때 어려움을 겪고도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이밖에 돌봄교사 예약 때 등 여러차례 불편이 이어지기도 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저번에 한번 홍역을 앓았는데도 또다시 문제가 생긴 건 무사안일한 태도 때문”이라며 “점심시간 피크 타임을 생각하고 최악의 경우까지 가정하고 시스템을 설계해야 했는데 준비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결국 서버 증량이 중요한데 당장 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KT가 다른 업체들의 도움을 받아 트래픽을 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대비를 잘 못 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도 “사람이 얼마나 몰릴지 예측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클라우드 자원의 용량을 늘리면 기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데 하룻밤 만에 뚝딱 깔끔하게 해결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조급하게 하다 보면 임시방편으로 그칠 수 있어 좀 기다려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방역당국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접속 문제로 생긴 방역패스 미확인 사례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전면 미적용이 아닌 전산 장애가 있어 확인이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 정부가 파악한 장애 발생 시간대 이후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때엔 방역패스를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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