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진심인 사람들’ 왜 뭉쳤을까?

고영훈 유진사 회장 인터뷰

기사승인 2021-12-14 06: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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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진심인 사람들’ 왜 뭉쳤을까?
고영훈 유진사 회장. 유진사
유튜브용 영상을 공유하는 자를 가리켜 ‘크리에이터’ 혹은 ‘유튜버’라고 부른다. 이전보다 흔하고 누구나 도전할 수 있어서 때론 가벼운 직업으로 비치곤 한다. 그러나 엄연히 생태계가 있고 일원인 창작가들이 존재한다. 그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 ‘유튜브에 진심인 사람들’, 줄여서 ‘유진사’다.

유튜버로 구성된, 유튜버를 위한 비영리 단체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곤 고개를 갸웃했다. 동종업계 종사자들이 왜 한 자리에 모인 걸까. ‘크리에이터 권익보호와 소속감 고취’라는 창단 목적도 흥미로웠다. 이야기를 듣고 싶어 13일 오전 서울 왕십리 카페에서 고영훈 유진사 회장을 만났다. 회원이자 현직 뷰티크리에이터 미아(채널명 ‘메이드인미아’)가 동석했다.

SNS 소통창구가 지금의 ‘유진사’로

크리에이터는 기획·제작, 편집 등 모든 작업을 혼자 한다. 일에 쫓겨 홀로 지내는 시간이 많다보니 크리에이터들끼리 소통할 기회가 적다. 활동을 하면 소속사(MCN)가 붙는다. 이러면 영상제작에 집중할 수 있지만 작업반경이 좁고 수수료를 내야하는 단점이 있다. 소속사가 생기는 대신 나만의 일터를 잃는 셈. 미아는 “모든 비즈니스 컨트롤을 MCN이 한다”며 “영상 개입이 적은 대신 수수료도 상당하고 원하는 일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두 가지 갈증을 호소하는 유튜버들이 SNS로 모였고 자연스럽게 ‘협회 창단’이라는 불씨를 당겼다.

고 회장은 “소통을 하면서 자유로운 환경에서 현실적인 도움을 주는 단체가 없었다”면서 “SNS에서 만난 유튜버들끼리 뭔가를 해보자고 상의한 끝에 유진사를 창단했다”고 설명했다.

유진사는 지난달 11일 출범했다. 회원은 고 회장을 포함해 22명이다. 모두 경력이 적어도 2~3년인 전·현직 크리에이터다. 현재도 회원을 모으고 있다. 대신 가입 조건이 있다. 구독자가 1000명 이상이어야 한다.

고 회장은 “채널을 만들고 운영하며 구독자를 1000명 모으는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그 정도는 기본으로 해야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크리에이터 미아는 “진심으로 유튜브를 고민해왔다고 할 수 있는 사람과 협회를 운영하고 싶어 최소 기준을 잡았다”고 밝혔다.

유튜버로 사는 하루는 상상 이상으로 치열했다. 일주일에 콘텐츠 한 건을 올리려고 해도 끊임없는 두뇌회전이 필요하다. 영상이 부족하면 추가해서 찍고, 편집이 부족하면 PC를 다시 켜야 한다. 그래서 앉아있는 시간이 길다. 새벽까지 편집하고 동이 트면 쪽잠을 자는 게 일상이다. 

크리에이터 미아는 “쉴 틈이 없다는 게 일을 계속 하진 않아도 머리가 쉴 수 없다”며 “영상이 나오려면 촬영과 편집을 서둘러야 하는데 하루나 이틀, 길게는 일주일까지 가는 경우도 있지만 이게 끝나려면 기획이 끝나야한다”며 “그러려면 머리가 계속 돌아야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고 회장은 “(일에) 공과 사가 없고 퇴근 없이 계속 생활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SNS 클럽도 새벽에 열린다”며 “내 생활이 많진 않지만 내 채널을 운영하니까 삶의 만족도는 높은 거 같다”며 웃었다.
‘유튜브에 진심인 사람들’ 왜 뭉쳤을까?
유진사 회원 명함. 유진사는 회원 크리에이터들의 정체성을 명함에 표현했다. 유진사

“길 헤매는 크리에이터 등대 되고파”

유진사는 이러한 크리에이터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플랜을 구상 중이다. 계도기간(11~12월)을 지나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프로필이나 명함, 기획서 작성, 편집 등 크리에이터 입문자를 위한 지식을 전수하고 기회가 닿으면 오리지널 콘텐츠도 함께 제작할 예정이다.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은 결국 오리지널 콘텐츠라는 게 협회 지론이다.

고 회장은 “최근 사례를 보면 콘텐츠가 플랫폼에 갇히지 않고 다양하게 퍼지는 걸 볼 수 있다”며 “유튜브 콘텐츠도 OTT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가진 크리에이터와 아닌 크리에이터로 영역이 구분되지 않을까”라며 “협회도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들고자한다”고 말했다.

고 회장은 또 “크리에이터가 길을 헤맬 때 등대와 같은 느낌으로 가면 좋지 않을까”라며 “협회가 ‘멘토’로서 역할을 하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도움이 되길 소망 한다”고 밝혔다.

크리에이터 미아는 “크리에이터 니즈가 워낙 다양해 그걸 고민하는 시기”라며 “전문적이라기보다는 정말 필요한 내용을 가르치고 체계가 잡히면 콘텐츠 제작도 시도해보는 새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 한다”고 말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