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이광형의 KAIST, 美 뉴욕에 글로벌 캠퍼스 만든다

강민구 2021. 12. 1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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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미국 뉴욕에 글로벌 캠퍼스 구축 계획 발표
미국 지원 받아 설립된 학교가 반세기만에 본고장으로
한인 교포 배희남 회장 1만평 규모 부지·건물 제공키로
기업·학생 현지로 보내고, 현지서 새로운 학과도 신설
IT기업, 명문대와 협력도 탄력..전 세계 경제 중심지로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반세기 전 미국의 지원을 받아 설립됐던 ‘작은 학교’가 발전을 거듭해 미국의 경제·문화 수도에 둥지를 마련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긴급 기자간담회를 통해 미국 뉴욕에 글로벌 캠퍼스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10일 발표했다. KAIST는 국내에 △대덕캠퍼스, 문지캠퍼스(대전) △홍릉, 도곡캠퍼스(서울)를 설립했고, 평택캠퍼스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중경이공대와 협력해 국제 교육협력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아프리카 케냐에는 KAIST를 벤치마킹한 과학기술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뉴욕 캠퍼스 건립은 중국이나 아프리카 등 외부 요청이 아니라 학교 의지로 글로벌 경제·문화의 중심지에 본교 수준의 캠퍼스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KAIST가 1971년 미국 국제개발처(USAID)에서 600만 달러의 차관을 바탕으로 개교했다는 점을 돌아보면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준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도 뉴욕에 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나스닥을 비롯해 미국 주요 증권회사, 거래소가 밀집해 있어 학생뿐 아니라 기업인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교두보도 될 수 있다. AI(인공지능)전문가를 채용하거나 관련 기업들과 협력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광형 KAIST 총장(왼쪽)이 배희남 Big 투자그룹 회장(오른쪽)과 KAIST 뉴욕 캠퍼스 설립 양해각서를 서명하고 있다.(사진=KAIST)

한인 교포 배희남 회장, 부지와 건물 제공

뉴욕 캠퍼스 설립은 이광형 KAIST 총장과 배희남 Big 투자그룹 회장 작품이다. 이 총장은 올해 50주년을 맞은 KAIST가 미국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과 경쟁하는 세계 일류대학으로 도약하려면 학생들이 꿈을 크게 갖고, 세계 무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실력보다 글로벌 감각을 키울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이 총장의 비전에 배 회장이 공감하면서 뉴욕캠퍼스 구축이 급물살을 탔다. 배 회장은 1981년 미국에 와서 1995년부터 부동산에 투자해 성공한 한인 교포다. 그는 뉴욕에 있는 1만평 상당의 부지와 건물을 학교에 제공하기로 했다. 뉴욕에 있는 명문대인 컬럼비아대, 뉴욕대 등이 상대적으로 이공계열이 약하다는 점, 세계의 경제·문화 수도라는 점도 고려됐다. 학생은 물론 기업체 임직원들이 현지 AI 등 IT 관련 기업과의 협업하고, 지리적 여건으로 어려웠던 우수 교원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총장은 “뉴욕이 전 세계 수도로 경제, 문화의 중심이고 보스턴과 밀접해 바이오산업에 중요한 거점을 마련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뉴욕에서 문화기술, 인공지능, 금융 분야에서 KAIST가 두각을 보일 수 있다고 봤다”고 언급했다.

형태 어떻게? 본교 학생 보내고, 현지 학생 뽑을 계획

뉴욕 캠퍼스 설립의 구체적인 형태, 구축 시기는 학교 이사회에서 논의한 뒤 결정된다. 현재로선 복수의 본교 캠퍼스 형태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법에 따라 학교를 설립하고, 여기에 KAIST 교육 철학, 운영방식 등을 넣는 형태다.

대상은 한국에서는 재학생, 기업인이며, 미국에서는 현지 학생들이다. KAIST 재학생들이 교환학생, 연구, 해외 인턴십 등을 위해 현지에 파견되고, 국내 기업들이 현지 캠퍼스에 입주해 미국 시장 진출 기회를 모색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미국법에 따라 현지 학생들도 새로 뽑는다. 기존에 없거나 인류적으로 필요한 학과 신설이 추진된다. 미국에서 학생들을 뽑아 미국에서 교육하는 방식이다.

이 총장은 “연세대가 인천 송도에 캠퍼스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한국 학생을 뽑아 한국에서 교육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며 “본교 학생들을 데리고 와서 교육하지 않는 것과 달리 미국 현지에서 학생들을 뽑고, 본교 학생들도 현지로 보낸다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뉴욕캠퍼스 개교는 앞으로 3~5년뒤가 될 전망이다. 뉴욕주 롱아일랜드 내 캠퍼스 부지 등을 사는데 1년, 건물 보수 등에 1~2년 소요될 전망이다. 이후 운영에 필요한 추가 재원을 마련하고, 미국법에 따라 강의실, 기숙사, 연구실, 식당 등 제반 시설도 구축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이광형 총장은 “카이스트 뉴욕캠퍼스를 기업들의 미국 진출 교두보이자 학생들이 한국과 미국에서 두 개의 시야를 보며 꿈을 키우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힘줘 말했다.

강민구 (scienc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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