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확고히 전진하는 서지혜, '핫시' 스타에서 진짜 배우로

박정선 2021. 12. 12. 10:2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배우 서지혜.

반전의 주인공, 배우 서지혜(25)다.

서지혜는 최근 종영한 올레tv·시즌(seezn) 드라마 '크라임 퍼즐'을 통해 배우로서 한 발 더 전진했다. '크라임 퍼즐'은 살인을 자백한 범죄심리학자 윤계상(한승민)과 그의 전 연인이자 담당 수사관으로서 사건의 배후를 파헤치는 형사 고아성(유희)의 진실 추격 스릴러. 서지혜는 윤계상, 고아성과 동고동락하다 예기치 못한 사건을 마주한 강력계 막내 형사 박수빈을 연기했다. 주변 인물 중 하나로 보이다 무서운 반전의 주인공이 되는 수빈 캐릭터를 통해 반전 서사, 그리고 반전 연기력을 선보였다.

2017년 채널A '하트시그널'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서지혜는 이를 2018년 JTBC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웹드라마 '두텁이의 어렵지 않은 학교 생활', '삼분로망스', 2019년 MBC '월켐2라이프', 웹드라마 '라이크' 등에 출연하며 배우의 길을 밟아왔다. 그리고 '크라임 퍼즐'까지, 배우 서지혜의 가치를 차근차근 입증해 나가는 중이다.

배우 서지혜.

-반전의 주인공이다. 이렇게 큰 역할을 맡게 될 줄 알고 있었나. "몰랐다. 1회부터 5회까지 먼저 촬영에 들어가서 그 대본만 받았다. 오디션에서도 그 부분으로 봤다. 결말에 대해 아무도 알지 못했다. 물론 수빈이 반전을 줄 여지가 있다거나, 장르물이니 '아버지가 무섭다' 이런 대사를 봤을 때 뭔가를 헷갈리게 할 수 있는 정도의 인물이라고는 생각했다. 그 전까지 감독님도 저에게 '막내 형사 같은 느낌을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감독님이 나중에 불러서 '사실 수빈에게 반전이 있을 예정이다'라고 하시더라. 대본 받기 전엔 정말 몰랐다. 대본을 받고 정말 충격이었다. '그쪽' 인물일 거라는 거 정돈 생각했는데, 엔딩에서 교주를 물려받으며 끝나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살인까지 할 줄은 상상 못 했다."

-이렇게 큰 역할을 맡은 건 처음이었는데. "고정으로, 이런 큰 역할로 출연한 드라마가 처음임에도 좋은 환경에서 연기할 수 있었다. 대선배들과 함께이니 배우는 마음이었다. 거기서도 막내였기도 하고, 극 중 팀에서도 막내 역할이니까. (상대 배우와) 티키타카 하는 걸 배우면서, 참여하는 것만으로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반전 등장 전과 후 캐릭터가 완전히 달라 연기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수빈의 정체가 밝혀진 후) 방송에 나온 것보다도 대사의 수위가 더 셌다. 전혀 다른 인물로 쓰여 있었다.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감독님이 '네가 원하는 방식으로 해봤으면 한다'며 믿어주셨다. '너무 겁먹지 말고, 네가 생각하는 수빈을 잘 만들어보라'고 하셨다. 제 의견을 많이 받아들여 주셨다. 그래서 (대본) 수정을 많이 했다. 각자의 캐릭터를 잘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서로 생각해보자는 주의였다. 정말 좋은 현장을 만난 것 같다."

-수정한 부분은 무엇인가. "5회까지 찍어놓은 수빈이를 바탕으로, 이질감이 들지 않았으면 했다. 5부부터 10부까지 호칭이 아가씨였다. 제가 생각했을 때 위압감을 주거나, 지시를 내리거나, 중요한 위치에 있거나, 무서운 사람들은 굳이 욕이나 반말을 하는 게 무게감이 없어 보인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아가씨라는 호칭을 받았으니, 사람들에게 반말을 할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존댓말을 쓰면) 오히려 소름 끼치는 느낌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했다. 그리고 성필에게 '저 좋아하지 마세요' 이런 대사가 있고, 반전이 나온 후 유희에게 하는 '언니 저 너무 좋아하지 마세요' 대사의 톤을 똑같이 맞췄다. 그래야 소름 끼치는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배우 서지혜.

-가장 애정하는 장면을 꼽자면. "아이스크림 신을 가장 좋아한다. 제일 걱정하고, 부담이 컸던 장면이다. 처음 받았던 대본에서도 대사가 길었고, 제가 끌고 가는 신이었다. 살인 장면은 대사보다 액션이라서 무술감독님 지도 하에 이뤄졌는데, 아이스크림 신은 대사도 길고 동선도 길었다. 윤경호 선배와 일대일로 붙어야 하는 신인데, 제가 끌고 가야 했다.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 엄청 부담이 됐다. (윤경호의) 눈을 제대로 보고 흔들림 없이 몰입해서 견딜 수 있을까. 부담이 컸다. 감독님은 '너 하고 싶은대로 해봐라'고 하셨다. 제가 만든 걸 숙지해 촬영장에 갔고, 아무에게도 공개하지 않고 첫 테이크를 처음부터 끝까지 쭉 찍었다. 그래서 'OK'를 받았다.

-어떻게 'OK'를 받았나. 대사 수정을 많이 했다. 거기서 윤경호 선배에게 존댓말을 하는데, 아이스크림을 줄 때 '야!'라고 한다. 그 대사도 원래는 없었다. 한 번에 임팩트를 줄 수 있는 말이 뭘지 고민했다. 생각과 패기, 욕심이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까지 진짜 떨었다. 그래서 'OK'가 난 순간 정말 뿌듯했다. 윤경호 선배가 '진짜 할 말이 없게 만들었다'고 하시더라. 그 이야기를 듣는 데 정말 뿌듯했다. 엄청나게 큰 목표를 이룬 것처럼 좋았다. 배우로서 한 발 더 다가갔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대본엔 없었는데, (윤경호가) '눈물이 난다'고 하시더라. 눈물 한 방울에 정말 감사했다. 눈물 한 방울이화룡점정이었다. 촬영이 끝났을 때 수능이 끝난 날 같았다."

-악역과 어울리지 않는 인상인데. "악인 연기가 처음이다. 제가 말할 때 눈을 뚫어지게 볼 때가 있다. 무의식중에 그런 버릇이 있다. 선배들과 대화할 때 눈을 보는데, 초롱초롱한 눈에서 나쁜 말을 뱉었을 때 더 무서울 것 같다는 조언을 해주시더라. 악인 연기를 해본 적이 없었다. 연기를 전공한 것도 아니고, 연기를 대단히 배우거나 준비를 한 게 아니다. 처음엔 '내가 이 역할을 할 만큼 실력이 되는 사람일까'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실력이든 운이든 이 역할을 받았고, 이 역할에 대해 책임감 있게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찾아본 레퍼런스가 있나. "사이코패스 연기를 봤다. '콜' 전종서, '암수살인' 주지훈, 그리고 '오펀'도 봤다. 기본적인 대표작들을 봤다. 외국 작품, 한국 작품 가릴 것 없이 다 찾아봤다. 어차피 저는 그렇게 할 수도 없을 거라 생각해서, 짬 날 때 최대한 많이 보고 찾아봤다. 저는 역할은 제가 만들어가는 거라 생각해서, 상대방의 말에 좌지우지되는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의견을 많이 물어본다. 확고함만 있으면 선택지는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함께 호흡을 맞춘 선배들의 조언도 있었나. "선배들이 자신감을 많이 불어 넣어주셨다. '배우 대 배우로 만난 것이다. 눈치를 절대 보면 안 된다. 물어보고 싶은 거 있으면 하라'고 하시더라. 그 전까지 나 자신을 배우라고 선뜻 이야기하지 못했는데, 윤계상 선배가 '네가 오디션을 봤고, 네가 이 역할을 할 자격이 충분하기 때문에 된 거다. 다른 사람이 다 아니라고 해도 네가 너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한다. 너를 의심하면 안 된다'고 하셔서 마음을 단단히 먹을 수 있었다. 고아성 선배는 열정이 엄청나다. 감정신이 많고, 힘든 장면을 소화해야 하는데도 촬영장에서 후배인 저를 잘 이끌어줬다. 정말 너무 고마웠다. 선배들에게 많이 배웠다. 옆에서 계속 보고, 곁에서 계속 보고, 있는 듯없는 듯 봤다."

배우 서지혜.

-어떻게 배우가 됐나. "어렸을 때부터 배우가 꿈이었다. 동네에 하나씩 있는, 나서는 것 좋아하는 아이였다. 노래하고 춤추는 거 좋아하고, 반장하면서 이끄는 거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게 엄청 많았다. 아버지가 영화를 진짜 좋아하신다. 항상 영화를 틀어놓고 산다. 공부를 중요시하는 집안인데, 아빠가 영화를 틀어주신 게 문제였다. 어느 순간부터 배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혜정 선배의 '허브'라는 영화를 보고 아빠에게 '진짜 신기하다. 진짜처럼 연기한다'고 말했다. 그다음부터 강혜정 선배가 나온 영화를 봤다. 그때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처음으로 관심을 가졌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부모님에게 '사실은 연기를 하고 싶어요'라고 했더니 난리가 났다. 부모님은 대학 가면 포기할 거라고 생각하셨나 보다. 당시 저는 서울만 가면 다 되는 줄 알았다. 서울권 대학을 간다는 목표 하나만 두고 미술을 하다가 이과로 바꿨다."

-결국 서울로 대학을 왔다. "대학을 왔는데, 제가 원하던 세상이 아니었다. 대학 공부를 따라가느라 바빴다. 그러던 중 '하트시그널'에 나가게 됐다. 스무살 때 대학내일 표지 모델에 지원해 촬영을 하게 됐다. 그 이후 촬영 알바를 많이 했다. 방송 미팅 연락도 많이 왔는데, 거의 다 무산됐다. '하트시그널'은 학과 사무실로 연락이 왔다. 당시 비연예인이 나오는 여행 예능도 있었고, 이게 엄청나게 화제가 될 거라곤생각을 못 했다. 방송의 무게도, 형식도 모르고 겁도 없이 하게 됐다. 방송 후에 사람들이 알아보는 게 부모님은 신기하셨던 것 같다. 그래서 (배우가 돼도 좋다는) 부모님의 허락을 받았고, 그때부터 조금 더 응원을 해주셨다. 운이 좋았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나. "처음 웹드라마에 출연했다. 당시 웹드라마가 이제 막 시작된 단계여서 배우, 감독 이런 거 없이 다 같이 아이디어를 내고 회의도 했다. 저에겐 이게 일이라기보다, 다 같이 모여서 하는 팀 프로젝트처럼 정말 재미있었다. 연영과 학생이 된 것 마냥 재미있었다."

-그렇게 바라던 꿈과 현실의 괴리가 크지 않았나. "저의 신념인데, 제가 생각했을 때 직업이란 건 돈을 버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의 주체가 저이니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책임져서 할 준비가 됐거나, 마음의 결심이 섰으면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그게 나를 불행하게 한다거나 직업이 나를 먹어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제가 저한테 잘 보이고 싶나보다. 그래서 더 욕심이 나고 더 잘하고 싶다. 저한테 가장 멋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다. 더 치열하게 하는 것 같다."

배우 서지혜.

-'하트시그널'로 인기를 얻어 쉽게 배우가 됐다는 시선도 있다. "다 장단이 있는 것 같다. '하트시그널' 방송 후 굉장한 악플에 시달렸다. 그 당시 '방송이란 게 이런 거구나. 모든 사람의 평가를 받는다는 것의 무게가 이 정도구나'를 느꼈다. '내가 배우를 할 수 있을까. 아무 생각 없이 철없이 나간 걸까'란 생각을 했다. '하트시그널' 출연료로 아나운서를 준비했다. 발음과 발성 공부를 많이 할 수 있었다. 결국 '하트시그널'로 사랑을 받아서 기회가 많이 열리기도 했다. 욕을 하시는 분도 있지만 좋아하시는 분도 있고. 모든 사람이 저를 좋아할 순 없지 않나. 배우로서 할 수 있는 문을 하나 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라임 퍼즐'은 배우 서지혜에게 어떤 작품을 남을까. "둔감력에 대해 많이 배웠다. 사소한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가 가진 소신과 행동을 지켜나가는 힘이다. 흔들리지 않고 맞추는 게 제일 어려웠던 것 같다. 수빈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확고하게 섰을 때 마지막까지 잘 끌고 갈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했다. 배우로 한 걸음 나아갔다는 생각이 들었고, 쫄지 않고잘 해냈다고 생각했다. 다음 작품에서도 더 자신감을 얻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배우 서지혜.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oongang.co.kr 사진=저스트엔터테인먼트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