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현 포천도시공사 사장)이 구속영장 심사를 앞두고 숨진 채 발견됐다. 신문들은 대장동 사건 ‘키맨’으로 불려온 인사의 죽음에 검찰의 ‘윗선’ 여부 수사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문들은 이구동성으로 사설을 내 ‘특검이 답’이라고 했다.

숨진 채 발견된 유한기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민간사업자들로부터 뒷돈 2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황무성 초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의 중도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도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시장으로 이끌던 성남시와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을 잇는 연결고리 중 하나로 의심 받았다.

유 전 본부장은 혐의를 모두 부인해왔다. 전날 서울중앙지검은 유 전 본부장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고 14일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됐던 터다.

▲11일 토요일에 발행하는 아침신문 1면 갈무리
▲11일 토요일에 발행하는 아침신문 1면 갈무리
▲11일 경향신문 1면
▲11일 경향신문 1면

신문들은 유 전 본부장이 ‘황무성 사장 사퇴 의혹’에 대한 압박을 크게 느꼈을 것으로 추측했다. 경향신문은 “유 전 본부장은 뇌물 건보다 황 전 사장 사퇴 압박 의혹에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며 “황 전 사장이 공개한 녹취록에서 유 전 본부장은 유동규 전 공사 기획본부장과 ‘정 실장’을 반복적으로 거론하며 사퇴를 압박했다”고 했다.

‘정 실장’은 이 후보의 최측근인 정진상 이재명 캠프 비서실 부실장(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그로부터 한 달 뒤 황 당시 사장은 사퇴했다.

▲경향신문 5면
▲경향신문 5면

조선일보도 “검찰과 법조계에선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면 황무성 사장 사퇴 강요 의혹에 대한 고강도 수사가 예견된 상황에서 유씨가 압박감을 견디지 못한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고 했다. 황 전 사장은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과의 통화에서 “자기(유씨)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그런 선택을 했나”라며 “유씨는 시키는 대로 한 것밖에 없다”고 했다.

신문들은 유 전 본부장의 죽음으로 대장동 수사가 표류할 것으로 내다봤다. 동아일보는 “유동규 전 사장 직무대리(수감중)에 이어 ‘2인자’로 불린 유 전 본부장 사망으로 성남시 등의 공모 여부를 수사하려 했던 검찰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한겨레도 “성남시 쪽 배임 의혹 등을 들여다보려던 검찰 수사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11일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
▲11일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
▲11일 한겨레 7면
▲11일 한겨레 7면

한국일보도 검사장 출신 변호사 말을 인용해 “황 전 사장의 부하 직원이었던 유 전 본부장이 단독으로 사퇴 압박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권한 있는 인물이 (배경에) 있었다고 봐야 하는데 (사망) 변수로 실체 규명은 사실상 미궁에 빠지게 됐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의 수사는 지난달 22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 ‘대장동 4인방’을 재판에 넘긴 이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50억 클럽’ 관련자 중 혐의가 가장 구체적이었던 곽상도 전 의원을 구속하는 데 실패했다”고 했다.

다만 조선일보는 “법조인들은 ‘중간 연결 고리인 유씨의 사망으로 일부 차질이 있겠지만 황무성 사퇴 압박 녹취록, 인사 결재 자료 등 증거를 기반으로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했다.

▲11일 한국일보 3면
▲11일 한국일보 3면

한겨레는 “유 전 본부장 사망으로 물증보다는 진술 등에 의존해온 검찰 수사 방식에 대한 한계와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고 했다. 검찰은 남욱 변호사 진술 등으로 유 전 본부장의 뇌물수수 정황을 파악했고, 지난달 초 유 전 본부장의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뇌물 출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됐다는 것이다.

신문들은 유 전 본부장 사망을 계기로 특검 도입을 주문하는 사설을 냈다. 경향신문은 “특검 도입 불가피하다”고 제목에서 밝혔고 중앙일보(중앙선데이)도 “특검이 답이다”라고 했다. 세계일보, 조선일보, 한국일보도 같은 내용의 사설을 냈다.

세계일보는 “대선 후보들이 진작 특검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다는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의 지적은 뼈아프다”며 “유권자들이 대선 전에 후보에 대해 제대로 판단할 수 있게 해줘야 하고 증거인멸 우려도 크다”고 했다.

▲11일 경향신문 사설
▲11일 경향신문 사설
▲11일 세계일보 사설
▲11일 세계일보 사설

경향·조선, 청년 첫 일자리 ‘계약직’…중앙 ‘공채의 종말’

경향신문과 조선일보가 첫 일자리를 1년 이하 계약직으로 시작한 청년이 전체의 절반에 달한다는 통계청 동향 발표를 지면에 올렸다. 중앙선데이(주말판)는 1면에 ‘공채의 종말’ 기획으로 맞물리는 주제를 다뤘다. 한겨레는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엮은 ‘20대 능력주의 보고서’ 커버스토리를 내놨다.

청년층의 졸업 뒤 첫 일자리가 ‘1년 이하 계약직’인 비중이 올해(5월 기준) 47.1%에 달했다. 2019년 41.9%보다 5.2%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두 신문 모두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1’을 보고 이같이 분석했다. 최근 3년 새 학교를 졸업한 30세 미만 청년 가운데 졸업 전 취업자를 빼고 조사한 결과다.

지난해 8월 기준 졸업 직후 전문대 이상 졸업자의 고용률은 전년보다 12.1%포인트나 급감했다. 지난해 10월 기준 고졸 이하 여성의 고용률은 전년 동기 대비 14.9%포인트 줄었다. 두 신문 모두 이를 두고 ‘졸업 직후인 경우 고용충격이 컸다’고 풀이했다.

경향신문은 “시간제 근로자 비율이 2019년 31.7%, 2020년 34.4%에서 올해 38.3%로 점차 증가했다”고 했다. 이는 특히 고졸 이하에서 두드러졌다(남성 55.7%, 여성 49.9%). 코로나19 사태 이후 구직단념자도 늘었다.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취업을 희망하는 경우다. 전문대 이상을 졸업한 지 1년이 지나지 않은 미취업자 중 20% 이상이 여기 해당한다.

▲11일 경향신문 1면
▲11일 경향신문 1면
▲11일 조선일보 8면
▲11일 조선일보 8면

조선일보는 동향을 두고 “코로나 확산으로 지난해 이후 청년층 고용 충격이 컸다는 것이 통계로 확인됐다”며 “어렵게 구한 일자리의 질도 예전보다 악화됐다”고 했다.

일자리 통계 보도는 중앙선데이가 이날 주요 대기업의 ‘공채 폐지 추세’ 분석 기사와도 일부 겹친다. 중앙선데이는 “10대 그룹 가운데 공채를 유지하는 곳은 삼성전자 등 3곳뿐”이었고 취업사이트 인크루트에 따르면 “올해 대기업 채용 가운데 공채는 29.4%에 불과한 반면 수시채용은 58.8%에 이른다”고 했다.

▲11일 중앙선데이 8면
▲11일 중앙선데이 8면

중앙선데이는 “신기술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어서 신입사원을 뽑아 이들이 역량을 발휘할 때까지 기다려줄 여유가 없다는 얘기다. 필요한 인재를 즉시 뽑아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는 채용 제도가 필요해진 것”이라고 사측의 입장을 전했다.

중앙선데이는 “문제는 20~30대 초반의 젊은 층, 특히 막 대학을 졸업했거나 졸업 예정인 학생들의 취업문이 더욱 좁아졌다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비수도권 소재 대학 학생에게 “수시채용의 벽이 더욱 높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한 대학생은 “상시 채용은 실무능력 평가 기간이 길거나 아예 인턴 기간을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거주비나 교통비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고 중앙선데이에 말했다.

중앙선데이는 “대기업 공채는 청년층의 일자리 확대라는 기억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의미가 컸다”며 “수시채용을 신규 채용을 줄이기 위한 편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중앙은 관련 보도로 “5대 그룹 중 유일하게 공채를 유지”하는 기업으로 삼성그룹을 조명하는 기사를 배치했다.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이른바 ‘미담형 기사’다.

‘공정’과 ‘능력주의’ 주제로 설문조사와 인터뷰 재구성

한겨레는 이날 토요판 지면에서 ‘20대가 말하는 능력주의’를 표지에 내세웠다. 리서치기관 에스티아이가 지난 9월 20대를 대상으로 ‘공정’과 ‘능력주의’ 주제로 진행한 설문조사와 집단심층 인터뷰에 더해 추가 전화 인터뷰를 했다.

▲11일 한겨레 2면
▲11일 한겨레 2면

전국의 20대 청년 520명 가운데 43.8%가 ‘능력주의가 주는 느낌’에 대해 ‘긍정적’, 37.3%가 ‘긍/부 느낌 없음’, 18.9%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한겨레는 “‘능력’ ‘시험’ 등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풀이했다. 정규직은 대졸 이상, 하청업체는 고졸 이상의 조건으로 채용했다는 상황을 제시한 뒤 급여 차에 대해 묻는 질문에 55.9%가 ‘나’와 ‘정규직 직원’의 임금 격차를 “공정하다”고 답했다. “불공정하다”는 답은 44.5%였다.

능력주의에 대한 인식은 학력별로 달랐다. 4년재 서울 소재 대학 응답자들은 54.1%가 긍정적이라고 답해 평균치보다 높았던 반면 2~3년제 전문대학 응답자들은 28.2%, 고졸 이하는 34%에 불과했다.

▲11일 한겨레 3면
▲11일 한겨레 3면

한겨레는 인터뷰이 3명 가운데 2명이 자신의 정치 성향이 진보도, 보수도 아니며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고 했다. 1998년생인 유미씨는 “지난 대선 때만 해도 진보라 생각했지만 시민들의 힘으로 탄생한 촛불정권으로도 20대의 삶은 달라지지 않는 걸 경험”했다고 했다. 설문조사 상으로도 63.6%가 ‘중도’ 또는 ‘모르겠음’을 꼽았다. 반면 다수 정서에 반하더라도 소수 인권은 지켜져야 한다는 내용의 문항에는 70.3%가 ‘그렇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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