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 대세라길래..직접 가입해봤습니다 [슬기로운 금융생활]

장슬기 입력 2021. 12. 1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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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원하는 금융정보 직접 취합
소비리포트 및 맞춤상품 추천 등 제공
데이터 정확도 제고 등 과제도

[한국경제TV 장슬기 기자]

"내 자산분석 궁금하지 않으세요? 마이데이터 가입하세요!"

뱅킹이나 카드 등 금융앱을 이용하면 흔히 볼 수 있는 광고 문구죠. 최근 금융권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로 꼽히는 '마이데이터'입니다. 얼마 전만 해도 여러 계좌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오픈뱅킹'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금융사들이 가입 유치 경쟁을 벌였는데, 이번에는 계좌뿐만 아니라 나의 모든 금융정보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마이데이터 시대가 열렸습니다. 사실상 금융업권간 경계가 사라진 셈입니다.

하지만 정작 마이데이터가 어떤 서비스들을 제공하는 지, 정확한 정의는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가장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은 직접 해 보는 것밖에 없겠죠. 그래서 제가 직접,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가입해봤습니다.

◆ 내가 원하는 정보를 골라서 한 번에 본다

마이데이터, 정확하게는 본인신용정보관리업을 의미합니다. 최근 금융당국이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에 대한 허가를 내 주고 있는데요, 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금융사를 선정하는 겁니다. 현재 시중은행을 포함해 빅테크, 카드사, 증권사, 보험사 등 다양한 금융사들이 마이데이터 사업자 허가를 받아 이달부터 시범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소비자 입장에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내가 사용하는 계좌, 그리고 카드 소비내역, 보험료 지출내역 등 다양한 금융정보를 '내가 원하는 선'에서 불러 모아 한 번에 볼 수 있는 것, 이 것이 바로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기본 기능입니다. 하나의 뱅킹앱에서 다른 은행에 있는 내 계좌까지 모두 확인할 수 있는 오픈뱅킹 서비스가 최근 인기였죠. 마이데이터는 은행 계좌뿐만 아니라 제2금융권, 나아가 통신사나 빅테크 간편결제 이용 정보까지 한 번에 모아볼 수 있도록 그 범위가 확장됐습니다.

그렇다면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뭐가 있을까요? 저도 그 부분이 궁금해서 직접 가입해봤습니다. 현재 시중은행을 비롯해 제2금융사들까지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운영 중인데요. 원하는 금융사를 선택하면 됩니다. 저는 제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주거래은행 뱅킹앱에 접속해 가입 절차를 밟았습니다.

◆ 정보제공 동의만 다섯 차례…제공범위 신중히 판단해야

금융앱에서 마이데이터 서비스 가입을 선택하고, 내가 등록하고 싶은 데이터 기관들을 선택합니다. 은행과 페이, 증권, 카드, 보험과 더불어 통신사까지 있습니다. 저는 제가 이용했던 기관들을 하나하나 고르다보니 무려 16곳이 선택됐습니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불러모으기 위해 '한번에 연결' 버튼을 눌렀습니다.

마이데이터의 핵심은 단어 그대로 '내 정보'입니다. 여러 금융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내 정보를 한 번에 모으는 작업인 만큼 정보제공에 대한 동의를 얻는 절차만 다섯 단계를 거칩니다. 정보제공자와 전송을 요구하는 개인신용정보, 개인신용정보를 제공받는 자, 전송을 요구하는 목적 등이 설명된 동의서를 읽고 '동의' 버튼을 누릅니다. 이후 정보를 보유하거나 이용하는 기간에 대한 동의서도 등장합니다. 이렇게 세 차례 동의를 하고난 뒤 보유하고 있는 인증서를 통해 인증을 진행하면 1차 연결 완료입니다.

이 절차를 거치면 내 은행계좌와 페이서비스, 카드, 통신사까지 내가 이용하고 있는 모든 기관들이 '챠르륵' 펼쳐집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상세정보를 어디까지 전송할 것인 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집니다. 상품구매 카테고리 정보에 대한 수집을 동의하는 지 여부와 가맹점명과 사업자등록번호 정보 수집 및 이용을 동의하는 지, 정보 전송은 언제까지 허용할 것인 지에 대한 동의절차가 남았습니다. 물론 이 부분은 선택사항이라 동의하지 않아도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살짝 고민이 되기 시작합니다. 내가 구매한 물건들의 카테고리, 그리고 가맹점명까지 데이터를 모두 모으게 되면…보안에 대한 우려는 없는 지, 내 사생활이 너무 노출되는 것 아닌 지 등등 왠지 모를 불안감이 몰려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 단계에서 그냥 앱을 종료하고 이번 주 슬기로운 금융생활 주제를 바꿔버릴 까 고민했지만, 서비스에 대한 궁금증도 높았고 이를 금융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것도 제 역할이기에 우선 모든 항목에 동의했습니다. (과도한 정보집적이 이뤄질 수 있으니 이 부분은 신중히 판단 후 동의해야 합니다.)

그런데 끝이 아닙니다. 동의 절차가 한 번 더 남았습니다. 신용거래정보가 어디까지 공유되는 지 한 번 더 내역이 나옵니다. 수신계좌와 카드정보, 포인트 정보, 청구 및 결제 정보, 카드 대출상품 정보, 선불전자 지급수단 정보, 페이, 통신정보, 선불카드 정보 등이 있습니다. 여기까지 확인한 뒤 동의하고, 한 번 더 본인 인증을 거치면 정말 완료입니다.

◆ 시범 서비스 한계…가계부 기능 수준에 정확도 떨어져

두근두근. 과연 어떤 신비로운 서비스들이 펼쳐지길래 이렇게나 많은 동의절차를 거쳐 여기까지 왔는가. 부푼 마음을 안고 드디어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가입을 완료했습니다. 저의 첫 마이데이터 만남의 평가는 '편리함, 그리고 아쉬움'이었습니다.

물론 서비스는 기존보다 다양하게 펼쳐집니다. 크게는 자산과 소비, 플랜 등으로 나뉘어 집니다. 내가 선택한 모든 기관들의 데이터가 집계돼 내 자산이 얼마고, 내가 소비한 금액은 얼마인지 등이 나타납니다. 내가 평소 어떤 카드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지, 어떤 카테고리에서 소비하는 지 등 세부정보도 제공됩니다. (저는 가맹점명까지 공유를 동의했기 때문에 세부적인 카드결제 내역도 나왔습니다) 조회에 대한 편리성은 있었지만 저의 솔직한 느낌은 '디지털 가계부' 정도였습니다. 기존 다양한 가계부 앱에서도 이런 기본 기능은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감안해야 할 점, 마이데이터는 아직 시범서비스 기간입니다. 그렇다보니 보험사나 증권사, 저축은행 등 아직 등록할 수 없는 기관들이 남아있어 정확한 자산관리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저의 자산도 몇 가지 집계되지 않는 것들이 있어 정확한 파악이 어려웠습니다. 정확한 자산이나 투자현황 등 집계가 불가능하다 보니 맞춤상품 추천도 아직은 무용지물입니다.

내가 이용하고 있는 구독서비스도 한 번에 조회하는 기능이 있어 유용하다 싶었는데, 이 역시도 아직 서비스 제휴처가 3곳밖에 되지 않아 조회가 불가능했습니다. 이런 점들은 향후 등록 기관들이 더 확대되면서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겠죠. 이달 말 시범서비스가 끝나고 본격적인 서비스가 시작되면 정보의 정확도가 더 높아지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만 이렇게 집적된 정보들이 소비자들에게 조회의 편의성 외에 어떤 이점을 줄 수 있는 지는, 금융당국과 실제 사업자들의 보다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수많은 정보가 한 데 모아진 만큼, 이에 걸맞는 실질적인 자산관리나 맞춤서비스가 제공돼야 '활용도 0'인 앱으로 전락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슬기로운 TIP

아직 시범서비스 단계라 미흡한 부분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용하다고 생각됐던 서비스를 몇 가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우선 제가 가입한 은행의 마이데이터에서 제공하는 구독서비스 현황 조회 서비스. 최근 구독서비스가 급격하게 늘면서 대체 내가 정기구독료로 얼마를 쓰고 있는 지 모르는 분들도 적지 않죠. 조회 가능한 업체만 확대된다면 마이데이터 서비스 내에서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하나는 '지원금 확인 서비스'입니다. 내 기본 정보와 소득 등을 입력하면 내가 받을 수 있는 정부 지원금을 안내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소유차량을 등록하면 차량 시세 정보를 제공하는 '자동차 서비스'와, 지난 주 슬기로운 금융생활에서 다뤘던 '소액 모으기' 서비스도 있습니다. 기본적인 자산 조회 외에, 내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부수적 서비스를 이용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 과도한 정보의 집적은 오히려 피로도를 높일 수 있으니 공개 범위 설정에 대해 신중히 판단하고, 너무 많은 금융사의 마이데이터 중복 가입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장슬기기자 jsk9831@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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