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농부 5인 "우리가 농업을 하는 이유는.."

화성시민신문 박정은 2021. 12. 1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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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완성 아닌 무한 발전 가능성 지대

<화성시민신문>이 경기도 화성시에서 농업에 종사하는 청년 농부를 만났다. '누구나 공론장' 사업에 참여한 6명의 농부를 만나 우리가 농업을 하는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청년 농부 5명은 모두 화성시 4-H연합회 소속 회원이다. <기자말>

[화성시민신문 박정은]

  5명의 농부가 모였다. 각기 다른 종목의 농업에 종사하는 청년 농부의 이야기를 들었다.
ⓒ 화성시민신문
 
4-H(지성head,덕성heart,근로hand,건강health)를 지향하는 농부들의 연합회다. 7일 화성시민신문에서 열린 누구나 공론장에 참여한 5명의 농부는 각각 전공 분야가 다르다.

패널로 참여한 고원곤(28, 남양)씨는 한우·벼·배가 주 종목이다. 김순경(37, 향남)씨는 딸기 농사를 짓는다. 김한결(35, 향남)씨는 양계, 박서연(31, 봉담) 4-H연합회 부회장은 철갑상어·고추냉이, 차진선(29, 정남) 화성시 4-H연합회장은 사과·블루베리·사과즙 가공을 한다. 

"땀 흘려 수확한 농산물, 제값 받고 팔아 보자"
 
 김순경 씨
ⓒ 화성시민신문
첫 번째 질문으로 '내가 농업을 하는이유'로 시작했다.
   
고원곤: "농고를 나와 농수산대에 입학했다. '땀 흘려 수확한 농산물, 제값 받고 팔아 보자'는 장사꾼 마인드로 시작했다. 내가 만든 것을 원하는 값에 팔고 싶었다. 남이 정해주는 기준이 아닌 잘 만들어서 좋은 가격에 팔고 싶었다."

차진선: "고3 때 아버지의 조언으로 미래 먹거리 산업인 농업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자연스레 2015년부터 아버지와 사과를 재배하고 있다."

김순경: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다 결혼을 하려니 복지사 연봉으로는 가정 꾸리기가 힘들겠더라. 축산업(양돈) 하는 친구가 고수익 얻는 걸 보고 2017년 농업기술센터 귀농학교에서 기술을 배웠다."

박서연: "피아노 전공 준비하다가 어머니의 반대에 아버지의 권유로 면적대비 고수익 창출하는 수산양식(아버지가 하시던 가업)을 30년째 이어서 하고 있다."

김한결: 원"래 꿈은 수의사다. 농수산대를 다니는 동안 하면 할수록 농업의 의미를 찾고 방향을 고민하며 지금에 와 있다."

"마을 공동체성 강화와 환경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
 
 김한결 씨
ⓒ 화성시민신문
 
두 번째 질문으로 농업에 종사하며 보람을 느끼거나, 좋은 점에 대해 들어봤다. 

고원곤: "오전 8시에 일을 시작한다. 비교적 시간이 자유롭다. 얽매이지 않고 사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가. 여가 시간에는 사진을 찍는다. 새끼 받는 철 송아지 초유를 먹이는 순간, 기분 좋은 보람을 느낀다."

김한결: "마을 주변이 공업화되며 폐기물 업체에서 풍겨오는 악취 때문에 농촌인데도 창문을 못 열고 살더라. 최근 두 딸에게 물려주고 싶은 환경에 대한 고민이 많다. 축산을 한다는 것은 또 다른 오염물을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방안으로 퇴비사를 잘 짓고, 닭 마릿수를 줄이고, 초지를 구입하고 있다. 농업을 하며 환경을 고민하고 복원까지 생각하게 된다."

차진선: "2017년 농사에 고민이 많던 시기에 추석을 앞두고 사과를 사려고 온 한 가족이 있었다. 꼬마 아이가 예뻐서 사과 하나를 줬는데 '삼촌, 저 사과 좋아하는데 이걸 계속 먹을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얘기하더라. 농사를 시작했던 초심이 회복되며,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됐다."

박서연: "평소 엄마 바라기인 아버지가 류마티스에는 철갑상어가 좋다는 말에 양식 어종을 추가하셨다. 그후 어머니의 건강이 많이 회복되셨다. 3년 전 가뭄이 심했던 시절이었는데 우리는 수산양식으로 물이 풍부했다. 주변 농부들이 부탁으로 논에 물을 대주었는데 고마워하더라. 도와줄 수 있어서 행복했다."

"기후위기, 소득 감소되는 부분이 어려워"
 
 박서연 씨.
ⓒ 화성시민신문
 
세 번째 질문으로 농업을 하면서 어려운 점에 대해 물었다. 

박서연: "농사는 언제나 어렵다. 코로나19 여파로 체험교육 수익이 단절됐다. 고민하다가 고추냉이를 시작했다. 노동의 강도가 센 편이다. 친구에게 '짱돌'이라 불릴 만큼 다부진 편인데 힘에 부치더라. '이런 중노동이 나한테 어려울 수 있구나' 처음으로 힘들다는 생각을 해봤다."

차진선: "기후위기로 소득 감소되는 부분이 어렵다. 다른 작목은 모르겠는데 과수는 기후에 따른 영향이 크다. 농사가 잘되더라도 문제다. 수확량 증가로 가격이 폭락한다. 화성시 관내 50여 사과농가 역시 마찬가지 고민을 할 것이다."

김한결: "산안마을의 장점 중 하나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짐을 혼자 지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나누어지기 때문이다. 올해는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과제가 있었다. 힘들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침체된 분위기에 활기를 되찾았다. 살처분 과정은 끔찍했지만 그만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고민하며 홍보하고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고원곤: "축산농가(한우)는 부상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얼마 전 왼쪽 발목 수술을 했다. 가족 경영이다 보니 부모님과 갈등상황에 놓이게 될 때도 있다. 농부, 전문성 있는 직업인데 예전의 사고로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시선이 가끔 답답하기도 해서 고착화된 고정관념 등을 깨려고 노력한다."

"아름다운 농촌환경 위한 경관유지비용 지원금 필요"
 
 차진선 씨
ⓒ 화성시민신문
그렇다면 청년농부에게 필요한 정책 지원은 무엇이 있을까.   

김한결: "스위스에서는 아무것도 심지 않아도 농촌에 경관유지비용 지원금이 지급된다. 지역민은 아름다운 농촌을 가꾸고 관광객은 쉼을 얻고 돌아간다. 화성시는 편리한 도심도, 아름다운 농촌도 아니다. 이제는 관리된 도심지, 농촌으로 아름다운 지원사업이 있으면 좋겠다."

고원곤: "여성농업인 지원 바우처가 있다. 역차별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남녀 모두 균등한 바우처 지원을 요구한다. 공유농업을 통해 판매하며 농업 인식을 개선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 방법을 모르겠다. 카페, 음식점 등 창업 컨설팅 위한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차진선: "시대의 흐름으로 보자면 1인 가족이 추세에 맞는 제품 개발, 다양하고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먹거리 개발을 하고 싶다. 정부 혹은 지자체에서 농산물 가격 하락할 때 농업인을 위해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이 지원돼야 한다."

박서연: "올해 고추냉이를 심어보니 농작물 이용해 같이 곁들이는 사업을 추진하고 싶더라. 내가 재배한 먹거리로 가공식품을 만들고 싶다. 100% 국산 이용 제품을 만들고 싶다.

집 앞 그린벨트를 벗어나면 무분별한 개발로 농촌이 훼손되어 있다. 지자체는 초기 정착하지 못하는 청년농업인 대상으로 유휴농지에 임대 지원해주면 좋겠다. 농업의 진입장벽이 낮아져야 청년농업인이 증가한다. 청년농업인의 증감 추이에만 관심 있고 포기하는 이유에 대한 관심은 없다. 기반 닦을 수 있는 정책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농업, 완성 아닌 무한 발전 가능성 지대"
 
 고원곤 씨
ⓒ 화성시민신문
동료 농부나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박서연: "농업은 다른 직업군에 비해 자유롭다. 물론 책임감이 수반되는 자유지만, 나는 농업은 완성이 아닌, 중요한 발판이라고 생각한다. 농업을 통해 더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 사람들과 어울려 공유하며 살아갈 수 있는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농업 안에 있다."

차진선: "농업을 시작하는 친구들에게.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지만, 농업기술 발전, 노동력, 인력 부분에 있어서 많이 편해졌다. 부담없이 도전해 봤으면 좋겠다. 간혹 '나중에 할 거 없으면 농사나 짓지', 그런 말은 농업 종사자로서 듣기 힘들다. 철저히 준비해서 실패하지 않기를 바란다."

김한결: "땅을 기반으로 업을 하는 사람으로 농업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 혼자서 농사를 지으려면 정보도 잘 모르고, 외롭다. 4-H연합회 등 청년들과 활발한 교류가 있어야 즐겁게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추천한다."

고원곤: "농업은 생산이 끝이 아니다. 판로개척, 가공, 체험학습 등 다양하다. 또한 선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대의원 임원직에서 내려올 생각없는 선배들의 모습, 농업발전을 막고 있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꼰대의 모습이다. 모임은 술먹고 노는 자리가 아니다. 후배양성을 도모한다면 자리욕심에서 자유로워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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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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