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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서 못 판다는 재건축 상가…3.3㎡당 5억짜리 수두룩

  • 김경민, 정다운 기자
  • 입력 : 2021.12.03 14:32:38
  • 최종수정 : 2021.12.07 22:09:03
직장인 이 모 씨는 최근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3단지 재건축 단지 내 상가 투자를 검토 중이다. 당초 재건축 아파트를 눈여겨봤지만 워낙 가격이 많이 오른 데다 기존 보유 주택을 감안하면 2주택자가 돼 세금 부담이 커지는 만큼 상가 투자가 낫다는 판단에서다. 이 씨는 “재건축 상가에 투자해도 아파트 조합원처럼 주택을 받을 수 있다던데 틈새 투자처로 괜찮아 보인다. 대출도 아파트보다 수월하고 다주택 기준에도 걸리지 않아 시세보다 싼 매물이 나오면 곧장 구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인기 상품인 재건축 아파트 매매 가격이 치솟으면서 재건축 단지 내 상가 투자가 인기몰이 중이다. 재건축만 진행되면 아파트뿐 아니라 상가 조합원도 얼마든지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임대수익 상품으로서 가치가 높지 않은 이른바 ‘썩상(썩은 상가)’이 많지만 시세차익 기대에 알음알음 투자에 나서는 수요가 늘었다. 온라인 부동산 카페에도 상가 투자를 추천할 만한 재건축 단지가 어디인지 문의하는 글이 속속 올라오는 중이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는 단지 내 ‘잠원쇼핑센터’ 상가 조합원들이 신축 상가 대신 주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조합 정관을 손봤다. (최영재 기자)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는 단지 내 ‘잠원쇼핑센터’ 상가 조합원들이 신축 상가 대신 주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조합 정관을 손봤다. (최영재 기자)



▶‘억’ 소리 나는 재건축 상가

▷올림픽선수촌, 평당 4억~5억원 거래

최근 재건축 상가 인기가 뜨거웠던 곳은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다. 서울 한강변 재건축 핵심 요지로 꼽히는 신반포2차는 지난해 10월 조합 집행부가 바뀌었는데, 이때 상가 조합원들이 신축 상가 대신 주택을 받을 수 있도록 길을 터주면서 상가 매물 인기가 부쩍 치솟았다. 잠원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재건축 투자를 염두에 둔 사람 중에는 이미 집을 여러 채를 보유한 자산가가 많다. 기왕 투자할 거면 다주택자 세금 부담이 큰 주택보다 상가를 선호하는 편이지만 막상 팔겠다는 사람이 없어 매물을 구하기 힘들다”고 귀띔했다.

실제 신반포2차 단지 내 상가인 ‘잠원쇼핑센터’는 올 들어 매매 거래된 상가가 딱 한 곳밖에 없다. 지난 3월 7일 전용 20.47㎡ 상가가 4억9000만원에 팔렸다. 직전에는 지난해 11월 9일 주인이 바뀐 전용 13.2㎡(6억5000만원)가 마지막 실거래였다. 두 상가 모두 3.3㎡당 매매가가 1억2000만원 정도인 셈이다. 지난해 첫 거래였던 5월 12일 전용 30㎡짜리 상가가 4억9000만원(3.3㎡당 5730만원)에 계약서를 쓴 점과 비교하면 3.3㎡당 가격이 2배는 올랐다.

몸값이 같은 단지 내 아파트보다 높은 경우도 적잖다.

올 초 정밀안전진단을 조건부로 통과한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 상가(올림픽프라자상가)가 대표적이다. 1988년 6월 준공된 올림픽선수기자촌에는 단지 중앙에 대형 상업시설인 올림픽프라자상가를 비롯해 총 8개의 작은 상가가 들어서 있다. 단지 자체가 지하철 5·9호선 올림픽공원역과 붙어 있는 더블 역세권이고, 특히 상가는 지하철역 초입에 위치해 입지가 좋다는 평가다.

국토교통부 상업·업무용 부동산 실거래가 조회시스템에 따르면 이 단지에서는 올 들어서만 상가 17실이 사고팔렸다. 전용 5.25㎡짜리 단칸 상가부터 85.24㎡짜리 대형 상가까지 크기도 다양하다. 불과 올 1~2월만 해도 전용면적 기준 3.3㎡당 1억~2억원대에 거래되던 이곳 상가 시세는 최근 4억~5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3월 전용 5.28㎡짜리 상가가 6억8500만원에 거래되며 3.3㎡당 4억2888만원을 기록하더니 가장 최근인 7월 거래된 5.25㎡짜리 상가는 8억원(3.3㎡당 5억374만원)에 매매됐다. 물론 재건축 사업을 염두에 뒀다면 대지지분이 중요하지만 2평도 안 되는 상가가 웬만한 수도권 아파트 평균 가격(11월 기준 7억8388만원)에 거래됐다는 점에서 화제다.

신반포2차, 올림픽선수기자촌의 공통점은 아직 재건축 추진위원회나 조합이 설립되지도 않은 재건축 사업 초기 단지라는 점이다. 현행법상 재건축 사업은 조합이 설립된 이후에는 조합원 지위를 제3자에게 넘길 수 없다 보니 그 전에 상가를 사두고 조합원 지위를 확보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물론 이미 재건축 사업이 상당 부분 진행된 단지에서도 상가 가치가 아파트보다 높게 평가되기는 마찬가지다. 아파트 입주권을 받는 것이 확정돼 있으면서 다주택자 세금 부담, 대출 제한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영향이다.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에서는 최근 아파트 또는 상가를 신청할 수 있는 176㎡ 상가가 68억원, 60㎡ 상가는 49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앞서 지난여름에는 대지지분 108.2㎡, 권리가액이 22억9000만원인 상가가 47억원에 나왔는데, 같은 시기 같은 단지에서 권리가액을 26억2000만원으로 평가받은 아파트 매물이 47억원에 나온 것에 견줘보면 상가 매물이 약 3억원 이상 비싼 편이다. 상가와 아파트 두 매물 모두 재건축 후 새 아파트 입주권이 주어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상가의 경우 다주택자처럼 중과되는 취득세가 없고, 아파트에 실제 입주하기 전까지는 종합부동산세에서 자유롭다는 장점 덕분에 더 큰 웃돈이 형성됐다.

재건축 상가는 강북권에서도 ‘귀하신 몸’이다.

인터넷등기소에 따르면 최근 노원구 상계주공3단지에서 한 골목에서만 상가 6건이 사고팔렸다. 2019년 1건, 지난해 1건 정도로 거래가 드물던 곳인데, 올 초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후 거래가 6건으로 늘었다. 올 11월 전용 1670.68㎡ 상가가 80억원에 거래됐는데 3.3㎡당으로 환산하면 1583만원. 지난해 말 같은 길목의 전용 215.28㎡ 상가가 7억3500만원(3.3㎡당 1129만원)에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1년여 만에 시세가 40% 급등했다.

상계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상계주공3단지는 지난 3월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는데, 조합이 설립되기 전 상가를 사고 싶어 하는 대기자만 수십 명이다. 하지만 대기가 많은 것에 비해 매물을 내놓겠다는 상가 주인이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외에도 강남권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강북 재건축에는 증여나 소액 투자 수요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강북권 성산시영, 월계시영(미성·미륭·삼호3차) 등 작은 상가를 1억~2억원 투자해 자녀 증여용으로 10~20년 묻어둘 요량으로 찾는 이가 많다.

1986~1987년 입주한 노원구 월계시영은 최근에야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재건축 사업 초기 단계기는 하지만 아직 조합을 설립하기 전이라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이 없다.

서울 대규모 아파트 단지 상가가 별도로 재건축을 추진해 성공한 사례도 있다. 개포시영을 재건축한 ‘개포래미안포레스트’가 대표적이다.

개포래미안포레스트는 이미 지난해 9월 2296가구가 입주를 마쳤다. 그런데 입주를 두 달가량 앞둔 지난해 7월, 개포래미안포레스트 단지 내에서 아파트 28가구가 ‘개포자이르네’라는 이름으로 추가 분양을 진행했다. 개포시영 단지 안에 있던 중심 상가만 따로 떼어내 주상복합으로 재건축한 것. 이 단지는 지하 4층~지상 10층 근린생활시설(상가) 68실과 아파트 28가구의 주상복합단지로 지어져 내년 9월 입주를 시작한다. 상가 조합원 60여명은 상가를 대물로 받고, 나머지 상가와 아파트는 일반분양하는 구조다. 이는 재건축 요건을 갖춘 단지 내 아파트 조합원, 상가 조합원 각각의 이익을 보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실제로 개포자이르네는 일반분양 주택 물량이 30가구 미만이었기 때문이 주택법 적용을 받지 않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심사를 받지 않았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개포시영의 경우 아파트와 상가 대지가 각각 분할된 덕분에 ‘따로 재건축’ 사업이 수월했던 것”이라며 “아파트·상가 조합원 간 이해관계가 다르다 보니 사업을 따로 진행하는 것이 양측 모두에게 이득이었다”고 설명했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상가는 대지가 큰 데다 지하철역 초입에 붙어 있는 입지라 투자처로 인기가 높다. (최영재 기자)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상가는 대지가 큰 데다 지하철역 초입에 붙어 있는 입지라 투자처로 인기가 높다. (최영재 기자)

▶재건축 상가 인기 비결은

▷주택 비해 稅 부담 적고 다주택 제외

재건축 단지 내 상가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재건축이 되면 아파트 조합원처럼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 덕분이다.

사실 그동안 서울 재건축 단지에서는 아예 상가를 제외하고 재건축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파트와 달리 상가는 감정평가액 산정이 쉽지 않아 재건축 과정에서 조합과 상가 조합원이 갈등을 겪는 경우가 부지기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등 재건축 규제가 강화된 데다 재건축 진행 과정에서 상가 조합원 동의를 받기 어려워 재건축 속도가 더딘 경우가 부쩍 늘었다. 조합 입장에서는 사업이 늦어질수록 각종 비용 부담 등 리스크가 커지는 만큼 상가 조합원과의 원만한 협상을 통해 어떻게든 사업에 속도를 내려는 분위기다. 앞서 개포시영처럼 아파트와 상가가 별도 재건축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상가 재건축은 아파트 재건축 속도와 비례하는 경우가 많다.

아파트 규제가 강화된 것도 재건축 상가 인기에 한몫했다. 1주택자 입장에서는 재건축 아파트 한 채를 새로 구입하면 2주택자가 돼 거액의 종부세를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부터 다주택자 종부세율이 0.6~3.2%에서 1.2~6%로 치솟은 데다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따라 공시가격이 급등한 탓이다. 취득세 부담도 무시 못할 변수다. 정부는 지난해 7·10 대책을 통해 2주택 가구는 8%, 3주택 이상 가구는 12% 취득세율을 적용받도록 했다. 이에 따라 1주택 가구가 6억원짜리 주택 1채를 더 매입해 2주택 가구가 될 때 원래는 1%인 600만원을 취득세로 내지만 지금은 8%인 4800만원을 내야 한다.

이에 비해 상가는 세금 부담이 훨씬 덜하다. 상가는 부속 토지 공시지가가 80억원이 넘어야 종부세가 부과된다. 이 때문에 대부분 소형 상가는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돼 세금 부담에서 자유롭다. 취득세도 4.6%로 세율이 고정돼 있다. 주택 수에 산정되지 않는 데다 주택담보대출이 최대 60~70%까지 가능한 점도 매력이다. 이 때문에 시세차익뿐 아니라 길게 보고 자녀 증여용으로 재건축 상가 투자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는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 내 상가는 매매가 부담이 크지만 상계주공, 성산시영 등 강북권 재건축 상가는 상대적으로 투자 부담이 덜하다. 당장 재건축이 되지 않더라도 길게 보고 상가 투자에 나서는 이들이 많아지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재건축 상가, 마냥 좋을까

▷입주권 결정하는 ‘산정 비율’ 살펴야

재건축 상가에 투자할 때 주의할 점도 많다.

무엇보다 재건축 상가를 보유했다고 해서 무조건 아파트 입주권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상가 조합원이 아파트 입주권을 받는 것은 ‘산정 비율’에 따라 결정된다. 분양주택의 최소 분양가에 산정 비율을 곱한 값보다 상가 조합원의 권리차액(상가 조합원 신규 분양가-종전 재산가액)이 커야 주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산정 비율이 낮아질수록 상가 조합원이 주택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신반포2차의 경우 조합이 ‘1’이었던 상가 산정 비율을 ‘0.1’로 대폭 낮춘 덕분에 상가 소유자가 아파트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예컨대 C아파트 재건축 단지의 최소 분양가가 10억원이고, 한 상가 조합원의 권리차액이 5억원이라고 가정해보자. 조합 정관상 산정 비율이 1이면 가액은 10억원이니, 권리차익이 이보다 작기 때문에 상가 조합원은 주택을 선택할 수 없다. 하지만 조합이 이 산정 비율을 0.1로 낮추면 가액이 1억원으로 줄어들고, 상가 조합원도 주택을 선택할 수 있다. 단, 상가 산정 비율은 재건축 단지마다 천차만별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상가가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지는 조합이 정하기 나름이다. 조합 정관이 나오기 전 무턱대고 투자하면 위험이 크다”고 당부했다.

권리가액이 적은 소형 상가에 투자한 경우에는 아파트를 배정받아도 추가 분담금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장은 “전 상가 소유주가 재건축에 반대해 분양 신청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 재건축 아파트와 상가 소유주 간 갈등으로 상가동을 빼고 재건축이 진행될 가능성 등을 두루 염두에 두고 물건을 꼼꼼히 분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애초에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한 상가인지 알아보는 작업도 필수다. 특히 경매 시장에서는 재건축 단지 내 상가 물건이 나오면 인기를 끄는 경우가 많다. 상가를 낙찰받아 아파트 입주권을 취득하려는 것인데, 분양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 청산을 당하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현행법상 재건축 조합 설립 이후에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조합원 지위를 제3자에게 넘길 수 있다. 게다가 앞으로 이 규정은 더욱 강화될 여지가 있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6월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안’에 따르면 재건축은 안전진단 통과 후, 재개발은 정비구역 지정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전면 금지된다. 현재 이 법안은 국회에 계류돼 있지만,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조합원 양도 금지 시기가 지금보다 대폭 앞당겨질 수 있다.

재건축 핵심 규제인 초과이익환수제가 단지 내 상가에 어떻게 적용될지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 현행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주택은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는 날을 기준으로 주택 가격을 산정하기 시작하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액을 계산한다. 하지만 상가는 가격을 산정할 때 0원에서 시작한다. 권리가액이 같다면 상가 조합원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금이 주택을 가진 조합원보다 커질 위험이 있다는 얘기다. 이 법은 현실적으로 미비한 점이 많아 국회와 국토교통부에서 개정 논의를 하겠다고는 밝혔지만, 아직 개정이 이뤄지기 전인 만큼 재건축 상가에 투자할 때 재초환까지 염두에 두는 것이 안전하다.

[김경민 기자, 정다운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7호 (2021.12.08~2021.12.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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