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 가입할 필요 있나요" OTT·무료 채널 확산에 '코드커팅' 현실화하나

정길준 입력 2021. 12. 7. 07:01 수정 2021. 12. 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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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 순증 가입자 올 들어 감소세
넷플릭스·디즈니는 영향력 커져
오징어게임·지옥 대박에 가입자도 '쑥'
미국선 이미 코드커팅 가속
국내도 "OTT 경쟁 압력 커져"
삼성·LG TV 무료채널도 눈엣가시

이달 중순 서울 구로구 한 오피스텔로 이사 가는 직장인 김 모 씨(37)는 최근 삼성전자의 55인치 QLED TV를 구매했다. 무료로 뉴스·예능·스포츠 등 채널을 즐길 수 있는 '삼성 TV 플러스'가 탑재돼 있어 이동통신사의 IPTV 상품은 가입하지 않고 인터넷만 설치하기로 했다. 김 씨는 "가족할인을 받아 인터넷 요금 월 3만원만 내면 된다. 대신 '넷플릭스' 프리미엄(월 1만7000원)에 가입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콘텐트 경쟁력을 앞세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와 무료 채널을 제공하는 스마트TV의 등장으로 1인 가구 등에서 굳이 IPTV를 연결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올해 들어 IPTV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이동통신 3사 IPTV 순증 가입자 추이와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IPTV 대세 저무나…가입자 상승세 꺾여

6일 이동통신사의 올해 1~3분기 실적보고서를 보면, 3사 모두 IPTV 순증 가입자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유료방송 점유율 1위 KT의 IPTV 순증 가입자는 1분기에 13만명을 기록했다가 2분기 12만8000명, 3분기 10만1000명으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케이블TV(LG헬로비전)를 제외한 LG유플러스의 IPTV 순증 가입자 역시 1분기 13만2000명에서 2분기 9만7000명, 3분기 9만2000명으로 떨어졌다. SK브로드밴드는 1분기 12만5000명에서 2분기 13만8000명으로 잠깐 늘었다가 3분기에 11만5000명으로 감소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유료방송 시장에서 이동통신 3사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입지가 좁아진 케이블TV를 차례로 흡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2019년 LG유플러스는 케이블TV 1위 CJ헬로(현 LG헬로비전)를, SK브로드밴드는 티브로드를 인수 또는 합병했다. 이어 KT스카이라이프는 현대HCN을 품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IPTV의 시장 점유율은 54.13%에 달한다. 케이블TV가 37.16%, 위성이 8.71%로 뒤를 이었다.

유료방송 시장에서 KT(KT·KT스카이라이프·현대HCN)가 점유율 35.53%로 1위를 기록했다. LG유플러스(LG유플러스·LG헬로비전)가 25.28%,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이 24.77%로 2위를 다투고 있다.

LG유플러스는 IPTV 독점 계약을 맺고 지난달 12일부터 '디즈니 플러스'를 서비스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이처럼 이통 3사가 케이블TV를 나눠 가지며 시장을 독식하는 듯했지만, 변수가 생겼다. 국산 오리지널 콘텐트를 세계 무대서 잇달아 흥행시킨 넷플릭스가 필수 구독 플랫폼으로 떠오른 것이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의 올해 10월 사용자 수 급상승 앱 순위에서 넷플릭스는 카카오페이·COOV(전자예방접종증명)·네이버지도에 이어 4위(59만명)에 올랐다.

상금 456억원에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오징어 게임'으로 대박이 난 9월에는 신규 설치가 평소의 2배(약 120만명)가 늘어 국내 OTT 점유율 47%를 찍었다.

이어 지난달 선보인 호러 스릴러 '지옥' 역시 10일 연속 넷플릭스 전 세계 1위를 지켰다.

쏟아지는 신작 속에 인기가 금방 식을 법도 하지만, 유튜브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서 리액션 영상과 밈(온라인 유행 콘텐트)으로 재생산되며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또 겨울왕국·토이스토리·어벤저스와 같은 인기 시리즈를 보유한 '디즈니 플러스'는 지난달 12일 국내 출시 후 미완성 자막 등 서비스 품질 문제로 이용자 불만을 샀지만, 시장에 안착한 모습이다.

시장조사 업체 닐슨미디어코리아가 발표한 11월 15~21일 주간 이용자 수(안드로이드 OS 기준)가 101만명으로 상위 5위에 자리했다.

"미국 가정 3분의 1, 코드커팅 전망"…한국도 비슷한 현상 예측돼

기존 TV의 실시간 방송에서 OTT의 독점 시리즈로 콘텐트 소비 행태가 전환하자 미국에서는 '코드커팅'(유료방송 해지) 현상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OTT 요금이 현지 유료방송보다 최대 8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한 탓도 있다.

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는 2024년까지 미국 가정 3분의 1 이상이 유료방송 상품을 해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0년 케이블·위성·통신 결합 TV 패키지에 가입한 가정의 수는 7760만명으로 전년 대비 7.5% 줄어 사상 최대 감소세를 보였다.

황유선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료방송사업자의 가입자 및 매출은 증가하고 있지만, 성장률은 둔화하고 있다"며 "VOD(주문형 비디오) 매출이 감소하고 있어 OTT 성장에 따른 경쟁 압력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젊은 층의 낮은 유료방송 가입률과 높은 OTT 이용률, 유료방송 가입률이 낮은 1인 가구 비중 증가, 인프라 발전에 따른 OTT 이용환경 개선 등을 보면 OTT가 방송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은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해외의 코드커팅 사례가 한국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국가별 유료방송사의 월간 ARPU(가입자당평균매출)는 미국 89.4달러, 캐나다 52.9달러 등이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은 26.8달러다. 우리나라는 19.1달러에 불과하다.

그만큼 가격이 낮다는 뜻인데, 고객 이탈 가능성은 작지만 회사 입장에서 수익성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LG전자의 스마트TV에서 이용할 수 있는 'LG채널'. 셋톱박스 없이 다양한 채널을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LG전자 제공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스마트TV에서 무상으로 지원하는 무료 채널도 이통 3사에게 신경 쓰이는 요소다. IPTV 상품에 가입하지 않고도 수십 개의 채널을 이용할 수 있어서다.

최근 LG전자의 무료 서비스 'LG채널'의 국내 채널 수는 지상파 3사와 CJ계열이 빠지면서 144개에서 77개로 줄었다.

이와 관련해 LG전자 관계자는 본지에 "무료방송 서비스의 특성상 콘텐트 공급업체의 사정 등에 따라 제공하는 채널의 인아웃이 상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이통 3사와 CP(채널제공자), TV 제조사 간 조율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 계약 종료에 따른 송출 중단이지만, 무료 플랫폼의 경쟁력 저하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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