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세 폭탄 어쩌나..'억울한 종부세'의 4가지 유형

김기훈 경제전문기자 2021. 12. 6.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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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의 경제TalkTalk] 서울 반포 김진식 세무사·공인중개사 ①/②
지난 11월 22일 종합부동산세 폭탄 고지서를 받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고가아파트 단지. 남산에서 바라본 모습이다./연합뉴스

지난 11월 22일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고지서가 배달되면서 ‘종부세 폭탄’을 맞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을 1년만에 다시 찾아가 보기로 했다. 고가 아파트가 많은 만큼 폭등한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든 사람들의 표정 변화를 뚜렷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1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서초구 반포본동 반포주공1단지. ‘김진식 세무회계사무소·경민부동산’을 운영하는 김진식(69) 세무사·공인중개사는 대목을 만난 듯 바쁜 모습이었다. 한 손으로는 스마트폰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계산기를 두드려가며 종부세 상담에 열중했다. 상담차 찾아온 손님들을 상대하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어 다녔다. 책상 위에는 연필로 적은 세금계산 서류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사무실 뒤로 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단지가 이주를 끝내 휑한 모습이었지만, 그의 사무실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는 재건축 때문에 내년에는 현재 사무실이 헐려 인근 프라자상가 3층으로 이전해야 하기 때문에 할 일이 태산이라고 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서 세무사와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는 김진식 세무사./김기훈 기자

김 세무사는 세무 공무원 출신의 공인중개사이다. 1978년 27세 때 국세청 공무원으로 들어가서 국세청 산하 일선 세무서에서 재산세, 상속세, 증여세, 양도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 업무를 주로 했다. 17년 정도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1990년대 말에 세무사 개업을 해 23년째 세무사로 일하고 있다. 국세청에서 일을 해 조세정책에 밝고, 공인중개사도 겸해 부동산 시장 동향에도 익숙하다. 필자가 그를 찾은 이유이다.

김 세무사는 종부세 동향에 대해 묻자 “세금 고지서를 손에 쥔 사람들이 작년에 비해 몇 배나 폭등한 세금액에 경악을 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조세 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 종부세는 아직 체계가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아서 억울하게 높은 종부세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억울한 종부세 납부자는 누구일까? 그와 마주 앉아 종부세에 대한 불만을 하나씩 물어보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종부세 불만 상담

—2021년 폭증한 종부세와 관련해 문의가 얼마나 오나?

“하루에 전화 상담이 7~8건씩, 직접 방문해 오는 고객이 5~6명 정도 된다.”

—주로 어떤 사람들이 상담하러 오나?

“반포 지역에 아파트와 입주권을 갖고 있는 다주택소유자들이다. 반포주공 1단지 사람 뿐 아니라 인근 아크로리버, 래미안퍼스티지, 반포자이 주민들도 많다. 은퇴자, 고령층, 연금생활자 등이 대부분이다. 1980년대에 아파트 1채에 2억~3억원씩, 1990년대에는 3억~4억원씩 주고 샀는데, 가격이 현재 1채에 28억~70억원까지 불어났다. 최근 2년 사이에 값이 급등했다.”

올해 종합부동산세 납부 대상자 가운데에는 종부세 세제가 미비해 억울하게 세금을 내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사진은 지난 22일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걸린 종부세 상담 안내문./뉴시스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

“고객들이 지난 여름부터 종부세에 관심을 갖고 언제쯤 고지서가 오느냐고 많이 물어 봤다. 그러다가 막상 고지서를 받아드니 세액이 너무 많아서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종부세를 2억~3억원씩 내야 하는 사람도 있다. 종부세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누구를 꼭 대통령으로 뽑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억울한 세금도 많다. 상식적인 관점에서 볼 때 과세하지 않아도 될 세금들이 부과된 것이다. 그래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2주택 이상 보유한 고액 자산가들은 보유하면 할수록 종부세가 늘어나 손실이 누적되기 때문에 팔려고 하는 분위기지만, 팔 때 내야 하는 양도소득세(양도세)를 무겁게 매기는 중과 제도 때문에 매도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고객들의 관심 사항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첫째, 세금이 너무 급격하게 올랐다고 판단해 세액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묻는 사람들이 많다. 둘째, 재산세와 종부세, 종부세와 양도소득세는 같은 소득에 대해 세금을 두번 내는 이중 과세 아니냐, 위헌 소지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도 많다.

셋째, 세액이 너무 많아 일시에 납부하기 어려운데 분납할 수 있느냐는 문의도 있다. 현재는 오는 12월 15일에 절반, 6개월 후인 내년 6월 15일에 나머지 절반을 낼 수 있다. 그런데 분납기간이 너무 짧으니 향후 몇 년에 걸쳐 나눠 납부할 수 있는 이월과세 방법이 있는지 문의해 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임 기간 동안 폭등한 주택 가격을 잡기 위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대폭 강화했다. 사진은 지난 11월 21일 '2021 국민과의 대화: 일상으로'에 참석해 국민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2021년 종부세 세액이 2020년보다 폭증한 원인은 무엇인가?

“두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는 2021년 주택 공시가격을 시가 대비 60~70%에서 90% 수준까지 상향조정 중이다. 이어 주택 공시가격에 세율을 적용하는 이른바 공정가액비율을 작년 공시가격의 90%에서 올해 95%로 상향했다. 종부세 세율도 2020년 0.5~3.2%에서 2021년에 0.6%~6%로 올랐다. 이 세가지 때문에 세액이 급증했다.

둘째, 위의 3가지 이유 때문에 폭증한 종부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세부담 상한선 규정을 두고 있다. 예컨대 1세대 1주택자는 2020년 대비 150% 이내, 2주택 이상 보유자는 300% 이내로 올해 납세할 세금액을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종부세 세제에 미비한 부분이 많아서 작년보다 10~50배나 세금 납부액이 늘어난 사례들이 등장해 국민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억울한 종부세’ ① 일시적 2주택자

—상담한 고객 가운데 ‘억울한 종부세 납세자’도 있다고 했다 어떤 사람인가?

“모두 4가지 사례를 들 수 있다. 첫째, 종부세는 전형적으로 2주택 이상 다주택 소유의 고액 자산가에게 부과되는 부유세로 알고 있지만, 고액자산가도 아닌 1주택 보유자이면서 부당하고 억울하게 세금을 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시적으로 2주택자가 된 사람이 종부세 폭탄을 맞은 경우이다.”

—구체적 사례를 들면?

“A씨는 45세 여성인데, 작년 6월 1일, 즉 종부세가 부과되는 기준 시점에 32평 아파트를 한 채 가진 1세대 1주택자였다. 그래서 작년에 재산세 442만원, 종부세 137만원, 모두 합해 579만원의 보유세를 냈다. 그는 이사를 가기 위해 작년 11월 26일에 인근 동네에 아파트를 한 채 더 샀다. 이 경우 1년 이내, 즉 2021년 11월 25일까지 종전 주택을 팔고 신규 주택으로 이사하면 1세대 1주택으로 인정 받아 양도소득세가 비과세 된다.

그런데 종부세는 양도소득세와 다르다. 매년 6월 1일을 기준으로 종부세를 부과한다. A씨는 올해 6월 1일 이후에 종전 주택을 팔면서 종부세 기준으로는 1세대 2주택자가 됐다. 그래서 올해에는 재산세 870만원, 종부세 5257만원 등 모두 6127만원의 보유세 고지서를 받았다. 보유세가 작년보다 무려 10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양도세는 1가구 1주택자로 간주되어 세제 혜택을 받았지만, 종부세는 1가구 2주택자가 되어 작년 세금액의 150%까지만 세금을 부과하도록 한 세금 상한선 혜택도 받지 못한 것이다.”

—1세대 2주택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도 올해 세금액이 작년의 300%를 넘지 않도록 하는 상한선이 있지 않은가?

“작년 2주택 보유자가 올해에도 그대로 2주택을 보유할 때에는 그렇다. 하지만 작년에 집 1채이던 사람이 올해 2채가 되면 1세대 1주택자의 상한선도, 1세대 2주택자의 상한선도 적용받지 못하고 세금 증가율이 무한대가 될 수 있다. 여기에 현행 종부세 제도의 맹점이 있다.”

—올해 2채이면 작년에도 올해와 같은 집 2채를 가진 것으로 간주해 작년 세금을 계산하고, 이에 맞춰 2주택 보유자의 상한선 300%를 적용하면 되는 것 아닌가?

“작년에 2채를 가진 것으로 간주해 작년 종부세 세액을 계산할 수 있어야 그것을 바탕으로 올해 다주택자 상한선을 적용할 수 있는데, 작년에 2채를 가진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다. 그러니 올해 2채 기준으로 계산해 산출한 종부세를 그대로 부과할 수 밖에 없다.” (필자가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김 세무사는 세무사협회에서 내려온 실무처리해설집을 펼쳐 보였다.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세무사들만이 알 수 있는 복잡한 수식과 용어가 잔뜩 써져 있었다.)

—만약 작년에도 올해와 같은 집 2채를 보유했다고 가정하고 산출하면 종부세가 대략 얼마나 나왔을까?

“작년 종부세가 대략 1200만~1300만원 정도로 올라간다. 올해에는 작년의 3배까지만 내게 되니 종부세액이 5000만원 정도가 된다. 이에 반해 A씨가 올해 통보받은 세금은 6100만원이다. 1100만원 정도를 더 내야 하는 셈이다. 그래서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일시적 2주택자 세금 제도의 문제점을 요약하면?

소득세법과 종부세법의 1세대 1주택 규정이 달라서 종부세가 거주이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 이사를 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2주택이 된 세대를 보호해 억울한 세금을 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억울한 종부세’ ② 임대주택 사업자

—'억울한 종부세' 두번째 사례는?

“B씨는 임대사업을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말을 믿고 임대사업을 하기 위해 보유 아파트를 1채에서 6채로 늘렸다. 그리고 5채로 임대사업을 해왔다. 작년까지는 임대사업을 하던 5채가 종부세 합산 대상에서 빠졌는데, 올해 임대사업 의무기간이 지나자 정부가 강제로 임대사업 허가를 말소하면서 아파트 5채를 종부세 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래서 작년에 20만원이던 종부세가 올해 1억원이 나왔다. 500배나 늘었다. 벼락을 맞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무 책임자였던 김현미 전국토교통부 장관이 주택공급확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이 사람도 다주택자 종부세 상한선인 300% 적용 혜택을 보지 못했나?

“보지 못했다. 작년에 1채 대신 6채를 갖고 있었다고 계산하고, 그 세금액의 300%까지만 부과했다면 세금액이 줄었을 것이다.”

‘억울한 종부세’ ③ 아파트 상속자

—아파트를 상속 받은 사람이 종부세를 부당하게 낸다고 하니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떤 사례인가?

“C씨는 아버지, 어머니, 언니와 함께 32평형 아파트에 오랫동안 살았다. 아버지가 1993년에 아파트를 산 뒤 가족이 같이 살았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2015년에 돌아가시면서 어머니가 20%, 언니가 20%, C씨가 60%를 상속받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에도 어머니, 언니와 함께 그 집에서 예전처럼 살고 있다. 그 아파트는 현재 시가로 약 50억원 정도 간다.”

—그런데 뭐가 문제인가?

“아버지가 살아 있었다면 1세대 1주택은 9억원까지 종부세를 내지 않는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때문에 300만원만 종부세를 내면 됐다. 하지만 상속 이후에는 어머니, 언니, C씨가 모두 1세대 1주택으로 간주되어 각자가 종부세를 별도로 내야 한다.

문제는 부부가 1주택을 공유하면 1세대 1주택으로 인정하지만 부모와 자식, 혹은 자식들끼리 공유하면 1세대 1주택 혜택을 적용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1세대 1주택으로 인정되면 9억원까지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되고, 고령자 공제와 장기보유 공제 등 다른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C씨는 그런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재산세 764만원, 종부세 846만원 등 모두 1610만원의 보유세를 내야 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도 가족들이 같은 집에 그대로 사는데, 종부세법 때문에 종부세 부담이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부모가 돌아가신 후 함께 살던 아파트를 상속 받아 그대로 살고 있는 자녀들도 이번에 종합부동산세 폭탄을 맞았다. 사진은 SBS 드라마 '상속자들'의 포스터./조선일보 DB

—제도를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C씨의 사례는 공평 과세 측면에서 보면 부당한 종부세이다. 부모가 돌아가신 뒤에도 예전의 1세대 1주택 가족 형태가 유지되면 부부 공동 소유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1세대 1주택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종부세법 개정이 필요하다.”

‘억울한 종부세’ ④ 법인의 1주택 직원 숙소

—법인들도 이번에 종부세 부담이 대폭 늘었다.

“올해부터 법인이 보유한 부동산에 대해 종부세가 강화됐다. 개인에게 주는 기본 공제 6억원도 배제하고, 주택이 1채이면 3%의 고율 단일 세율을, 2채 이상이면 6%의 고율 단일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억울한 사례가 있다면?

“인테리어 회사 D사는 서울 송파구 오금동에 직원용 숙소로 아파트를 한 채 갖고 있다. 공시가격이 3억2300만원 정도 된다. 2020년에는 종부세 부과 기준이 6억원 이상이었으므로 종부세를 낼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직원용 숙소의 경우 3억원 이하만 종부세를 면제해준다. 3억2300만원이 되다 보니 종부세 대상이 됐다. 더구나 3%의 단일 세율을 적용하다 보니 종부세가 893만원이나 나왔다. 공시가격이 2300만원만 적었어도 세금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개인의 경우에는 6억원까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므로 직원 숙소용 주택도 개인 주거용으로 보아 6억원까지 면제 기준을 올려주는 것이 합당할 것 같다. 직원용 숙소 면세 기준 3억원은 너무 규모가 작지 않은가? 개인이 1채를 소유했다면 세금이 나오지 않았을 텐데 법인이 소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영세업체가 과중한 세금 부담을 안게 된 사례다.”

영세업체들이 직원 숙소로 사용하는 아파트나 빌라도 종부세 폭탄을 피하지 못했다. 사진은 한 인테리어 공사 현장 모습./조선일보 DB

—직원용 숙소로 쓴다는 것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나? 회사 대표가 자기 집 여러 채 중 한 채를 직원용 숙소로 허위 신고할 수도 있지 않은가?

“직원용 숙소로 신고를 하려면 직원이 그 곳에 주민등록상 주소를 두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국세청에 매년 9월까지 사원용 주택임을 신고해야 한다. 회사 대표가 임의로 명의 도용을 하기 쉽지 않다.”

은퇴자와 연금생활자, 흑자 파산 위기

김 세무사는 ‘억울한 종부세’ 4가지 사례에 대해 직접 계산한 자료를 보여주며 상세하게 설명했다. 직접 상담한 사례여서 설명이 풍부했고 논리가 명확했으며 개선책도 확실했다. 김 세무사는 이어 종부세 폭탄을 맞은 사람들이 세금 낼 자금을 조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상담한 고객들 가운데 은퇴자나 연금생활자가 많다고 했다. 이들 가운데 종부세 폭탄을 맞은 사람들은 세금 낼 돈을 어떻게 마련하고 있나?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몰린 사례를 하나 들어달라?

“은퇴한 연금생활자 E씨는 반포주공 1단지에 공시지가 36억원, 시가 60억원짜리 42평형 아파트와, 공시지가 31억원, 시가 50억원짜리 32평형 아파트를 갖고 있다. 그런데 올해 재산세 2089만원, 종부세 1억8234만원, 합해서 보유세를 2억323만원 내야 한다.

현재 준비된 정기적금이 4000만원 정도인데, 친인척에게서 3000만원을 빌렸다고 했다. 종부세를 올해 12월 15일과 내년 6월 15일에 2차례 나눠서 각각 9000만원씩 낸다고 해도 당장 이달에 2000만원이 부족하다. 그래서 백방으로 뛰면서 2000만원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한다. 밤에 잠도 오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자산은 있는데 현금이 부족해 흑자부도가 날 위기에 처해 있는 셈이다. 이런 은퇴자들이 매우 많다.”

—제도를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유동성(자금)이 부족한 고액 종부세 납세자들을 위해 6개월 2회 분납 제도가 아닌 5년간 매년 1회씩 5번에 걸쳐 나눠낼 수 있는 연부연납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2억원의 종부세가 나왔다면 5년간 연 이자율 1.2%씩 적용해 매년 대략 4000만원 정도씩 내도록 하는 것이다.

이월과세 하는 방법도 있다. 국세청이 지금 종부세 2억원을 부과하지만, 납세자가 부동산을 팔 때까지 납부를 연기해주는 방식이다. 국세청이 부동산 등기부 등에 납부유예 기록을 남겨 놓았다가 부동산을 팔 때 양도세와 종부세를 함께 내도록 하는 방식이다.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 쓰는 방식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상속증여세 등 세제 정책의 실무 책임자이다. 사진은 지난 11월 2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4차 한-우즈벡 경제부총리 회의에 참석한 모습./기획재정부

—그런데 의문이 있다. 올해 세금은 그렇게 이월하더라도 내년에도 세금이 나올 것 아닌가? 그 세금은 또 어떻게 하나? 계속 연기하나?

“이 사람이 집을 안팔면 내년 종부세는 3억~5억원을 내게 된다. 그것도 못내면 결국 흑자부도 나면서 몇 년 지나면 집을 잃게 된다. 예컨대 종부세율이 집값의 5%라고 하면 10년이면 집값의 5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즉 집 2채 중 1채가 세금 내는데 들어간다. 그러니 이 사람은 결국 중간에 집을 팔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다주택 소유자는 주택을 오래 보유하면 보유할수록 더 손해 아닌가?

“주택소유로 인해 얻어지는 수익률과 주택 소유로 지출되는 비용률을 비교하면 비용률이 훨씬 높다. 오래 보유할수록 종부세 납부에 따른 손실이 누적되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

“다주택자의 경우 주택 보유로 인해 얻어지는 수익은 ①집값 상승 ②월 임대료 수입 ③보증금을 받아서 투자해서 얻는 수익이다. 반면 비용은 ①종부세 등 각종 세금 ②유지관리비 ③감가상각비 등이다.

아파트 가격이 안정세일 때 아파트나 단독주택은 투자수익률이 투자 금액의 1~2%에 불과하다. 반면 다주택자의 경우 매년 종부세로 집값의 3~5%가 나가기 때문에 비용은 투자금액의 대략 5~7%에 달한다. 수익보다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자산 가치가 갈수록 축소된다. 다주택자들 가운데에는 이번에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보고 이런 상황을 알게 됐기 때문에 만약 정부가 양도차익의 대략 60~70%에 달하는 현행 다주택자 양도세율을 일시적으로 완화해 주면 팔려고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1월 30일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다주택자의 양도세를 일시적으로 완화해 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9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국회사진기자단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율을 완화해 주면 결국 정부 정책에 맞서 버틴 다주택자가 승리하는 것 아닌가?

“그런 측면이 있다. 하지만 보유세 중과, 취득세와 재건축 단지의 토지초과이득세 부담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다시 다주택자가 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반드시 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김진식 세무사와의 대화는 고객들이 상담한 다양한 종부세 사례를 넘어, 종부세의 위헌 논란 같은 조세 정책 이슈와 ‘잘못된 종부세'를 되돌려 받는 방법으로 이어졌다.

☞ ②/②로 이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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