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관 교수의 예비 엄마 똑똑 가이드] 음식은 적게 나눠 먹고 배부르다 싶으면 그만 드세요

전종관·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2021. 12. 3.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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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입니다] 임신 초기 입덧 관리
임신 4~5주 시작해 9주때 정점.. 아무것도 안먹으면 오히려 악화
입덧 심하면 엽산 등 영양제 끊고 자기에게 맞는 음식 찾아 먹어봐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젊은 여성이 헛구역질하는 모습이 나오면 흔히 임신을 떠올릴 만큼 입덧은 임신을 상징하는 증상이다. 음식을 먹으면 구역질이 나고 심하면 구토를 하는 게 대표적인 입덧의 증상이다. 특정 음식을 생각하거나 냄새만 맡아도 증상이 나빠지기도 한다. 온종일 흔들리는 배를 타고 있는 느낌이 드는 임신부도 있다.

◇입덧 없는 여성은 드물다

입덧은 임신 4~5주부터 시작해서 9주쯤에 가장 심해졌다가 이후 점점 가라앉는다. 주로 아침에 많이 나타나고 다태임신(2명 이상 태아를 임신한 경우)에서 더 심한 경향을 보인다. 개인 차가 커서 저녁에만 증상이 있거나 일부는 임신 중기 이후까지 지속되기도 한다. 증상이 완전히 없어졌다가 임신 말기에 다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울렁거리는 느낌만 있는 경우부터 온종일 물 한 컵도 못 마시는 경우까지 임신부마다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가장 심한 상태는 계속 토하고 물을 포함해서 모든 음식을 전혀 먹지 못해 체중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탈수 현상이 심해지며 전해질 불균형이 일어나는 경우다. 곧바로 입원해야 하는 응급 상황이다. 입덧의 원인은 호르몬의 변화 혹은 심리적인 요인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입덧이 있을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적은 양의 음식을 여러 번에 나누어 먹고 포만감을 느끼기 전에 그만 먹는 것이다. 물을 포함한 음료수도 마찬가지다. 입덧할 때 좋은 음식은 따로 있지 않다. 칼로리를 공급해주면서 필요한 만큼 수분 섭취를 할 수 있는 것이면 된다.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지만 개인별로 차이가 있으니 자신에게 맞는 음식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고 해서 좋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입덧이 심할 때는 엽산과 철분을 포함해서 영양제를 끊는 게 좋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양제는 식사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에서 굳이 먹어야 할 만큼 중요하진 않다. 엽산은 임신이 된 직후에 가장 필요하고 철분은 20주 넘어서 먹으면 충분하다.

약을 먹으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우선 피리독신(비타민 B6)과 독실아민의 복합제인 ‘디클렉틴’이 있다. 이 약은 먹으면 졸리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 약으로 좋아지지 않으면 경구용 ‘메토클로프라미드’ 혹은 ‘온단세트론’을 사용한다. 입덧이 심해 이 약을 먹기가 어려우면 주사용 제제를 쓴다. 탈수 증상이 나타나거나, 탈수 증상이 없더라도 먹는 것이 충분하지 않으면 포도당액에 비타민B 복합제를 섞어 정맥주사를 하면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임신 중 약물 복용은 조심해야 하지만 이들 약은 안정성이 확인됐기 때문에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입덧, 태아 건강과 관계없어

아기에게 영양을 공급해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입덧이 심한데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음식을 먹는 임신부도 있다. 그러나 임신 10주쯤 태아는 5㎝ 정도이고, 무게는 10g도 되지 않기 때문에 임신부가 먹지 않더라도 아기가 자라는 데는 문제가 없다. 입덧이 있어도 먹어야 하는 것은 임신부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다. 먹지 못하면 기운이 없고 정상 생활을 하기 힘들다.

입덧이 심하더라도 태아의 건강과는 관계없다. 입덧이 좋아지면 유산된 것이 아닌지 불안해하는 임신부도 있다. 걱정되면 병원에서 태아 심장 박동을 확인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입덧은 무 자르듯이 갑자기 없어지지 않는다. 좋아졌다 나빠지기를 반복하면서 천천히 없어진다. 임신 11~12주를 넘어서면서 대부분 좋아지며 이전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지면 회복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면 된다. 결국 대부분은 증상이 완화되거나 좋아진다.

그렇다고 입덧을 임신 중에 거치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어떻게든 줄여줄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가까운 사람에게 받는 이해와 격려가 증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입덧으로 고생하는 임신부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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