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장사 공쳤다"..오미크론에 날아간 연말모임

고보현,한상헌,박제완 2021. 12. 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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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전파 우려에 모임 사라져
연말특수 바라던 자영업자 울상
기업 재택근무 전환 줄이어
결혼식 앞둔 예비부부 날벼락
해외로 신혼여행 사실상 막혀
서울시 "민간병상 1218개 확보"
국내에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가 발생한 가운데 2일 서울 종로 시내에서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국내에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가 발생하자 연말연시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을 계획하던 시민들의 일상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 송년회 등 단체모임과 해외여행 취소가 잇따르면서 연말 특수를 기대하던 자영업자들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시민들은 자체적으로 연말 모임과 단체행사를 취소하고 기업들은 다시 재택근무로 전환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용인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 모씨(54)는 "이번 오미크론 확진자가 경기도 거주자라는 얘기를 듣고 불안해 저녁 모임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20대 여의도 직장인 이 모씨는 "다음주에 농구 동호회에서 체육관을 대관해 모이기로 했는데 실내 시설이라 약속을 취소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 소재 기업에 다니는 최 모씨는 "회사에서 갑자기 재택근무 권고가 내려와 원격으로 일하고 있다"며 "사내에서 확진자가 나와 당분간 재택근무가 이어질 것 같다"고 전했다.

음식점, 헬스장, 네일숍 등 가게에선 업종을 막론하고 예약 취소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중구에서 일식당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이미 저번주부터 10명짜리 단체 손님 예약이 취소되기 시작했다"며 "이번주에는 아예 예약 자체가 안 들어온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송년회 시즌에 이렇게 되면 올해 장사는 공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결혼식이나 신혼여행을 앞둔 예비부부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정부가 뚜렷한 방역지침을 발표하지 않아서 이달로 예정된 결혼식의 인원 제한이나 답례품, 피로연 규모를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오는 11일에 결혼할 예정인 30대 박 모씨는 "웨딩홀에 문의해도 '방역지침이 내려온 게 없어서 조정이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지금으로선 하객들이 오든, 안 오든 식대를 모두 지불해야 할 것 같아 눈앞이 깜깜하다"고 호소했다.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김 모씨(33)는 3일 몰디브로 예정돼 있던 신혼여행을 취소하고 그 대신 강원도 정선을 택했다. 오미크론 확산 때문에 해외 입국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와 무관하게 10일간 격리하도록 한 정부 지침 때문이다. 김씨는 "현지 리조트 측에서 금액 환불을 거부해 예약금 600만원을 날리게 생겼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배낭여행, 교환학생을 계획했던 학생들도 일정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내년 2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교환학생으로 갈 예정이었던 고려대생 이 모씨(23)는 "1월에 미리 가서 집도 구하려고 했는데 비행기표만 취소하고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고 불안해했다. 유럽 여행객 카페 '유랑' 등 커뮤니티에선 회원들이 환불 절차나 여행 국가의 실시간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대학가에선 최근 대면수업 재개가 확대되고 있었지만 다시 원격수업으로 전환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서울시 병상 수를 현재 2688개에서 4099개로 확대 운영한다는 내용의 '비상 의료·방역 조치'를 발표했다. 서울시 일일 확진자가 2000명대를 넘나드는 데 더해 중증 환자 병상 가동률도 90%를 넘어선 만큼 병상 확보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판단 때문이다. 서울시는 우선 시립인 서울의료원과 서울보라매병원에서 최대한 많은 병상을 감염병 대응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미 4개 시립병원을 100% 감염병 전담으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 오 시장은 "행정명령과 민간 병원 협력을 통해 1218개 병상을 추가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에도 비상이 걸렸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단계적 일상 회복 덕분에 지난달 기준 인천공항을 찾은 일일 평균 여객은 1만1952명으로 작년 동월(6413명) 대비 86% 증가했다. 2023년부터는 일일 여객이 13만명 수준으로 회복돼 다시 흑자 시대를 열어 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오미크론 출현으로 국경 문을 걸어 잠그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이 같은 전망은 불투명해졌다. 김경욱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오미크론 영향으로 출입국 제한, 격리 등 방역이 강화되면 일정 부분 영향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부산시에도 불똥이 튀었다. 오는 1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의 첫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이 비대면으로 변경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이번 PT에서 첫 번째로 발표해 회원국들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줘 유치전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했지만 이 같은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고보현 기자 / 한상헌 기자 /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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