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 카카오, 소상공인 위한 '제로페이'까지 확장..40만 가맹점 단숨에 획득

문수정 입력 2021. 12. 1. 17:10 수정 2021. 12. 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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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발행된 성동사랑상품권으로 가맹점에서 사용하는 이용자의 모습.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카카오가 서울시 제로페이 결제까지 가져가게 됐다. 카카오가 참여한 신한컨소시엄이 서울시에서 발행되는 서울사랑상품권 위탁판매사업권을 따내면서다. 서울시는 사용자 편의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업계 안팎에서는 카카오의 ‘독점’을 우려하고 있다.

1일 서울시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모바일 지역화폐인 서울사랑상품권 판매대행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신한컨소시엄(신한카드, 카카오페이, 티머니)과 수수료율, 서비스 등에 대한 구체적인 협상에 들어갔다.

공모를 통해 사업자가 선정됐고 추후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인데도 이를 둘러싼 잡음이 아직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관련 업계 등에서는 ‘서울시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온다. 제로페이 사업이 소상공인을 지원하려는 목표로 시작된 것인데, 서울시의 예산 절감을 위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 카카오페이에 사업을 맡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연간 약 65억원의 예산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비판이 왜 나오게 됐을까. 단순히 카카오가 대기업이라 소상공인 사업에 참여하면 안 된다는 식의 반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제로페이가 출범하게 된 배경, 정착하게 된 과정, 제로페이의 현재 위상을 두루 살펴보면 카카오의 서울사랑상품권 사업 참여에 대한 우려는 설득력이 있다.

제로페이 출범 취지는 소상공인의 카드 가맹 수수료를 절감하겠다는 데 있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서울시가 주축이 돼 제로페이 사업을 구상했고, 2019년말 특수목적법인(SPC)인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이 제로페이 운영을 맡았다.

사업 초기만 해도 반응은 미미했다. 가맹점 수가 현저히 적었고, QR코드로 결제하는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편하다’는 의견이 적잖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비대면 경제가 속도를 내고,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제로페이를 활용한 모바일 지역화폐를 발행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각 지자체가 7~10%씩 할인된 금액에 지역화폐를 발행하면서 제로페이 가맹점 수와 이용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서울사랑상품권은 판매 오픈 30분 만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얻게 됐다.

이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제로페이로 결제되는 서울사랑상품권의 2년 누적 발행 규모는 1조9721억원(2020년 6510억원·2021년 1조3211억원)에 이른다. 누적 사용자 수는 132만명이고, 가맹점 수는 약 40만 곳으로 증가했다.

카카오페이가 당장 수익을 낼 수 없는 지역화폐 사업에 뛰어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40만 제로페이 가맹점이 카카오페이 가맹점으로 편입되기 때문이다. 제로페이가 2년여에 걸쳐서 성장시킨 사업을 단숨에 카카오페이가 가져가게 된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사랑상품권 가맹점 정보에 대한 권리는 서울시에 있을 뿐”이라며 “2년간 계약이 끝나면 카카오도 가맹점 정보를 다시 서울시에 내놓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설명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2년 뒤 카카오가 서울사랑상품권 사업을 그만두고 가맹점 정보를 서울시에 반납한다고 하더라도, 카카오와 기존 가맹점 간의 관계가 ‘없었던 일’이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인지도와 평판 측면에서도 카카오페이는 결제 시장에서 유리한 지점을 차지하게 됐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지난 9~10월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19개 간편결제 브랜드 평판을 소비자 빅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제로페이는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페이, 삼성페이에 이어 5위에 올랐다. 브랜드 평판 2위 사업자인 카카오페이가 5위 사업자인 제로페이를 안고 가면서 네이버페이와 격차를 더욱 좁힐 수 있게 됐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가맹점주인 소상공인들도, 소비자들도 익숙한 제로페이 시스템을 굳이 버리고 카카오페이라는 새 인프라를 깔려고 하는 게 누구를 위한 일인지 모르겠다”며 “서울시는 소상공인도, 서울시민들도 설득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지역사랑상품권법이 마련되면서 법적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공모를 진행하게 된 것”이라며 “소상공인들에게 수수료 인하라는 직접적인 혜택 뿐 아니라 간접적인 혜택도 받을 수 있도록 협상 과정에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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