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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라지만… ‘남녀 혼욕’ 정부가 나서 장려한다고?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입력 : 2021-12-01 12:43:10 수정 : 2021-12-07 09: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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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욕을 즐기는 외국인 유학생들. 니시니혼신문 캡처

 

근대화 이후 ‘미풍양속을 저해한다’ 등의 이유로 모습을 감췄던 일본의 ‘혼욕’(混浴) 문화가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일본 환경성은 자국의 전통문화인 ‘남녀 혼욕’을 계승하는 한편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관련 업계와 힘을 모아 여성이 이용하기 쉬운 환경 마련 프로젝트에 나섰다.

 

◆일본 전통문화 ‘혼욕’

 

한국에서는 ‘경악’할 일이지만 일본의 혼욕은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혼욕의 역사는 일본 가마쿠라시대(1185년~1333년) 승려들이 가난한 사람이나 환자를 포함한 서민들에게도 무료로 욕실을 개방한 것에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에도시대(1603~1867)에 들어 ‘유나’(湯女·온천 여관, 대중탕 등에서 몸을 팔던 여성)의 등장으로 의미가 퇴색해 결국 하나둘 자취를 감추게 된다.

 

1일 토호쿠신문에 따르면 과거 일본 전역에서 호황을 누린 ‘혼탕’은 지난 1993년 전국에 약 800여 개소가 운영됐지만 최근에는 300여 개소만이 남아 명맥을 유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에서도 혼탕이 자취를 감추는 건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진다.

 

요즘 시대상과 맞지 않을뿐더러 과거 애도시대처럼 남녀가 함께 목욕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가족단위 이용객이나 해외 여행객의 이색 체험 등으로 가능했다.

 

◆“젊은 세대·여성들 마음을 잡아라” 정부가 나서 장려

 

전통문화라고 하더라도 혼탕에 대한 여성들의 인식은 여전히 부담스럽고 불편한 곳이다. 몸 전체를 감싸는 목욕 수건을 이용하지만 남성과 함께 이용하는 건 불편한 게 사실이다.

 

실제 이러한 이유 등으로 여성의 혼욕탕 이용률은 남성의 20%밖에 되질 않았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달 25일 일본 아오모리시에서 업계 관계자와 온천 국립공원 사무소 관계자 등 30여명이 모여 의견을 공유했는데 선행사례로 “목욕 시 입는 옷을 의무화하자 젊은 여성의 이용이 늘었다”는 내용이 보고됐다.

 

이에 사무소는 온천 이용객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해 혼욕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목욕옷 착용 의무화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생각이다.

 

그러면서 내년부터 ‘혼욕을 계승해 나가기 위한 프로모션 사업’에 조사 결과를 반영하고 일본 환경성은 이 프로젝트를 지원하기로 했다.

 

◆혼욕문화 다시 유행할까?

 

일본 환경성까지 나서 혼욕을 활성화하는 배경에는 전통문화를 계승 목적이 가장 크지만 성적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포함됐다.

 

성적 소수자의 경우 지금도 주변 인식과 거부감 등의 차별로 대중탕이나 온천 이용이 어려운데 혼욕탕일 경우 이러한 인식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또 지금까지 ‘남성용’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도 있다.

 

젊은 여성의 이용을 높이려는 의도는 명확히 전해지지 않았지만 여성도 안심하고 이용할 환경이 마련되면 과거의 명성을 되찾지 않을까 한다.

 

한편 요즘 혼욕은 남녀노소가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옷이나 수영복을 입도록 한다.

 

이같은 이용시설은 1948년 제정된 ‘여관업법’에 따라 여관이나 온천 중 당일 이용시설인 곳에서는 부부라도 허용되지 않는다.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탓에 자칫 풍기문란으로 벌금을 물을 수 있는데 여관이나 온천시설에 마련된 ‘밀폐형 온천’을 이용하고 숙박 시설 운영 방식에 따라 혼욕이 가능하다고 전해진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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