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 중위가격 미스터리[부동산360]

입력 2021. 11. 30. 09:47 수정 2021. 11. 3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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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기, 인천 중위가격은 각각 올랐는데
한데 묶은 수도권은 하락하는 이상현상 나타나
KB국민은행 "표본에 문제 있어" 오류 인정
"전수조사 통해 중위가격 산정 검토중"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KB국민은행이 29일 발표한 11월 수도권 아파트 ‘중위가격’이 좀 이상하다. 지난달 7억9183원에서 이달 7억7387원으로 1796만원이나 떨어졌다. 문재인 정부 들어 중위가격이 100만~200만원 수준 소폭 하락한 건 몇 차례 있었지만 2000만원 가까이 빠진 건 처음이다.

헷갈리는 건 같은 기간 비싼 집이 많이 몰려 있는 서울(10억7333만원→10억8000만원)이나 최근 아파트값이 많이 뛴 인천(3억9347원→4억260만원)은 중위가격이 오히려 많이 올랐다는 사실이다. 경기도(5억8253만원→5억8190만원)는 소폭 하락했지만 미미한 변동이다. 경기도 홀로 63만원 하락한 걸 수도권 전체 1796만원 급락의 원인이라고 하기엔 뭔가 설득력이 떨어진다.

*자료:KB국민은행

찾아봤더니 이런 상황이 처음은 아니다. 2020년 5월 수도권 아파트 중위가격은 5억5206만원으로 전월(5억5309만원) 보다 103만원 하락했다. 그런데 같은 시기 수도권 세부 지역 중위가격은 한 곳도 떨어지지 않았다. 서울은 9억1998만원에서 9억2013만원으로, 경기는 3억7825만원에서 3억7958만원으로, 인천은 2억5389만원에서 2억5833만원으로 각각 올랐다.

중위가격이 해당 세부 지역별로는 상승했는데. 전체를 놓고 따졌을 때는 하락한 이상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중위가격은 우리나라 집값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근거로 삼는 ‘소득 대비 주택가격(PIR)’ 등의 근거로 쓰인다. 이를 보고 집을 살지 판단하는 주택수요자도 있을 수 있다. 수도권 중위가격은 정말 떨어진 것일까.

알다시피 중위가격은 전체 주택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가장 중앙에 위치하는 가격이다. ‘평균가격’처럼 고가주택 등 일부 주택 가격변동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는다.

서울에 5채 주택이 있다고 가정하자. 각각 30억원, 10억원, 5억원, 3억원, 2억원이다. 중위가격은 가운데 값인 5억원이다. 그런데 전체를 더해 5로 나눈 평균가격으로 보면 10억원이다. 평균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 국민은 10억원 주택을 가진 부자지만 실상은 절반 이상은 5억원 이하에 산다. 그래서 중위가격을 통해 그 사회의 집값 수준을 파악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평균의 착시’가 더 심해지는 양극화시대일수록 평균가격의 신뢰는 더 떨어진다.

그런데 중위가격에도 문제가 있다는 게 확인됐다. 서울, 경기, 인천은 상승했어도 수도권은 떨어지는 이상 현상이다. KB국민은행은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 ‘표본 선정의 오류’때문이라고 ‘쿨하게’ 인정했다. 중위가격을 작성할 때 근거로 삼는 3만여개의 표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특정지역 아파트 가격대별 표본 분포도를 그려보면 일반적으로 중위가격대에 표본이 가장 많고, 가격이 높거나 낮을수록 숫자가 줄어드는 형상이 된다. ‘항아리 모양’이다.

그런데 고가주택이 많은 서울, 중간 가격대가 많은 경기, 그리고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가 몰린 인천의 표본을 모아서 한꺼번에 분포도를 그리면, 일반적인 형태와 달리 중간가격대 표본은 홀쭉하고 가격이 높거나 낮은 쪽이 더 두터운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최근 들어 양극화가 심화한 영향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중위가격대 표본수가 급격이 감소하는 것이다.

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밀집지역. [연합]

앞서 제시한 사례를 다시 보자. 30억원, 10억원, 5억원, 3억원, 2억원의 5채가 있는 주택시장에서 30억원이 40억원이 되고, 10억원이 20억원으로 올랐다고 해도 5억원은 여전히 전체 주택의 가운데값인 중위가격이다. 5억원보다 낮은 가격대에서도 마찬가지다. 2억원이 4억원으로 올랐다고 해도, 3억원이 4억9000만원까지 올랐다고 해도 5억원은 계속 중위가격이다.

황재현 KB부동산플랫폼부 팀장은 “중위가격은 그저 전체 주택의 가운데 가격을 의미할 뿐”이라면서 “고가주택이 몰려 있는 서울이나 상대적으로 저가주택이 많은 인천에서 주택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수도권 중위가격이 함께 오르리란 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황 팀장은 “중위가격대 표본수가 적어졌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 중위가격 순위가 한두 단계만 움직여도 등락폭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표본을 새로 정하는 것보다는 전수조사를 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황 팀장은 “이미 전국 주택가격에 대한 시세 정보가 빅데이터로 축적돼 있고, 실시간으로 각종 시세 정보가 업데이트되고 있기 때문에 샘플링(표본조사)이 아닌 전수조사를 통해 중위가격을 산정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한국부동산원, KB국민은행, 부동산114 등 시세작성 기관이 작성하는 평균가격, 중위가격, 시세 변동률 등은 모두 표본 선정 등 조사방법이 조금씩 다르고, 그에 따라 결과치도 제각각인 경우가 많다. 각각 장단점이 존재한다. 한쪽만 믿기 보단 자신의 필요에 맞게 서로 비교하며 다각도로 검토하고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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