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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술꾼도시여자들' 위소영 작가 "인생 실패해도 술·친구 자신있던 내 이야기"

입력 2021-11-29 10:26 수정 2021-11-29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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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소영 작가. 사진=JTBC 엔터뉴스 박세완 기자 위소영 작가. 사진=JTBC 엔터뉴스 박세완 기자



이 정도의 뜨거운 '공감'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위소영 작가의 술과 땀과 눈물이 모두 녹아 '술꾼도시여자들'이 완성됐다.

OTT(온라인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 티빙 오리지널 '술꾼도시여자들'은 동갑내기 세 친구의 우정을 그린 12부작 시리즈다. 미깡 작가의 웹툰 '술꾼도시처녀들'을 기반으로 위소영 작가가 새롭게 만들어낸 세계가 담겼다. 술 좀 마신다고 하는 사람들, 세상 살기 팍팍하다는 걸 느끼는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이거 내 이야기잖아!"를 외치게 하며 지난 26일 막을 내렸다.

티빙을 대표하는 드라마로 자리 잡았다. 티빙에 따르면, 7·8화 공개 후 티빙 유료 가입 기여 수치가 전주 대비 3배 이상 증가하며 일일 가입기여 최고 수치를 경신했다. 시리즈가 공개된 지 9일 만에 티빙의 네이버 검색량이 약 6배 증가했다. 티빙의 유료 가입자 수를 폭발적으로 늘렸던 예능 '환승연애'의 2배에 달하는 성적표를 받았다. 또한, 역대 티빙 오리지널 콘텐트 주간 유료가입 기여 1위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메인 작가 크레딧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위소영 작가는 '술꾼도시여자들'로 깊은 공감으로 놀라게 하고, 뜨거운 인기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방송가에서 술 좋아하기로 손꼽히는 그는 자신의 경험담과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녹여 웃음과 눈물과 공감을 만들어냈다. "제가 일이 '드럽게' 안 풀리거든요"라고 털어놓으며 찰떡 캐스팅을 완성했다.

직접 만난 위소영 작가는 '술꾼도시여자들' 속 이선빈(안소희) 같았고, 또 한선화(한지연) 같기도 했고, 정은지(강지구)를 떠올리게도 했다. 또한, 위소영 작가와 '술꾼도시여자들'을 만나게 한 박순태 프로듀서가 이번 인터뷰에 동행했다.
'술꾼도시여자들' 포스터. '술꾼도시여자들' 포스터.

"이건 무조건 잘 돼" 확신 했던 '술꾼도시여자들'

-많은 시청자가 가장 궁금해할 것 같은 질문이에요. 작가님도 정말 그렇게 술을 많이 드시나요.
위소영 작가(이하 위) "대학교 다닐 때는 드라마 속 세 친구처럼 많이 마셨어요. 지금은 그렇게는 못 마시고요. 근데 대학교 때 술을 잘못 배웠어요.(웃음) 뭔지 아시죠? 한번 먹으면 정말 끝까지 마셔요. 그렇게 술 마시면서 사고도 많이 쳤어요. PD님이 매번 '자숙하고 살라'고 해요. 인터뷰에서는 할 수 없는 이야기가 많아서 차마….."
박순태 프로듀서(이하 박) "극 중 안소희 캐릭터가 작가님과 비슷해요. 강한 사람한테 강하고, 약한 사람에겐 약하고. 센 사람들에게 술 마시고 사이다를 날리곤 하죠."
위 "소희가 강한 사람에게 강하게 나가고, 불쌍한 사람은 잘 못 보잖아요. 제가 술 마시면 딱 그래요. 강한 사람을 보면 이상한 정의감에 막 들이대고, 불쌍한 사람은 그냥 두지 못해요. 소희처럼 연애할 때 불쌍한 사람 못 보는 것도, 좀 심하고요."

-역시 소희 캐릭터에 작가님을 투영한 거군요.
위 "아, 그런가요? 근데 사실 세 캐릭터 모두 제 모습이 들어가 있어요. 주변에서는 '위소영 원 투 쓰리더라'고 해요.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쓰곤 하니까요. 소희 같은 면도 있고, 지연이 같은 면도 있고, 지구 같기도 해요. 그래요. 저 '또라이'에요.(웃음)"

-'술꾼도시여자들'이 티빙을 대표하는 드라마로 자리잡았는데요. 이 정도로 잘 될 거라고 예상하셨나요.
위 "그러게요. 근데 박 PD님은 '이거 무조건 잘 돼'라고 하시더라고요. 확신에 차 계셨어요."
박 "이 일을 하다 보면 그런 예감 같은 게 들 때가 있어요. '이 감독, 이 작가, 이 대본으로 하면 무조건 된다' 같은 기분이 들어요. '술꾼도시여자들'에도 좋은 기운이 느껴졌어요. 시작하기 전부터, 캐스팅을 하는 과정에서도 이 드라마는 무조건 잘 될 것 같았어요. 어떤 기운이 몰릴 때가 있는데, '술꾼도시여자들'이 딱 그랬죠."

-어떻게 시작하시게 된 건가요.
위 "처음 박 PD님에게 '술 먹는 여자 세 명의 이야기가 있다. 이거 한번 같이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이 작품은 원작이 있었고, 저는 제가 준비하던 작품이 있어서 망설였어요.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 부담스럽기도 했고요. 근데 '이건 무조건 위소영이 안 하면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인생에서 많이 실패했거든요? 근데 술과 친구 두 가지만은 자신 있어요. '술꾼도시여자들'은 술 먹는 여자, 그리고 친구들의 이야기잖아요. 근데 참 박 PD님이 정말 잘 짜신 판이에요. 저도 저지만, 심지어 김정식 감독님은 술집을 하신 적이 있어요. 제가 이번 작품으로 김 감독님과 처음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과거에 만취한 상태에서 만난 적이 있더라고요. 이미 술잔을 기울인 두 사람이었던 거죠. 박 PD님이 '위소영과 김정식을 붙여놓으면 뭐라도 되겠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술꾼도시여자들' 스틸. '술꾼도시여자들' 스틸.

이선빈·한선화·정은지 신의 한 수 캐스팅

-캐스팅도 찰떡이었죠.
위 "배우들도 신의 한 수였죠. 사실, 세 친구 모두 저와 제 친구들에게서 따 온 거예요. 저는 제 친구들만 생각나니까, 어떤 배우가 맡으면 좋을지 잘 떠오르지 않았어요. 제 친구들 캐릭터가 진짜 특이해요. 지연이 역할의 모티브가 된 친구, 어마어마하게 사랑스러운 친구가 있어요. 지구의 모티브가 된 정신적 지주 같은 친구도 있고요. 이 세 명을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제가 예상치도 못한 신의 한 수 같은 배우들이 나타나 준 거죠. 특히 지연이 역할을 맡을 배우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항상 '하이' 돼 있고, 세잖아요. (한)선화 씨도 처음엔 힘들어했어요. 촬영을 시작하니 그 인물이 딱 돼 줬어요. 이선빈 씨도, 정은지 씨도 그렇고요."

-그런 지연 역할이 초창기 드라마의 관심도를 확 높여줬죠.
박 "한선화 씨가 이 역할을 맡기까지 고민이 많았어요. 근데 제작진은 꼭 선화 씨를 꼭 잡고 싶었어요. 절대 비호감처럼 보이게 하지 않을 거고, 정말 사랑스러운 캐릭터라고 설득했어요."
위 "대다수의 캐릭터는 한줄로 설명이 가능해요. 근데 지연은 절대 한줄로 설명할 수 없어요. 처음엔 비호감으로 비칠 수도 있고 자신을 '또라이'라고도 설명하는 인물이에요. 근데 보다 보면 그게 지연의 전부가 아니잖아요. 한줄로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인물을 연기해달라고 한선화 씨에게 요청했죠. 처음엔 선화 씨가 힘들어서 출연을 하지 않을 것 같은 거예요. 같이 술을 마시면서 제가 '안 하셔도 된다. 저도 이거 아르바이트다'라고 해버렸어요.(웃음) 그리고 '인생 진짜 '드럽게' 안 풀린다. 그래서 이거 하는 거다'라고 이야기했더니, 선화 씨가 '어머 저도 그래요, 작가님. 제가 이거 성공시켜 드릴게요'라고 하더라고요. 정말 촬영에 들어가기 전까지 완벽하게 캐릭터를 만들고 연습을 해왔어요. '저 친구도 대단한 결심을 했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위소영 작가. 사진=JTBC 엔터뉴스 박세완 기자 위소영 작가. 사진=JTBC 엔터뉴스 박세완 기자

-지구가 가장 판타지적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이런 친구가 어디 있나요.
위 "지구가 지연이에게 미친 듯이 달려가는 에피소드 있잖아요. 그게 제 친구에게 실제로 있었던 일이에요. 저한테 경찰서 가고 흥신소 직원들 오고 그런 사건이 있었어요.(웃음) 그때 지구 친구에게 전화를 했는데, 1시간 10분 거리를 32분 만에 온 거예요. 실제 경험에서 나온 에피소드였어요. 제가 술에 엄청 취해서 어느 누구가 와도 못 알아볼 때, 지구 친구가 와서 '소영아'라고 하는 한마디만 들으면 정신을 확 차려요. 하하하. 정말 정신적 지주에요.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죠."

-드라마의 성공에 대해 출연진과 이야기를 나누셨나요.
박 "아니요. 아무래도 다 만들고 방영이 된 것이다 보니, 그럴 상황이 안 됐어요. 찍으면서는 다들 OTT가 처음이라서 흥행에 관한 생각이나 예상은 하지 못했어요. 솔직히 말하면, 긴가민가였어요. 촬영을 하면서는 '그냥 재미있게 찍자'였어요. 지금은 어안이 벙벙하죠. 시즌 2 계획까지 하고 있으니까요."
위 "처음엔 알바라고 생각하고 했는데, 이렇게 됐네요. 하하하"

-원작이 있는 작품이어서, 부담감도 없지 않았을 것 같네요.
위 "처음 1, 2부가 나왔을 때는 원작 팬들에게 혹평 좀 받았죠. 미깡 작가님의 원작은 술과 안주와 소소한 일상이 담긴 작품이에요. 굉장한 매력이 있는 웹툰이에요. 드라마는 술과 세 여주인공이라는 콘셉트는 같은데, 웹툰보다 훨씬 '날아다니는' 작품이에요. 그러다 보니 원작 팬들은 드라마를 보고 실망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처음엔 서운했어요. 원작이 있는 작품을 하면 어쩔 수 없이 겪는 일인 것 같아요. 지금은 원작은 원작대로, 드라마는 드라마대로 인정을 받는 것 같아 좋아요."

-작품 속에서 퀴어 코드를 찾아내는 팬들도 있더라고요.
박 "퀴어 코드를 의도한 건 맞아요."
위 "그런 코드를 의도하고 쓴 건 맞아요. 친구들 이야기라고 말을 했지만, 캐릭터만 따온 거니까요.(웃음)"
위소영 작가. 사진=JTBC 엔터뉴스 박세완 기자 위소영 작가. 사진=JTBC 엔터뉴스 박세완 기자

"결국은 공감…술 마시면 따뜻해지잖아요"

-소희가 전라도 사투리로 걸쭉한 욕을 쏟아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위 "네, 맞습니다. 저예요. 하하하. 전라도 사투리 쓰는 유튜버 영상을 참고하긴 했어요. 이건 제가 써서 이런 장면이 나온 게 아니라, 이선빈 씨가 정말 잘해낸 거예요. 이선빈 씨가 너무 준비를 완벽하게 해와서, 감독님이 '이거 원신 원 컷으로 붙여서 내보내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할 정도였어요. 촬영할 때 한 번에 그 긴 대사를 소화하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욕하는 장면은 그간 다른 작품에서도 많았잖아요. 근데 이 작품에선 '삐' 처리 없이 다 살렸고, 선빈 씨가 연기를 정말 잘해줬어요. 티빙 덕분에 다 나갈 수 있었겠죠. OTT 최고. 디즈니, 넷플릭스, 티빙 다 최고.(웃음)"

-과감한 연기를 보여준 정은지 씨는 어땠나요.
박 "지구는 두 친구와 비교해 분량이 상대적으로 적어요. 그런데도 흔쾌히 지구 역할을 맡아준다고 해서 정말 고맙고 미안했어요. 지구가 정은지 씨가 갖고 있던 기존의 밝은 이미지와는 조금 다르잖아요. 그래서 '몸을 사리지는 않을까'하는 걱정도 있었어요. 그리고 이런 보이시하고 거친 여성 역할을 여러 작품에서 볼 수 있었잖아요. 그래서 지구 또한 어쩌면 전형적인 캐릭터가 될 수도 있었어요. 은지 씨가 전형적이지 않게, 미묘한 차이를 둬서, 뻔하지 않게 잘 해석해 연기해줬어요."
위 "박 PD님의 말처럼, 지구가 분량이 적어서 신인 배우가 맡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정은지 씨가 맡는다기에 정말 놀랐죠. 서사나 캐릭터상 퀴어 코드가 있기도 한 어려운 역할이에요. 저도 잘 감이 잡히지 않았던 지구의 면들도 잘 해석해내더라고요. 전형적인 것, 혹은 선입견을 깨부쉈어요. 허를 찌르더라고요. 은지 씨와 처음 만났는데, 대본에 적혀 있지 않은 지구의 전사를 스스로 설정해 연구해 왔던 기억이 나요. 정말 똑똑해요. 대본 리딩을 할 때부터 자기가 가진 어떤 면으로,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할지 정확히 알고 있더라고요."
위소영 작가. 사진=JTBC 엔터뉴스 박세완 기자 위소영 작가. 사진=JTBC 엔터뉴스 박세완 기자

-주요 인물 중 청일점인 최시원 씨의 강 PD 캐릭터까지 지질하게 등장해서 더 좋았어요.
위 "개인적으로 그런 지질한 캐릭터를 정말 좋아해요. 단순하게 지질한 게 아니잖아요. 지질해 보이는데 조금씩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하는 남자, 좋잖아요."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힘은 공감이죠.
위 "캐릭터는 조금 떠 있어 보일 수 있지만, 어느 순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된 것 같아요. 마음이 따뜻해지잖아요. 사람이 술을 먹으면 따뜻해져요.(웃음) 그게 딱 우리 드라마의 주제에요. 술을 마시면 따뜻해지고, 인간적인 모습이 나오죠."

-시즌 2 제작이 확정됐잖아요.
위 "열심히 대본 써야죠. 저는 술 먹고 '필' 받으면 쓰는 스타일이라서요. 하하하. OTT는 러닝타임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자유롭게 쓸 수 있어요."
박 "배우들과 스케줄을 조율하고 있어요. 내년 상반기에는 첫 촬영에 들어가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박세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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