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월세 지원.. 원룸도 없는 청춘에겐 '그림의 떡'

김정훈 기자 2021. 11. 2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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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만명에게 월 20만원 월세 지원

정부가 청년층(19~34세)에게 월세 20만원을 최대 12개월 동안 지원해 주는 ‘청년 월세 지원 사업’의 구체적인 방안을 26일 확정했다. 주거난을 겪고 있는 청년층에 도움을 주겠다고 하지만, 부모와 따로 살 형편조차 안 되는 저소득층 청년들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대학생 신모(23)씨는 “집을 나와서 학교 근처에 혼자 사는 친구들은 그래도 형편이 좀 나은 축”이라며 “원룸이라도 얻을 돈이 있어야 정부 지원금 받을 자격이 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또 본인 소득이 중위소득의 60% 이하이고, 부모의 소득이 중위소득 이하인 경우만 지원 대상이라 “최저임금만 받아도 지원을 못 받는다”는 말이 나온다. 내년 1인 가구 중위소득의 60%는 월 117만원이라 내년 최저임금(월 191만원)보다 낮다. 사회 초년생인 2030 세대 직장인 등은 혜택을 보기 어렵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24)씨는 “최저임금만 받아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테니 대학가에서 자취하는 지방 출신 대학생들 정도만 혜택을 받지 나머지 청년층에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예비타당성 조사도 건너뛰고 시행

기획재정부는 이날 재정사업평가위원회를 열고 내년 중반부터 2024년 중반까지 청년 약 15만명에게 월세 지원을 해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책정한 사업비는 총 2997억원이다.

예산을 배정할 만한 사업인지 따져보는 예비타당성 조사도 생략하고 급하게 시행하는 것도 논란이다.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면서 국고에서 300억원 이상 들어갈 경우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하지만 정부는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과 국가 정책적 추진 필요성’을 내세워 예타 조사를 건너뛰기로 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2022년도 예산안 분석’ 자료에서 이 사업에 대해 “청년층의 수요가 높은 역세권 소형 면적 임대주택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고, 임대주택 공급 등 공급 물량의 확대가 신속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임대료 인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이 사업에 대한 예산 821억원을 반영해 뒀지만, 예산안을 심의하고 있는 야당은 전액 삭감을 예고하고 있어 정부의 계획대로 월세 지원 사업이 실행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내년 청년 관련 예산만 23조원

국회에서 심의 중인 내년 예산안에는 청년 월세 지원 외에 청년 관련 예산 23조5000억원이 포함되어 있다. 올해(20조2000억원)보다 16.3% 늘었다. 예상 효과가 제대로 추정되지 않아 대선용 선심성 사업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들도 상당수다.

청년희망적금의 경우 청년이 2년간 1200만원을 적금할 경우 1년 차에 12만원, 2년 차에 24만원 이자를 더 얹어 주는 사업이다. 정부는 38만명이 가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내년 예산안에 475억원을 책정했다. 19~34세 대상이라는 연령 기준과 총급여 3600만원 이하 요건만 맞추면 돼 공무원이나 대기업 직원들의 자산 형성에 세금을 붓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단지에 있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청년 11만2000명에게 월 5만원씩 교통비를 주는 사업에도 예산 685억원이 반영되어 있다. 그러나 주무 부처인 산업부가 지난해 컨설팅을 의뢰한 결과 교통비를 지원받은 기업의 월평균 퇴사율이 0.04%포인트 줄어드는 데 불과해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안에 따르면 청년이 중소기업에 취업한 후 2년 이상 근속할 경우 청년이 300만원을 불입하면 기업(300만원)과 정부(600만원) 지원금을 합해 1200만원을 돌려주는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에 8754억원 예산이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2016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을 통해 1200만원을 받은 후 계속 해당 기업에 근무하는 비율이 68.5%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돈으로 메우는 청년 정책의 효과는 단기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월세 20만원, 교통비 5만원을 단발성으로 준다고 청년 삶이 나아진다는 보장이 있느냐”며 “청년 일자리를 만들고 청년 주거를 안정화하는 기반을 다지는 사업에 예산을 투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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