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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펜데믹이 장기화하면서 일자리의 지속성, 소득, 노동조건, 사회 보장이 모두 취약한 불안정 노동자가 급증하고 있다.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불안정 노동자는 법적 보호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서남권 서울특별시 노동자종합지원센터에서는 불안정 노동자의 실제 상담 사례를 통해 그들의 억울한 사연을 해결할 방안을 모색한다.[편집자말]
구인·구직 앱을 통해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어느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 김완판씨는 채용공고를 보고 일하러 갔던 첫날 점주와 근로계약을 통해 최소 3개월은 의무적으로 일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만약 3개월을 채우지 못할 경우, 마지막 달의 임금은 의무 재직 기간을 지키기 못한 벌로 포기하기로 정한 것입니다.

완판씨가 이에 대해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근무하던 중 집안 사정으로 3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편의점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점주에게 사정을 설명하며 퇴사를 요청하자 점주는 근로계약의 의무재직기간을 지키지 못할 경우, 1개월 분 임금을 포기하기로 한 약정을 들어 완판씨가 이미 일한 한 달 임금은 못 주겠다고 통보했습니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는 근로계약의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완판씨가 점주와 체결한 3개월의 의무재직기간과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포기하기로 한 1개월분의 임금은 근로계약을 지키지 못한 근로자에게 사용자가 요구하는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점주의 요구는 불법입니다.
 
[판례 살펴보기]

사용자가 근로계약의 불이행에 대하여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 제24조에 위반되어 무효라 할 것인 바, (중략) 임금 반환을 약정한 부분은 기업체가 근로자에게 근로의 대상으로 지급한 임금을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으로서 실질적으로는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을 예정하는 계약이므로 근로기준법 제24조에 위반되어 무효이다.(사건번호 : 대법 95다 24944ㆍ24951,  선고일자 : 1996-12-06)

일은 이미 했는데 임금은 못 주겠다고?

완판씨와 같이 경제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이가 계약을 이행하지 못했다고 당연히 지급해야 할 임금을 위약금 명목으로 주지 않는다면, 노동자는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의 부담으로 자유롭게 퇴직하지 못하고 강제로 일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근로기준법에서 이를 금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완판씨는 1개월의 임금 지급을 거부한 점주를 고용노동지청에 임금체불로 진정했습니다. 그런데 점주는 완판씨가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훔쳤다며 완판씨를 경찰에 고발해 버렸습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삼각김밥은 그냥 먹어도 좋다더니, 절도라고 신고한 것입니다.

청소년의 신분으로 두려움에 떨던 완판씨는 결국 1개월분의 임금 일부만을 지급받는 조건으로 진정을 취하하고 말았습니다.
 
편의점 카운터
 편의점 카운터
ⓒ 전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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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판씨처럼 우리 사회에서 15세에서 19세까지 중고등학교 재학 중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 노동자들은 계속하여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여성가족부의 2020년 청소년 백서에 따르면 15세에서 19세 사이 청소년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8.3%입니다. 청소년 아르바이트는 상시·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청소년의 경제활동이 되고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 조사에 따르면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중·고생 중 부당한 노동인권 침해를 경험한 비율은 47.8%에 이르며 임금 체불도 15.1%가 경험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들 중 82%는 불리한 일을 겪어도 대응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학교에서 직무교육을 통해 성실하고 근면하게 일하는 노동자의 자세는 가르치지만, 자신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권리가 훼손됐을 때 이를 지키는 방법을 알려주는 데는 소홀한 것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실제 노동 관련 교육 분량은 사회교과서 170시간 중 2시간, 일반계고 사회 과목 등에서 1시간 남짓입니다.

청소년이 비빌 언덕

서울시에서는 노동권익센터 등을 통해 청소년 노동자들의 노동인권 보호를 위한 법률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 노동권익센터에서는 청소년 알바 상담소를 운영하여 청소년 불안정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에서도 청소년 근로보호센터를 운영합니다. 카카오톡을 통해 서울시 노동권익센터의 청소년 알바상담소나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근로보호센터를 친구 추가 하면 언제든지 아르바이트 노동 피해 사례를 상담할 수 있습니다. 노무사 상담을 통해 임금체불과 부당해고,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 등의 피해에 대해 법률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외부 기관의 도움도 필요하지만, 청소년 노동자 스스로 자신의 노동인권 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를 잘 이해하고 있다면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서울지역에서는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에 근거하여 각 자치단체의 노동복지인권센터가 청소년 노동교육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 노동 관련 법과 제도 및 아르바이트 상황에서 발생하는 노동자의 권리침해에 대응하는 인권교육이 필요한 경우,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직접 고용노동부 청소년근로권익센터나 서울시 노동권익센터에 노동상담을 신청할 수도 있지만 친구들과 함께 서울노동권익센터의 서울노동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신청해 노동법 교육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10명 이상이 모임을 구성하거나, 단체에서 신청하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노무사 등 전문가가 직접 찾아가 교육을 진행합니다.

덧붙이는 글 | 불안정 노동자 사례는 서남권 서울시 노동자종합지원센터에서 발간한 <노동이 우리에게 와서: 불안정 노동 이야기>에도 실려있습니다. 이 글은 한국노총 부천상담소에서 제공한 사례와 민주노총법률원의 감수로 작성되었습니다.


태그:#불안정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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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보다는 공통점을 발견하는 생활속 진보를 꿈꾸는 소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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