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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NFT 진짜 돈 될까

  • 명순영·나건웅·김기진 기자
  • 입력 : 2021.11.19 15:38:25
  • 최종수정 : 2021.11.25 17:27:20
전년 동기 대비 매출 14% 감소, 영업이익 56% 감소.

엔씨소프트가 받아든 3분기 성적표다. 간판 게임인 리니지 시리즈와 신작 ‘블레이드앤소울2’가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해 성과가 부진했다. 하지만 실적이 발표된 11월 11일, 엔씨소프트 주가는 전일 대비 30% 가까이 급등한 78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엔씨소프트가 상한가까지 오른 것은 2015년 1월 말 이후 약 6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엔씨소프트를 단번에 상한가까지 끌어올린 주인공은 ‘NFT(Non-Fungible Token)’다.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엔씨소프트는 NFT 기술을 적용한 게임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알렸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시장에서 게임과 NFT, 블록체인 결합이 관심받는다. 엔씨소프트는 2022년 중 NFT와 블록체인을 결합한 새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준비 중이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NFT를 적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르라 본다”고 말했다.

증권가 반응은 뜨겁다. 엔씨소프트 목표주가를 올려 잡은 보고서가 쏟아져 나왔다. 실적 발표 이후 나온 리포트 대부분은 머지않아 엔씨소프트 주가가 100만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본다. 10월까지만 해도 목표주가를 내려 잡는 애널리스트가 다수였는데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NFT에 불 지핀 게임사

▷게임하며 돈 버는 모델 개발

최근 NFT 열풍은 게임사가 주도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NFT 시장에 진출했거나 관련 사업 계획을 보유한 게임사는 엔씨소프트 외 여럿이다. 위메이드가 첫손에 꼽힌다. 8월 서비스를 시작한 ‘미르4’ 글로벌 버전에 NFT 기능을 도입했다. 이용자는 게임에서 ‘흑철’이라는 광물을 캐 게임 내 코인인 ‘드레이코’와 교환할 수 있다. 이후 드레이코를 ‘위믹스(WEMIX)’라는 가상화폐로 바꿔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현금화가 가능하다. 미르4는 11월 11일 동시 접속자 130만명을 넘어서는 등 인기를 끌며 P2E(Play to Earn·게임하며 돈 버는 시스템) 모델 대중화에 큰 역할을 했다. 위메이드는 11월 23일 NFT 기반 아이템 거래소 ‘Exchange by XDRACO’ 서비스도 시작한다. 다른 게임 회사와 협력해 2022년 말까지 위믹스 토큰을 기축통화로 사용하는 게임 수를 100개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위메이드가 흡수합병한 블록체인 전문 계열사 위메이드트리는 NHN과 함께 NFT가 도입된 게임을 구상 중이다.

이 밖에 넷마블이 NFT 기술을 활용한 게임을 개발 중이다. 펄어비스 역시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을 둔 P2E와 NFT 게임 개발·서비스를 고민 중”이라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 컴투스는 2022년 서비스 시작 예정인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에, 게임빌은 ‘게임빌프로야구’에 NFT 아이템 거래 기능을 넣을 예정이다.

게임빌은 NFT 거래소 사업을 추진 중이다. 내년 1분기 서비스 시작이 목표다. 카카오게임즈도 자회사 프렌즈게임즈를 통해 NFT 거래소를 개발한다. 이 거래소에서는 게임 아이템은 물론 골프 티타임 예약권과 아이돌 팬아트 등 다양한 디지털 자산이 거래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 게임 중에서는 ‘엑시인피니티’가 주목받는다. 2018년 베트남 스타트업 스카이마비스가 내놓은 작품이다. 외모와 능력치가 각각 다른 ‘엑시’라는 NFT 캐릭터를 수집해 육성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이 과정에서 엑시인피니티 코인(AXS)을 얻을 수 있다. 이 코인은 엑시 캐릭터를 구입할 때 쓸 수 있고 현금화도 가능하다.

NFT는 게임 기업이 새로운 수익 모델을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국내 게임 기업 상당수는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냈다. 확률형 아이템은 뽑기 방식으로 판매된다. 게임사가 특정 캐릭터나 무기 등을 직접 판매하는 대신, 아이템이 들어 있는 상자를 판매하고 게이머는 이 상자를 구매한다. 게이머는 상자를 구입해 열어볼 때까지 어떤 아이템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없다. 성능이 좋은 아이템일수록 획득 확률이 낮아 상당수 게이머는 좋은 아이템을 받기 위해 구매를 반복한다. 최근 국내 게임 기업은 게임 자체의 재미나 서사 등 즐길 거리를 제공하지 않고 확률형 아이템을 이용해 쉽게 돈을 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아이템 소유권이 게임사에 있다는 것도 비판 대상이었다. 게이머가 비용을 지불하고 아이템을 구매해도 게임 안에서만 쓸 수 있고 게임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운영 정책이 바뀌면 사라질 수 있다.

P2E 게임은 아이템이나 재화 등에 NFT를 적용해 소유권을 소비자에게 준다. 소비자는 거래소를 통해 NFT를 판매하고 이를 통해 거둔 수익을 가져간다. 게임사는 거래 수수료 등 새로운 방식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NFT는 최근 게임 업계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다. 사진은 NFT 도입에 앞장선다고 평가받는 위메이드 게임 ‘미르4’. (위메이드 제공)

NFT는 최근 게임 업계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다. 사진은 NFT 도입에 앞장선다고 평가받는 위메이드 게임 ‘미르4’. (위메이드 제공)



▶디지털 세상서 희소성 추구

▷암호화폐 시장 커지며 NFT도 각광

NFT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을 뜻한다. 토큰마다 별도의 고유한 인식값이 있어 상호 교환이 불가능한 가상자산이다. 위변조, 복제가 불가능해 디지털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인증서’ 역할을 한다. 이 같은 희소성 덕에 투자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미술품, 수집품, 리미티드 에디션 제품 등에 NFT가 활용될 수 있는 배경이다.

NFT가 등장한 지는 꽤 됐다. 2017년 이더리움 기반 NFT 시초 ‘크립토키티(CryptoKitties)’가 등장하면서부터다. 크립토키티는 캐나다 게임 개발 스타트업 대퍼랩스가 개발한 가상 고양이 육성 게임이다. 다양한 가상 고양이를 수집하고 교배해 자신만의 희귀한 새끼 고양이를 만들어낸다. 이용자는 고유한 일련번호가 부여된 게임 속 고양이를 암호화폐로 사고팔았다. 2017년 말 ‘드래곤’이라는 고양이가 11만달러(1억2000만원) 상당의 암호화폐로 거래돼 화제를 모았다.

대퍼랩스는 2020년부터 미국 프로농구(NBA)와 손잡고 NFT 거래 플랫폼인 ‘NBA 톱 샷(NBA Top Shot)’ 서비스도 제공하기 시작했다. 플랫폼 이용자는 유명 농구 선수 하이라이트 영상을 짧게 편집한 콘텐츠를 거래한다. 대퍼랩스는 희소성을 유지하기 위해 NBA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제한된 수의 NFT만 판매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NFT 적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스포츠 명장면 등을 담은 영상·사진·텍스트는 물론, 가상세계 속 부동산 등에도 접목할 수 있다. 인터넷 정보망 ‘월드와이드웹(WWW)’ 창시자이자 영국 컴퓨터 과학자 팀 버너스 리는 지난 6월 30년 된 웹 소스 코드를 경매에 부쳤다. 검은 컴퓨터 화면에 1만여줄의 코드를 입력하는 모습을 촬영한 30분짜리 동영상과 소스 원본 파일, 디지털 포스터, 버너스 리 편지를 담은 NFT였다. ‘이것이 모든 것을 바꿨다(This Changes Everything)’라는 제목의 NFT는 일주일간의 경매 뒤 540만달러(65억원)에 팔렸다. 이 밖에 잭 도시 트위터 창업주의 첫 트윗 NFT는 290만달러(34억원)에,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의 최초 이력서 NFT는 2만3000달러(2700만원)에 팔렸다.

국내에서는 간송미술관이 국보(國寶)를 NFT로 만들어 눈길을 끌었다. 간송미술관은 지난 7월 훈민정음 해례본을 100개의 NFT로 만들어 판매했다. NFT 1개당 가격이 1억원에 달했는데 불티나게 팔렸다. 간송미술관은 수익금을 운영 자금, 문화재 연구 기금으로 활용했다. 문화계에서는 문화유산을 NFT화하는 것에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김현모 문화재청장은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국보 훈민정음 해례본 NFT 제작이 문화재를 대중화하는 측면이 있다”고 옹호했다. 국내에서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 NFT는 2억50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코로나19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이 빨라지며 NFT 시장이 더욱 커질 듯 보인다.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기술도 성숙하며 메타버스 시대(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메타버스가 활성화할수록 디지털 세상 내 희소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커지고 NFT가 각광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암호화폐 테더 공동창업자 윌리엄 퀴글리는 “메타버스가 향후 수년 내 인간의 삶을 크게 변화시킬 전망”이라며 “아이템 판매가 게임의 주요 수익 모델인 것처럼, NFT도 메타버스의 주요 수익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가상 고양이를 수집하는 게임인 ‘크립토키티(CryptoKitties)’는 암호화폐가 디지털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 NFT의 실질적인 첫 성공사례였다. (크립토키티 제공)

다양한 가상 고양이를 수집하는 게임인 ‘크립토키티(CryptoKitties)’는 암호화폐가 디지털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 NFT의 실질적인 첫 성공사례였다. (크립토키티 제공)



▶엔터·콘텐츠 기업 죄다 참전

▷두나무, 하이브·JYP 등 손잡아

게임 외에도 NFT에 눈독을 들이는 기업은 많다. 엔터테인먼트 쪽에서는 빅4 기획사(하이브·YG엔터테인먼트·JYP엔터테인먼트·SM엔터테인먼트) 모두 도전장을 냈다.

하이브는 11월 4일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과 NFT를 결합한 신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블록체인 업체 두나무와 합작법인을 만든다. YG엔터테인먼트는 자회사 YG플러스가 하이브·두나무 합작법인과 협력해 시장에 진출하기로 했다. JYP엔터테인먼트 역시 두나무와 손잡고 NFT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SM엔터테인먼트도 NFT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팬덤 활동에 대한 보상으로 NFT가 주어지면 팬덤 이코노미를 활성화할 수 있다. NFT는 무형자산인 팬덤을 유형의 이익으로 환산하는 장치”라고 분석했다.

문화·콘텐츠 업계에서는 서울옥션과 에이스토리, 스마트스터디 등이 흥미를 보인다. 미술품 경매사 서울옥션, 드라마 ‘킹덤’ ‘시그널’ 등을 제작한 에이스토리는 두나무와 손잡고 NFT 사업을 진행한다. ‘핑크퐁 아기상어’로 이름을 알린 콘텐츠 기업 스마트스터디는 NFT 마켓플레이스 ‘메이커스플레이스’와 함께 NFT 시장에 도전장을 낸다. 11월 16일 핑크퐁 아기상어 NFT 작품 시리즈 ‘베이비샤크 컬렉션: 넘버원’ 티저(미리보기) 이미지를 공개한 데 이어 12월 판매에 들어간다.

갤럭시아머니트리, 바른손, 아프리카TV도 발을 들였다. 갤럭시아머니트리는 효성그룹 계열사로 휴대전화 소액 결제, 신용카드 결제, 모바일 상품권 발행 등이 주요 사업이다. 자회사 갤럭시아메타버스가 11월 1일 NFT 거래 플랫폼 ‘메타갤럭시아’ 문을 열었다. 박승우 작가가 배구 선수 김연경을 모델로 두고 그린 그림 ‘Something New’가 완판되는 등 벌써 성과가 뚜렷하다. 화장품 유통, 영화 제작업 등을 하는 바른손은 자회사 바른손랩스가 11월 4일 NFT 거래 플랫폼 ‘엔플라넷’ 서비스를 시작했다. 온라인 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는 11월 3일 ‘AFT마켓’ 문을 열었다. BJ 관련 상품에 NFT를 적용해 경매 방식으로 판매하는 마켓플레이스다. BJ의 3D 아바타, 생방송 다시 보기 영상 등이 경매에 나온다.

▶NFT, 어디에 투자할까

▷메타버스 관련 암호화폐 가격 ‘급등’

NFT로 돈을 버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NFT ‘직접 투자’다. NFT 전문 옥션이나 사이트에서 거래 중인 NFT를 구매해 향후 더 높은 가격에 되파는 방식이다. 고가 미술품이나 피규어 같은 오프라인 소장품 시장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

NFT 거래가 가장 활발한 시장은 ‘컬렉션’이다. 같은 플랫폼으로 만든 디지털 작품이 여러 디자인으로 구성돼 소장 욕구를 자극한다. 캐릭터 얼굴 이미지 1만개를 NFT화한 ‘크립토펑크(Cryptopunks)’, 다양한 디자인의 원숭이 일러스트를 NFT로 만들어 판매하는 ‘보어드 에이프 요트 클럽(BAYC)’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누적 거래액이 12억달러(1조4000억원)를 훌쩍 넘어갈 정도로 거래가 활발하다. 해당 컬렉션 사이트나 ‘오픈씨(Opensea)’ ‘라리블(Rarible)’ 같은 NFT 경매 사이트에서 사고팔 수 있다.

차익도 상상 이상이다. 예를 들어 ‘크립토펑크2140번’은 지난 2월 400이더리움(약 73만달러)에 첫 판매됐는데 한 달이 지난 3월에는 750이더리움(약 118만달러), 7월에는 1600이더리움(약 376만달러)에 거래되며 5달 만에 300만달러 넘게 몸값이 올랐다.

NFT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암호화폐’를 사들이는 것도 방법이다. NFT를 기반으로 한 게임이나 메타버스 플랫폼에 사용되는 코인을 거래소에서 매입하는 것이다.

게임 코인 대장주는 ‘엑시인피니티’다. 11월 18일 기준 엑시인피니티 가격은 약 140달러로 연초 대비 2만4000% 가까이 치솟았다. 위메이드 게임 코인 ‘위믹스’는 연초 대비 4400% 오르는 등 투자자 관심이 뜨겁다. 게임 아이템 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 ‘보라(BORA, 3316%)’ ‘왁스(WAX, 2360%)’ ‘플레이댑(PLA, 1523%)’ 코인도 주목받는다.

NFT 기반 메타버스를 운영하는 ‘디센트럴랜드(MANA)’나 ‘더샌드박스(SAND)’는 최근 가격 상승폭이 가장 컸던 코인이다. 페이스북이 ‘메타’로 사명을 변경하는 등 메타버스에 ‘올인’할 것을 선언하며 기존 플랫폼 코인 가격이 급등했다.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이 2.5% 떨어지는 등 전체 코인 시장이 지지부진한 가운데서도 디센트럴랜드와 더샌드박스는 각각 400%, 340% 오름세를 보였다.

▶한쪽에서는 거품론 솔솔

▷규제 일변도 법도 개정해야

NFT가 인기를 끈다고 장밋빛 미래만을 그려서는 곤란하다.

무엇보다 버블 논란이 거세다. 세계적인 경매 업체인 크리스티가 처음으로 실시한 NFT 경매에 등장한 디지털 아트 작가의 작품 JPG 파일이 6930만달러(785억1700만원)라는 거액에 낙찰됐다. 디지털 아트로는 역대 최고가로 현존 작가 작품으로는 세 번째 기록이었다. 그런데 이 작품을 사들인 이는 NFT 투자 회사에서 일하는 싱가포르 출신 고위 임원이었다. 싱가포르의 메타퍼스(Metapurse)라는 기업 최고재무책임자인 ‘메타코반’이라는 인물이 마이크 윈켈만(활동명 ‘비플’)이라는 디지털 아티스트가 만든 ‘매일: 첫 5000일(Everydays-The First 5000 Days)’을 낙찰받았다. 암호화폐로 억만장자가 된 사람들이 디지털 아트에도 자금을 쏟아부으며 ‘자가발전식’ 버블을 만들어낸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이 작품 경매에서 암호화폐 트론 창설자 저스틴 선이 6000만달러를 써내며 경매가 상승을 주도하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아내이자 가수인 그라임스 작품 경매도 논란거리였다. 그는 디지털 그림 NFT 10점을 판매해 20분 만에 65억원을 벌어들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컴퓨터 속 데이터에 불과한 NFT에 이 같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버블이라는 의견까지 나온다. ‘50피트 블록체인의 공격’ 저자인 데이비드 제라드는 “NFT 시장은 완전히 가짜”라고 비난했고, 프레드 에르삼 코인베이스 창업자는 “NFT 시장은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과 비슷한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NFT 시장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NFT로 제작할 실물이 위작이면 이를 감별할 수단이 없다. 또한 원작자가 아니더라도 NFT를 만들고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은 시장 성장을 방해할 요인으로 꼽힌다. 배우 윌리암 샤트너는 “내 트윗이 토큰화되고, 내 허가 없이 판매됐다”고 반발했다. 지난 6월 이중섭, 김환기, 박수근 화백의 작품이 NFT 예술품으로 경매에 나온다는 소식이 있었으나, 저작권자와 유족 허가를 받지 못해 경매가 무산됐다.

일부 게임사는 유행처럼 번진 NFT 시장에 뛰어들기를 주저하는 모습을 보인다. 게임사 업데이트와 방향성에 따라 아이템과 재화의 가치가 순식간에 오를 수도, 떨어질 수도 있는 만큼 NFT도 그에 비례한 위험 부담을 안고 있어서다. 크래프톤은 “NFT가 가져오는 성과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지만, 이용자에게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 목표인 게임의 본질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어 세밀하게 연구 중”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이용자와 업계 모두 게임 재미를 찾기보다 게임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법이 NFT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로 언급된다. 일례로 국내에서는 NFT 아이템 기반 게임이 불가능하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금껏 이런 형태의 게임은 모두 등급 분류 심사에서 거절됐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28조(게임물 관련사업자의 준수사항) 2, 3항에 따라, 사행성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내에서는 등급 분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게임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관련 산업이 커지고 있다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블록체인 게임을 서비스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임위 측은 현행법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법 개정 전까지는 등급 분류 심사를 거절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NFT가 과도하게 많은 전기 사용을 유발해 전 세계 탄소중립(net zero) 추세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와 일본 금융청은 NFT를 규제 대상에 포함할지 살피고 있다.

[명순영·나건웅·김기진 기자 / 일러스트 : 정윤정]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5호 (2021.11.24~2021.11.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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