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똥으로 농사짓던 그곳..다시 열린 전세계 버킷 리스트
터키 카파도키아 여행법② 동굴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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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키도 열렸다. 한국인이 유난히 사랑하는 나라 터키도 예전 같은 한국인의 사랑을 기대하고 있다. 11월 중순 터키 정부 관광청 초청으로 열흘간 터키를 다녀왔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터키 중에서도 가장 사랑하는 카파도키아 여행법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위드 코로나 시대 전 세계가 꿈꾸는 관광지 카파도키아의 생생한 현장을 중계한다.
」
동굴 도시
카파도키아의 평균 해발고도는 1000m 안팎이다. 먼 옛날 화산 폭발로 고원 지대가 형성됐고, 차례로 쌓인 응회암과 현무암이 오랜 세월 풍화와 침식 작용을 거치며 오늘과 같은 기기괴괴하고 형형색색의 암석 지형이 만들어졌다. 외계 행성과 같은 모습의 카파도키아는 지금 이 순간에도 조금씩 달라진다고 한다.
카파도키아가 위대한 땅인 건, 이 불모의 고원 사막에 4000년 전부터 사람이 살고 있어서다. 카파도키아 역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옛날옛적 동굴에 사람이 살았었다’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동굴에 사람이 산다. 황당한 일을 겪기도 했다. 괴레메 북쪽 절벽 위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절벽에서 할머니가 문 열고 나와 빼꼼히 쳐다봤다. 할머니 집 지붕 위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던 게다.
전 세계를 여행하다 보면, 인간을 한낱 미물로 압도하는 대자연의 비경과 수없이 조우한다. 하나 그 대자연이 누천 년간 인간에 터를 내준 땅이라면 비경이라 하기 어렵다. 비경이란 문자 그대로 숨은 땅이어서다. 그럼 카파도키아는? 예외로 두자. 그렇지 않고서는 이 미스터리한 장관을 이해하기 어렵다. 카파도키아는, 4000년 전부터 사람이 떠나지 않은 천혜의 비경이다.
불모의 땅을 생명의 터전으로 일구는 전통은 오늘도 유효하다. 카파도키아의 수많은 호텔과 레스토랑, 카페가 동굴에 있다. 1000년 전 사람이 파고 들어가 살았던 그 동굴을 더 파고 넓혀 전 세계 관광객을 맞는다. 하여 카파도키아 여행은 동굴 여행이다. 동굴에서 케밥을 먹고 동굴에서 전통 차 ‘차이’를 마시고 동굴에서 잠을 자고, 1000년 전 사람이 무릎 꿇고 기도했던 동굴에 들어가 고개를 조아려야 한다.
안타깝게도 한국인 패키지상품은 1000년 묵은 동굴 도시의 겉만 훑고 지나간다. 괴메레에 한국인 패키지여행이 주로 이용하는 호텔이 있는데, 일반 비즈니스호텔이다. 현지 여행사에 따르면 동굴 호텔과 가격이 세 배 차이가 난다고 한다.
계곡 트레킹
카파도키아 동굴 도시의 대부분은 4∼11세기 기독교 유산이다. 로마의 박해와 이슬람의 약탈을 피해 숨어들었던 땅이 카파도키아 동굴이었다. 그 동굴 대부분이 지금도 남아 있다. 물 한 방 안 흐르는 협곡 바닥으로 내려가 걷다 보면 그들이 숨죽이며 살았던 동굴에 들어가볼 수 있다. 카파도키아는 열기구 체험 못지않게 계곡 트레킹도 유명하다. 협곡을 따라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조성됐다. 물론 한국인 패키지여행은 계곡 트레킹을 거의 외면한다. 기껏해야 계곡 어귀에서 기념사진만 찍고 돌아선다. 한국인 단체는 허겁지겁 카파도키아에 들어와 쫓기듯이 나간다.
카파도키아 계곡 트레킹 코스 중 세 개 코스를 걸었다. 저마다 두세 시간이면 충분했다. 개중에 비둘기 계곡도 있었다. 카파도키아의 랜드마크 우츠히사르에서 괴레메까지 이어진 4㎞ 길이의 협곡이다. 옛날 기독교인이 이 협곡에 숨어 살 때 비둘기를 키웠다고 한다. 비둘기를 날려 옆 마을과 소통했고, 비둘기 똥으로 만든 비료로 농사를 지었다. 물론 잡아먹기도 했을 테다. 카파도키아가 관광 명소로 뜬 건 1980년대 이후다. 1970년대까지 이 계곡에선 비둘기 똥을 모아 농사를 지었다. 아직도 이 협곡에는 비둘기가 많이 산다.
붉은 계곡은 이름처럼 바위가 붉어 붙은 이름이다. 일몰 명소다. 그렇지 않아도 붉은 바위에 저녁 해가 드리우니 불이라도 난 듯 계곡이 빨개졌다. 데브렌트 계곡은 ‘상상 계곡’으로도 불린다. 기이한 모양의 바위가 많아서 생긴 별명이다. 낙타, 물개, 나폴레옹 모자, 키스하는 새, 춤추는 남녀, 성모 마리아 등 바위 이름을 맞히며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론 한국인 패키지여행엔 좀처럼 허락되지 않는 재미다.
카파도키아(터키) 글ㆍ사진=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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