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잎 채소 많이 먹으면, 만성 편두통 없앨 수 있을까 (연구)

김영섭 2021. 11. 2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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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이 많은 채소를 먹고 만성 편두통을 완치한 사례가 미국 뉴욕에서 보고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적으로 10억 명이 만성 편두통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만성 편두통 환자들은 머리 한 쪽이 욱신거리고, 속이 메스껍고, 구토를 하는 등 각종 증상을 보이고 빛과 소리에 민감할 수 있다.

치료를 위해 온갖 방법을 시도해 봤지만 만성 편두통이 사라지지 않던 한 남성 환자를 대상으로, 미국 뉴욕의 한 개원의가 수행한 연구 결과가 최근 의료계와 미디어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규모 임상시험도 아닌데, 하찮게 보이는 이 연구 결과가 왜 눈길을 끌까?

UPI 통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뉴욕의 데이비드 두나예프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12년 동안 편두통을 앓던 60세 남성이 녹색 잎 채소 등 식물성 식단으로 전환한 뒤 극심한 두통에서 해방됐다고 밝혔다.

두나예프 박사는 뉴욕 이스트 세터킷(East Setauket)에서 개원의로 진료 중인 영양의학 전문가다. 그는 이번 연구 결과를 ≪영국의학저널 사례보고서(Journal BMJ Case Reports)≫에 발표했다.

그는 "이번 연구 보고서는 '자연식물식(whole food plant-based diet)'이 만성 편두통을 뒤집는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영구적인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노아 로즌 박사(노스웰 헬스 두통센터장)는 "하나의 사례 보고서에서 많은 것을 얻기는 어렵지만, 이번 연구는 약물을 쓰지 않는 증거 기반 치료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에 대한 조심스러운 낙관이다.

연구팀에 의하면 편두통은 4~72시간에 걸쳐 다양한 증상을 동반한다. 일부 편두통은 한 달에 15일 미만 발생하는 일시적인 것이다. 하지만 일부 만성 편두통은 한 달에 15일 이상 발생하는 데다, 8일 동안 심한 통증을 나타낸다.

이번 연구 대상자인 60세 남성은 두나예프 박사의 진료소를 찾기 6개월 전에 만성 편두통으로 발전했고, 매달 18일에서 24일 사이에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수시로 증상을 보였다. 그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양성 반응자이기도 하다.

그는 편두통 약으로 졸미트립탄, 토피라메이트 등을 처방받아 복용했다. 또한 초콜릿, 치즈, 견과류, 카페인, 말린 과일 등 잠재적인 '두통 유발' 식품을 모두 차단했고 요가와 명상도 해봤다. 하지만 아무 것도 효과가 없었다.

그는 욱신거리는 심한 편두통을 호소했다. 통증은 머리 왼쪽 이마와 관자놀이에서 갑자기 아주 강하게 시작돼 72시간 지속되기 일쑤였다. 또 그는 빛과 소리에 매우 민감했고 메스꺼움, 구토 증상을 보였다. 그의 통증도는 10점 만점에 10~12점으로 평가됐다. 극심한 편두통에 해당한다.

그의 전신 염증 수치는 높지 않았다. 또한 베타 카로틴의 혈중 농도가 높지 않고 정상에 그쳤는데, 이는 그가 매일 고구마를 먹었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됐다. 고구마 속에는 항 염증, 항 산화 특성을 지닌 카로티노이드라는 영양소(색소)가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 있다. 반면 시금치, 케일, 물냉이 등 잎이 많은 채소에는 카로티노이드가 많이 들어 있다.

그래서 두나예프 박사 연구팀은 그에게 매일 '염증성이 낮은 식품(Low Inflammatory Foods, LIFE)'을 먹도록 권했다. LIFE 식단은 '영양이 풍부한 전체 식품, 식물성 식단(nutrient-dense, whole food, plant-based diet)'이다.

이 요법은 매일 약 142g(5온스) 이상의 짙은 녹색 잎 채소를 날것으로 또는 익혀서 먹고, 매일 약 907g(32온스)의 녹색 LIFE 스무디를 마시게 돼 있다. 이와 함께 통곡물(전곡), 녹말 채소, 오일, 동물성 단백질, 특히 유제품 및 붉은 고기의 섭취를 제한한다.

이처럼 식단을 바꾼 뒤 두 달 만에, 그의 편두통 빈도는 매월 1일에 그치는 등 극적으로 줄었고 두통도 훨씬 덜했다. 또 그의 베타카로틴 혈중 농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마침내 그는 모든 편두통 약의 복용을 중단했다. 그의 편두통은 3개월 뒤 완전히 멈췄고, 7년 반 동안 재발되지 않았다.

한편 그에겐 알레르기 증상도 있었고, 종전 연구 결과를 보면 알레르기를 훨씬 더 잘 통제하면 편두통도 줄어들 수 있다. 그의 알레르기 증상도 개선돼 계절성 약물을 더 이상 복용할 필요가 없게 됐다. HIV 양성은 편두통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 그의 HIV 상태와 항 레트로바이러스 약물이 그의 편두통 증상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두나예프 박사는 "이번 연구 보고서는 놀라운 반응을 보인 매우 순응적인 한 환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으나, LIFE 식단은 추가로 몇몇 환자에서도 3개월 이내에 편두통의 빈도를 줄이는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물을 적절히 마시고, 혈당지수가 낮은 음식과 오메가3 지방산을 많이 섭취하면 편두통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 음식 외에 인지 행동 치료, 마음챙김, 점진적인 근육 이완 등 규칙적인 운동과 심리적 개입이 편두통 완화에 좋다는 것이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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