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차를 끌다 뛰는 아내.. 제발 이러지 맙시다 [코로나 베이비 시대 양육 고군분투기]

최원석 입력 2021. 11. 2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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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 투기 쓰레기와 길거리 흡연, 불법 주차와 각종 소음들.. 산책 한번 하기 쉽지 않네요

7년 만에 만난 아기를 하필 코로나 시대에 낳아서 기르고 있습니다. 아기를 정성으로 키우며 느끼는 부분들을 누군가는 기록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모든 부모님과 이 세상의 모든 부모님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기자말>

[최원석 기자]

이 시국에 산책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이전에 썼던 기사를 모아 놓은 한 매체에서 산책 관련된 글의 조회수가 10만을 훌쩍 넘기는 것만 보아도 뜨거운 관심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만큼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 입장에서 산책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게 아닐까. 

이 시기의 산책은 육아에 숨통을 틔우는 제일 중요한 방법이다. 하지만 이 산책도 요즘 들어서 더욱 어려워졌다. 산책길에서 아찔한 순간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일단, 무단 투기된 쓰레기들과 길거리 흡연 때문이다. 

아기의 산책길, 곳곳이 지뢰밭이 되는 이유
 
 무단 투기된 쓰레기들
ⓒ 최원석
 
위 사진은 골목 어귀의 쓰레기들이다. 대부분의 쓰레기는 음식물까지 담고 있다. 이를 또 고양이들이 헤집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냄새가 나게 되고 벌레들이 들끓게 된다. 파리는 물론이고 모기들도 이 쓰레기 더미 안에서 극성이다. 그 악취와 벌레들은 고스란히 산책하는 아기와 아기 엄마에게도 전달이 된다. CCTV가 달려 있다는 문구가 무색하게, 무단 투기한 쓰레기 더미들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곳이 많다는 것이다. 종류도 다양하다. 위에 보이는 것처럼 나무류라든지 플라스틱과 비닐은 물론이고 앞서 언급했듯 음식물 쓰레기도 섞여있다. 쓰레기봉투의 크기도 다양하고 모양도 제각각이다. 아내는 동네 곳곳에 이 쓰레기들이 방치되어 쌓여 있는 곳을 아예 외운다. 아기와 함께 먼길을 돌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이런 곳들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아기 엄마는 아기와 산책을 시작하면서 많은 이유들을 감안해서 피해가야 하는 길들을 정했다. 그중 특히 사람이 많이 몰려 있는 편의점 앞을 피한다. 몰려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횡단보도를 지날 때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아기와 산책하다가 무법으로 담배를 피우면서 길이나 횡단보도를 걷는 이들이 있다. 피할 수도 없고, 참 난감하다. 

골목의 입구를 지날 때나 횡단보도를 건널 때, 아내가 이른바 '미어캣 모드'가 되어 목을 빼고 먼저 두리번거리며 확인하는 이유다. 담배를 물고 나오시는 분들이 있는지를 먼저 꼭 확인한다. 그렇게 조심을 했음에도 유아차를 끌다가 갑자기 흡연자를 만나는 일도 생긴다. 아기 엄마는 그럴 때마다 담배 연기를 피해 유아차를 두 손으로 힘껏 쥐고 밀면서 뛰어가다시피 했다. 

집 안에 있어도, 밖에 있어도 괴롭네 
 
 무단으로 방치하거나 불법주차한 차들
ⓒ 최원석
아기의 산책을 방해하는 것들은 더 있다. 무단으로 방치하거나 불법주차한 차들도 문제다. 사진처럼 저렇게 좁은 길에 방치되거나 주차된 이륜차나 승용차를 만나면 불편해진다. 이 불법 주차된 차량들을 피하려고 했다가 오히려 큰 차량에 치일 뻔 하거나 클락션 소리를 들을 때도 있다. 아기가 클락션 소리에 놀라서 울면 그야말로 '지옥'이 펼쳐진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 베트남에 간 적이 있었다. 비대면이 필수가 되면서 배달이 더 많아져서 오토바이들이 범람하는 지금 한국의 모습은 오토바이 천국인 베트남을 떠올리게 할 정도다. 아기 엄마가 요즘 들어 큰 대로변의 산책을 망설이는 이유다. 아내는 배달이 많아지는 시간대를 고려하며 피해 산책한다. 

특히 주말이면 이 오토바이 소리들이 난무한다. 이 오토바이 소리는 생각보다 커서, 아기가 밖에 나가지 않아도 듣게 된다. 날씨가 매우 추워지고 일교차도 심해졌다. 가을의 끝자락인데도 아직 모기들이 극성이다. 안 그래도 제약이 많았던 산책을 아내가 확 줄여버린 이유다. 

산책을 가지 않고 집안에 있어도 아기는 소음에 자유롭지 않다. 코로나 이후 생활 소음이 많아져서 아기가 소음에 노출이 되기 때문이다. 집에 백색 소음 CD를 여러 장 구비해 놓고 밖이 시끄러울 때마다 아기에게 들려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아기를 위협하는 소음들은 많다. 코로나 이후, 소음이 많이 늘었다. 날씨가 추워진 것도 한몫 했을 수도 있겠다. 주택가에 요즘 들어 부쩍 소음과 관련된 날 선 공방들이 늘어난 이유다.

일례로 최근 겪은 두 가지의 사례가 있었다. 한 사건은 집 앞에서 두 일행이 싸움을 크게 했던 일이다. 결국은 경찰이 오고서야 끝이 났는데, 싸우는 분들의 목소리가 워낙 커서 아기의 귀에도 들어갔다. 당연히 아기는 놀랐다. 놀라서 우는 아기를 안고 달래야만 했다. 

또 다른 사건은 학생들이 모여서 담배를 피우면서 큰소리로 대화했던 사건이다. 길이들은 거리에서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다. 어디엔가 전화를 하는지 크게 고함을 치며 욕설을 하기도 했다. 아기는 또 울었다.

아내가 말리지 않았다면 아마 나가서 크게 혼이라도 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다른 이웃분이 신고를 하셨고, 이 일도 경찰이 오고 나서야 해결될 수 있었다. 실제로 동네 어귀에 아래와 같은 현수막이 붙기도 했다.
 
▲ ^^ ^^
ⓒ 최원석
 
이게 집에 있거나 산책을 하는 게 전부인 우리 아기가 실제로 겪어야 하는 일들이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원론적인 얘기를 하려 하는 것이 아니다. 아기와 아기 엄마들께서 이 시국에 무엇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는지, 지금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를 함께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글을 쓴다.

이렇게 어지러운 환경 속에서도 정성껏 꾸민 집안에서 아기들을 사랑으로 육아하고 계실 모든 부모님들께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 오늘도 담배 연기와 쓰레기를 피해서 유아차를 힘껏 밀고 계실 이 시대의 모든 부모님들께도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전한다. 이 시국의 어린 아이들의 귀중한 산책에서 담배 연기를 더 이상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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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추후 기자의 브런치에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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