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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식사 시간도 부족했는지 이날 오후 인터뷰 직전 매장에서 자신의 브랜드 제품 ‘뺑 오 레젱’(PAIN AUX RAISINS)과 ‘핫폭스 오리지널’(HOTFOX CLASSIQUE)에 커피 한 잔으로 요기를 했다. 그는 “평소에도 내 브랜드 제품들을 즐겨 먹는다”면서 “너무 자주 먹어서 탈”이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1983년 프랑스 파리 출생인 얀 쿠브레는 16세부터 요리와 제빵 일을 시작한 23년 경력의 셰프다. 그는 “처음에는 먹고 살기 위한 수단으로 레스토랑에 취업해 요리를 접했다”면서 “점차 내 신념과 스타일을 요리에 반영한 창작 활동을 시작하면서 본격 열정을 가지고 제과와 디저트류에 집중할 수 있는 파티셰로 꿈을 구체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 5월 프랑스 파리 공쿠르 지역에 자신의 이름을 건 ‘얀 쿠브레’ 1호 파티스리(patisserie·제과) 매장 문을 열고 그해 11월 브랜드를 정식 출범시켰다. 현재 프랑스 현지에서 얀 쿠브레 매장은 5개까지 늘었고 조만간 2개 매장을 추가 오픈할 예정이다.
토종 ‘파리지앵’(파리 시민) 얀 쿠브레는 자신의 파티스리 브랜드의 첫 해외 진출국으로 한국을 선택했다. 출판사 문학동네가 운영하는 북카페 ‘카페꼼마’와 협업을 통해서다. 지난달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해외 1호점이자 한국 1호점인 ‘얀 쿠브레 동교점’에 이어 지난 15일 2호점 ‘얀 쿠브레 신사점’의 문을 차례로 열었다. 이 밖에도 다음달 2일까지 서울 여의도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에서 ‘얀 쿠브레 더현대서울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한국 3번째 매장으로 서울 여의도 신영증권 본사 1~2층에 입점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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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간 수많은 해외 업체들로부터 협업 요청을 받았지만 느낌이 오지 않아 모두 거절해왔다”면서 “강병선 카페꼼마 대표가 ‘책이 있는 공간에서 커피와 빵을 즐기는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제안해 왔을 때 아이디어에 매료됐고, 책이 매개체가 된 ‘운명’이라고 생각해 첫 파트너사로 손을 잡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영국 런던에 레스토랑과 함께 운영하는 형태로 진출한 적은 있지만, 프랑스식 파티스리 매장과 메뉴를 똑같이 옮겨 왔다는 점에서는 한국이 세계 최초 진출”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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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쿠브레는 인공 감미료와 색소 보존료 등 화학 첨가물 없이 신선한 제철 식재료만 사용해 모든 제품을 수작업으로 생산하는 ‘자연주의’ 제과를 추구한다. 자신의 브랜드 심벌이자 자연의 야생과 자유를 상징하는 여우의 정체성과도 통한다는 것이다.
심벌 컬러인 초록 이끼색(lichen·라이켄)은 여우가 사는 자연의 숲을 상징한다. 매일 신선한 지역 특산물을 재료로 사용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그러다 보니 여름철에는 과일을 활용한 풍부한 색감의 제품이 많고, 겨울에는 초콜릿 등을 주로 사용해 따뜻하고 차분한 톤의 제품이 많다고 설명한다. 그는 “숙달된 기술 이전에 디저트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재료”라고 강조한다.
그의 엄격한 품질 기준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제품이 이른바 ‘크리스마스 여우 케이크’로 통하는 ‘뷔슈 드 노엘’(BUCHE ISATIS)이다. 크리스마스 장작을 형상화한 ‘뷔슈’(BUCHE·장작) 위에 얀 쿠브레 상징인 ‘북극 여우’(ISATIS·이자티스)가 올라간 형상이다. 5중의 겹겹이 층이 빚어낸 다채로운 맛과 오묘한 식감이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가격은 무려 95유로(13만2100원). 현재 한국 3개 매장에서 하루에 단 4개만 한정 생산·판매하는 최고급 디저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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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핫폭스 오리지널’은 여우의 폭신한 꼬리를 형상화한 소시지 빵으로 얀 쿠브레의 대표 식사빵, ‘폭스 케이크 잔두야’(FOX CAKE GIANDUJA)는 얀 쿠브레의 상징 여우 모양 케이크다. 바삭하고 얇은 빵과 바닐라 크림을 겹겹이 쌓아올린 파이 과자 ‘밀푀유 바닐라’는 얀 쿠브레 파리 매장에서 하루 50개 한정 판매하는 시그니처 디저트다. 한국 얀 쿠브레에서 생산·판매하는 모든 제품은 파리 현지 매장과 ‘같은 제품’을 ‘같은 맛’과 ‘같은 가격’(일부 제외)으로 선보이고 있다.
얀 쿠브레는 자신의 꿈을 ‘이미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이라고 말한다. 파티셰로서 고품질의 파티스리를 선보이는 자신의 역할이 곧 인생의 목표라는 소리다. 그는 “한국과 프랑스는 더 아름답고 민주적인 삶과 자유에 가치를 둔 유사한 ‘삶의 미학’을 가지고 있는 나라”라면서 “한국 소비자들의 맛에 대한 높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겸손한 마음으로 프랑스 디저트 문화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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