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축 4명 중 3명 퇴장..'세대교체' 네이버, 숙제 쌓였다

윤지혜 기자, 이동우 기자 2021. 11.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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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포털 1세대'의 퇴진…"더 멀어지겠다"던 이해진 다음 행보는?

국내 최대 인터넷기업 네이버(NAVER)의 세대 교체가 본격화됐다. '포털 1세대' 한성숙 대표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그 자리에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세대) 맏언니 격인 최수연 신임 대표가 내정됐다. 국내 인터넷 산업을 일군 선배세대가 떠나고 포털 네이버와 함께 청년기를 보낸 후배세대가 새 사령탑에 올랐다는 점에서 IT업계 던지는 함의가 적지 않다.

18일 네이버에 따르면 이사회는 신임 대표에 최수연 글로벌사업지원부 책임리더를,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사업개발과 M&A(인수·합병)를 총괄해온 김남선 책임리더를 내정했다.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지난 5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직원의 극단적 선택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일찍이 사퇴한 점을 고려하면, 네이버 주축인 CXO 4명 중 3명이 교체되는 셈이다. 남은 한 명인 채선주 최고소통책임자(CCO)의 거취는 정해지지 않았다.

이번 인사로 포털 1세대는 네이버에서 퇴장한다. IT전문기자였던 한 대표는 야후가 국내 포털시장 1위를 차지했던 1999년 토종 검색포털 '엠파스' 창립멤버로 참여해 검색사업본부장을 맡았다. 2007년 경쟁사였던 네이버에 합류한 후엔 서비스총괄이사로서 검색 외 신규사업을 진두지휘했다. 특히 웹툰·웹소설 등 콘텐츠 수익화 모델을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PC 강자인 네이버가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한 데에는 한 대표의 공로가 컸다는 의견이 주류다.

실제 한 대표가 2017년 취임한 후 네이버는 극적인 성장을 이뤘다. 글로벌 계열사 라인을 제외하고도 매출 5조, 영업이익 1조 시대를 연 것이 대표적이다. 커머스·핀테크·콘텐츠·클라우드 등도 급성장하며 올해 처음으로 신산업 매출 비중이 본업인 검색(서치플랫폼)을 넘어섰다. 무엇보다 한 대표가 주도한 온라인창업지원 프로그램 '프로젝트 꽃'은 IT업계 대표 상생 사례로 자리매김해 네이버의 갑질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는 네이버쇼핑 생태계 확대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도 했다.

/사진=김지영 디자인 기자

◆ 네이버 초기멤버 박상진·채선주, 잔류여부 관심

박상진 CFO도 네이버 초창기 멤버다. 박 CFO는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같은 삼성SDS 출신이다. 네이버가 1999년 주식회사로 독립하자 경영관리팀장으로 합류해 재무기획실장 등을 역임한 재무통이다. 2016년부터 CFO를 역임하며 네이버의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재무 전략을 짜왔다. 이에 일각에선 박 CFO가 최 COO의 뒤를 이어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맡을 것이라 본다.

CXO 중 유일하게 자리를 보전한 채 CCO의 거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채 CCO는 네이버 창업 초기인 2000년 합류해 대관·홍보·마케팅·인사 등을 두루 거쳤다. 20여년 간 네이버의 대외 이미지를 맡아온 셈이다. 최 신임 대표 내정자도 신입사원 시절에 채 CCO 밑에서 일했다.

그만큼 채 CCO의 잔류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경영진 세대교체에 동참하기위해 내정자들에게 거취를 일임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그가 사임하면 대관·홍보 공백이 커진다는 우려도 있다. 신임 경영진이 안착하려면 대외 이미지가 중요한 데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다양한 대외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관·홍보 업무 특수성을 고려하면 20여년간 채 CCO가 쌓아온 노하우를 대체할 인력이 없다"며 "아마도 회사에서 강력하게 붙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 "더 멀어지겠다"는 이해진, 다음행보는?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사진=뉴스1

이 GIO의 행보도 주목할 부분이다. 앞서 이 GIO는 지난 6월 임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지금의 어려움은 모두 저의 부족함에서 왔다"라며 "회사에서 한 발 더 멀리 떨어져 저 스스로를 냉정히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신임 경영진이 내놓을 조직개편안에 이 GIO의 다음 행보도 포함되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이 GIO는 지난 2016년 한 대표를 새 사령탑에 내정하며 본인도 이사회 의장직에서 사임한 바 있다. 북미·유럽시장에 승부수를 걸기 위해서였다. 덕분에 라인은 일본 Z홀딩스와 합병하며 아시아 최대 IT기업으로 거듭났다. 미·중 기술 패권에 맞선 네이버 '글로벌 AI R&D(연구개발) 연구벨트'도 북미·유럽·아시아로 확장 중이다.

일각에선 40대 초반 신임 경영진 선임으로 이 GIO의 친정체제가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이 GIO가 조직문화에대한 애착이 큰 가운데 본인의 다음 역할에대한 고민이 클 것 같다"면서 "신임 경영진과 상의해 내년 정기주총 전에 구상을 밝히지 않을까 싶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이번 인사는 경영쇄신 및 조직개편의 첫 단계로, 아직 구체적으로 전해진 게 없다"라고 답했다.

MZ세대 전면에 세웠지만…갈 길 먼 네이버 리더십

네이버 새로운 경영진으로 내정된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 내정자와 최수연 신임 최고경영자(CEO)/사진제공=네이버
네이버(NAVER)가 '젊은 리더십'을 앞세운 가운데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다. 연말까지 새로운 조직 문화를 만들고 해외 사업에도 더 고삐를 죄야한다. 회사 안팎에선 네이버 근무 경력이 짧아 사실상 '외부 인사'으로 분류되는 두 사람이 네이버 구성원을 하나로 끌어 모으는 게 급선무라고 분석한다.

지난 17일 이사회에서 네이버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된 최수연 책임리더는 1981년생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네이버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책임리더 이상 120명에 달하는 네이버 임원 가운데 최 내정자보다 어린 임원은 6명뿐이다.

CIC(사내독립기업)의 대표들은 모두 70년대생으로 네이버에 몸 담은지 최소 5~10년이 된 베테랑들이다. NHN 시절을 경험하긴 했어도 2019년 네이버에 재합류한 최 내정자가 매출 5조원에 달하는 IT(정보·기술) 공룡을 이끄는 것은 파격에 가깝다.

40대 초반 대표를 모셔야 하는 임원들의 마음이 불편할 수 있어 이를 달래야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솔직히 최 내정자가 네이버의 성장에 얼마나 기여 했는지 의문을 갖는 시선도 있다"며 "전권을 쥔 만큼 조직원들의 마음을 사는 것이 최 내정자가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는 '젊고 새로운 리더'를 통해 네이버를 혁신하겠다는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승부수로 읽힌다. 지난 5월 직원의 극단 선택 등 경직된 조직 문화를 세대교체로 바꿔본다는 계산이다. 최 내정자는 이 GIO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 내정자가 대규모 조직사업을 이끌어 본 적이 없다는 점은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최 내정자가 속해 있던 글로벌 사업부는 CEO 직속 조직이지만 인원이 3명뿐이었다. 본체만 4000명이 넘는 조직인 네이버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달린다. 이에 이 GIO의 영향력이 더 커진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 내정자와 마찬가지로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 내정자 역시 지난해 8월 입사해 네이버 근무 이력이 길지 않다. 두 사람이 모두 법률 전문가여서 상대적으로 IT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다는 점도 우려 요소다.

이 때문에 최고경영진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사내회사인 CIC를 강화하는 체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네이버에는 현재 서치·비즈·아폴로·그룹앤·튠·글레이스·포레스트·클로바 총 8개 CIC가 있다. 본사는 해외 투자와 사업 발굴 등에 집중하며 CIC를 관리·조율하는 식이다. 신임 경영진이 해외 경험과 M&A(인수·합병) 이력이 탄탄한 점은 긍정적이다.

두 사람은 '네이버 트랜지션 TF'를 꾸려 연말까지 새로운 조직문화 마련에도 힘써야 한다. 사내 분위기가 관료화하고 경직됐다는 지적에 따라 이를 개선하기 위한 수평적 문화가 도입될 전망이다. 한성숙 대표와 기존 경영진은 내년 3월 임기까지 업무 인수인계를 돕는다.

외부 환경도 심상찮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 문제가 떠오르면서 규제 강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당장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도입 추진과 금융 이슈 등이 상존해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의 오래된 조직 체계를 혁신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하는 등 신임 경영진에게 요구되는 역할이 적지 않다"며 "안정된 리더십을 보여줄지 관심이 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IB 스타' 출신 78년생 네이버 CFO 내정자…알고보니 DB그룹 일가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 내정자 /사진제공=네이버
김남선 네이버(NAVER) 최고재무책임자(CFO) 내정자는 IB 업계 스타플레이어로 통한다. 네이버 합류당시부터 IB업계의 이목이 집중됐을 정도로 딜메이킹 이력이 화려하다. 이번 경영진 교체에서 최수연 CEO 내정자 못지않게 김 내정자에 관심이 쏠린 것도 그 때문이다. 네이버의 글로벌 전략을 이끌 적임자로 꼽혀서다. 그런데 그의 숨은 내력도 주목을 받고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김 내정자는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택기 전 한국자동차보험 사장의 아들로 김남호 DB그룹 회장과는 사촌 지간이다. 김택기 전 사장은 DB그룹의 초대 회장인 김준기 전 회장의 첫째 동생이다.

이처럼 재벌가 인사가 주요 IT(정보기술) 기업의 C레벨에 올라선 것은 이례적이다. 통상 재벌가의 방계로 개인사업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 내정자는 반면 집안 배경과 무관하게 IB 업계에서 본인의 실력을 인정받아 최고위층까지 올라선 케이스다.

김 내정자는 법률과 금융을 아우르는 전문가다. 2004년 서울대 재료공학과, 2007년 미국 하버드 로스쿨(JD)을 졸업하고 미국 뉴욕의 로펌 크라벳, 스웨인&무어(Cravath, Swaine & Moore LLP)에서 변호사로 2년간 재직했다. 미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로펌 중 하나로 소송과 M&A(인수·합병) 등으로 유명하다.

이후 세계 최대의 투자은행 은행 라자드(Lazard)에서 투자 및 자산관리 금융 자문업무 등을 거쳐 2012년 6월부터 2017년 4월 모건스탠리 홍콩지사 부사장을 맡았다. 한국에는 2017년 맥쿼리 한국 PE 총괄 전무를 맡으며 복귀했다.

맥쿼리PE에서는 ADT캡스와 LG CNS 등 대형 투자건을 주도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2019년 맥쿼리는 SK텔레콤과 손잡고 ADT캡스를 약 2조9700억원에 사들였다. 이는 그해 국내 기업 M&A 거래 중 가장 큰 규모였다. 김 내정자는 지난해 8월 M&A팀 강화에 한창이던 네이버의 러브콜을 받고 합류했다.

김 내정자는 네이버의 북미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인수와 신세계그룹·CJ·하이브와의 지분 교환에서 키맨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왓패드 인수는 네이버의 콘텐츠를 통한 글로벌 사업 확장, 이마트·신세계 혈맹은 이커머스 분야의 강자인 쿠팡을 견제할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김 내정자의 합류로 네이버의 딜 방식과 속도가 과감해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향후 김 내정자는 풍부한 투자, IB 경력을 살려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와 네이버웹툰 등의 미국 상장을 주도할 전망이다. 전 세계 이용자만 각각 2억명, 1억6700만명에 달하는 이들 플랫폼은 네이버의 미래를 이끌어갈 핵심으로 평가 받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김 내정자의 집안이 좋다는 얘기는 공공연하게 있었지만, 경력이나 실력이 워낙 탄탄해 별다른 잡음은 없었다"며 "일부에서는 오히려 김 내정자의 선임을 두고 상당한 기대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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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혜 기자 yoonjie@mt.co.kr, 이동우 기자 canel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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