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가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거리엔 연말연시 색깔이 짙어지기 시작합니다. 성탄절이 지나고 세밑이 되면 이제 내년의 동물에 대한 뉴스들도 등장하겠죠? 내년은 무슨 띠 해일까요? 십간 십이지를 머릿속에 계산해두고 다니는 분들이 많지 않은 이상 선뜻 대답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미국 우정사업본부가 내년에 가장 먼저 발행할 신상우표인 호랑이우표. /USPS 홈페이지

저도 마찬가지였는데, 뜻밖에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 일찌감치 답(호랑이)을 알려줬습니다. 미국 우정사업본부(USPS)에서 내년에 출시할 우표목록을 최근 발표했어요. ‘1타’가 바로 호랑이 우표입니다. 내년이 호랑이의 해인 임인년이거든요. USPS는 재작년부터 아시아 국가과 아시아 출신 이민자들이 쇠는 음력 설을 맞아 십이지 동물 우표를 발행하기 시작했는데요. 올해가 그 세번째입니다.

카밀리에 추와 안토니오 알칼라 두 디자이너가 협업했습니다. 호랑이의 디자인이 좀 낯설고 이국적이죠? 중국이나 동남아의 민속 퍼레이드에 어울릴법한 분위기입니다. 우리에게 호랑이는 백두산과 시베리아의 설원을 누비는 고독한 야수이자 영험한 산신령의 이미지로 친숙합니다. 여기에 인도 밀림을 호령하는 벵골호랑이 정도가 알려져있죠. 하지만 호랑이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곳에 분포해있습니다. 아무르호랑이(시베리아호랑이 또는 한국호랑이)는 우리에게 친숙해도 너무 친숙한 종이니 우선 세계 각지에 분포하는 다른 호랑이들을 간단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호랑이는 시베리아가 원산지로 각 지역으로 뻗어나가면서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이게 됐죠.

◇아모이호랑이

중국의 한 동물원에서 사육 중인 아모이호랑이. zooinstitutes 홈페이지

동남아와 가까운 중국에 살고 있어 남중국호랑이라고도 합니다. 꼬리를 제외한 몸통길이는 최대 1.8m로 아무르호랑이보다 많이 작습니다. 마오쩌둥이 통치하던 1950년대 중국 정부가 해로운 짐승으로 퇴치에 집중하면서 수난을 겪었다고 하네요.

◇벵골호랑이

아무르호랑이와 더불어서 호랑이계의 양강으로 꼽힙니다. 디즈니 만화 ‘정글북’에 나오는 사악한 호랑이 ‘쉬아 칸’의 모티브가 됐죠. 꼬리를 제외한 몸통길이가 최대 2.1m까지 자라서 아무르호랑이 다음으로 덩치가 큰 종류입니다. 다른 종류들보다 털길이는 짧되 색깔은 선명한 것이 특징입니다.

◇수마트라호랑이

어두운 털깔이 특징인 수마트라호랑이. /스미스소니언동물원 홈페이지

호랑이는 시베리아를 고향으로 두고 서쪽과 남쪽으로 서식지를 넓혀갔습니다. 더운 지방에 사는 종류일수록 몸집은 작아졌죠.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 사는 이 호랑이는 그런 흐름을 보여주는, 가장 작은 덩치의 호랑이입니다. 꼬리를 제외한 몸통길이는 최대 1.7m정도입니다. 가장 덩치가 큰 아무르호랑이의 77%정도죠. 다른 종류들보다 털빛깔이 상대적으로 어둠침침하고, 얼굴 털은 기다랗습니다. 거친 열대우림의 식물들에게서 보호하기 위해서로 보여집니다.

◇인도차이나 호랑이

미얀마·라오스·태국 등 동남아 내륙에 걸쳐 서식하는 종입니다. 중국 윈난성과 베트남, 캄보디아에서도 서식 기록이 보고됐거나 보고되고 있습니다. 인도 벵골호랑이와 거의 비슷하지만, 덩치가 약간 작은 이 호랑이는 인간들이 그어놓은 국경 기준으로 보면 가장 많은 나라들에 걸쳐서 사는 호랑이 종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없어진 호랑이들.

디즈니 만화영화 ‘알라딘’에서 자스민 공주의 듬직하고 사랑스러운 ‘라자’를 아시나요? 알라딘의 배경지를 생각하면 라자는 아마도 카스피호랑이(페르시아호랑이)였을 것이 확실합니다. 지구상의 호랑이중 가장 서쪽, 그리고 시베리아 못지 않은 척박한 이란과 중앙아시아 고원 지역에 살던 카스피호랑이는 그러나 밀렵과 서식지 파괴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동남아 특산종인 자바호랑이 역시 멸종한 것으로 알려져있고요.

◇유독 격변이 많았던 호랑이해 내년엔 무슨 일이?

어느 해든 큰 사건 사고는 일어나기 마련이었지만, 유독 호랑이해에는 대한민국 연표에 기록될만한 기념비적인 사건들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국민들을 열광시킨 경사도 있었고, 그 반대로 온 나라를 비탄에 빠뜨린 경우도 있었죠. 굳이 조선시대나 삼국시대까지 거슬러오지 않아도 그렇습니다. 우선 갑인년이던 1974년을 볼까요? 이 해 광복절은 아마 대한민국 역사에서 가장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던 날일 것입니다. 한국에 지하철 시대를 열어준 서울 지하철 1호선(서울역~청량리) 개통 축하기념식이 열리던 중에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가 피살되는 일이 일어났죠. 1986년 병인년에는 제10회 아시아 경기대회가 서울에서 개최됐습니다. 지금은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서 가물가물해진 행사이지만, 당시에는 2년 앞으로 다가온 서울올림픽을 앞둔 ‘총예행연습’ 성격이 강해서 정말 온 나라가 긴장과 설렘 속에 대회를 치렀습니다. 홈 어드밴티지도 있었지만, 그 땐 중국과 치열하게 금메달 경쟁을 벌여 정말 간발의 차이로 종합우승을 놓치기도 했었죠. 다시 열 두 해를 건너뛴 무인년 역시 역사의 한 페이지를 기록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IMF 구조조정의 한복판에서 박세리 선수가 ‘맨발의 투혼’으로 LPGA 무대를 평정하다시피 하며 골프 코리아의 막이 본격적으로 올랐습니다.

경남 진주의 한 동물원에서 우리를 탈출한 호랑이가 사살된 소식을 전한 1998년 2월 12일자 조선일보 사회면 지면.

하지만, 이 해 충격적인 발생했습니다. 경남 진주의 한 동물원에서 새끼를 낳은 암컷 호랑이가 우리를 탈출했다가 사살된 일이죠. 사람의 안전을 위해서 신속하게 행동해야 했다는 점은 비난해선 안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 비극적인 행동이 하필 호랑이해 초입에 벌어졌다는 점, 그리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끔 왜 사전에 세심하게 예방하지 않았느냐는 자책과 비탄이 뒤따랐습니다. 다시 열 두 해를 건너뛴 2010년 경인년도 격동의 한 해이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이해는 특히 안보에 있어서 비극과 스포츠계의 희소식이 연달아서 들려왔습니다. 김연아가 피겨스케이팅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르고, 이상화·모태범·이승훈·이정수 등이 금빛 레이스를 펼쳤던, 밴쿠버 올림픽이 이 해 2월에 열렸습니다. 하지만 그 기쁨의 소식도 잠시 한 달 뒤에 벌어진 북한의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전국은 비탄과 분노에 빠집니다. 넉 달 뒤 열린 남아공 남자축구 월드컵에서 한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원정대회에서 16강 진출에 성공하면서 국민들에게 뜻깊은 위로의 선물을 줬습니다. 그러나 다시 다섯달 뒤 벌어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대한민국은 몸서리를 쳐야 했죠. 이제 다시 12년이 흘렀습니다. 다가올 임인년 우리나라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요? 우선 모두의 관심은 3월에 열릴 대통령선거에 쏠려있겠죠. 모쪼록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큰 일’들이 많이 일어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