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보름치뿐.. "농어촌 버스도 멈추나" 주민들 발 동동
"병원·읍내 어떻게 가나" 불안감
기사들도 일감 끊길라 '전전긍긍'
경북·전북 등 보름~한 달치 보유
지자체 "손 쓸 도리 없어" 한숨만
정부 "환경 안전성 검증 안 돼"
산업→차량용 일단 전환 않기로
"대체 차량·격일 운영 고려해야"
16일 오전 8시쯤 경북 예천군 용궁면 한 마을버스 정류장에 동네 어른들이 모였다. 이들은 생전 처음 듣는 ‘요소수’ 때문에 유일한 교통수단인 농어촌버스가 멈춰 설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걱정을 했다. 이 마을 주민들은 하루 4차례 운영하는 농어촌버스가 끊기면 외지와 ‘두절’된다. 마을에서 예천 읍내로 가려면 승용차로 25분 거리(15㎞)이지만 대부분 주민들은 차가 없어 요소수를 넣는 농어촌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병원에 가거나 장을 보려면 버스를 타고 읍내까지 나가야 해. 요소수가 떨어져서 버스가 멈추면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지. 그냥 갇혀버리는 거야.”
이 마을에서 홀로 사는 김모(82)씨는 버스 운행 중단으로 외지와 왕래가 끊기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요소수가 필요한 농어촌버스는 모두 209대다. 23개 시·군에서 1만ℓ의 요소수를 보유 중이며 보름 정도 쓸 수 있는 양에 불과하다.
다른 지자체 사정도 비슷하다. 충북의 농어촌버스는 192대로 요소수 보유량은 1만1984ℓ다. 하루 평균 요소수 516ℓ를 사용하는데, 남은 보유량으로는 한 달 남짓 쓸 수 있다. 전남은 1800대의 버스 가운데 농어촌버스와 시외버스 등 715대가 요소수를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요소수 비축 물량으로는 이달 말까지 사용 가능하다. 전북 역시 현재 운영 중인 182대의 농어촌버스 중 108대(59.8%)에 요소수가 들어간다. 빠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 달 말이면 요소수가 동나면서 농어촌 주민들의 발이 묶이게 된다.
지자체들은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지만 뾰족한 방안이 없다. 매일 요소수 보유량을 확인하고 관련 업체에 협조를 구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요소수 품귀 현상이 전국적인 문제인 만큼 물량 확보가 쉽지 않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요소수 확보를 위해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전무하다”면서 “정부 정책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산업용 요소수는 차량용보다 국내 재고가 여유로운 편이다. 이 때문에 국립환경과학원은 산업용을 차량용으로 적용하려 제철소, 화력발전 등에 쓰이는 요소를 차량용 요소수 농도(32.5% 내외)에 맞춰 시료로 제조하고 주행시험까지 거쳤다. 지난 2일부터 11일간 자동차 대기오염물질 배출 결과를 검토한 결과, 독성물질인 알데히드는 시료에 따라 차량용보다 배출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정확한 안정성 평가를 위해 추가시험을 진행하기로 했다.
안동·전주·청주·무안=배소영·김동욱·윤교근·한승하 기자, 박유빈 기자 sos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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