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백상희를 꽉 차게 만든 것들

2021. 11. 1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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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희는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새로운 얼굴, 새로운 작품을 꿈꾼다.



[박찬 기자] 공백기를 딛고 새로운 고점에 다가설 때, 그 주역이 누가됐든 지금의 순수함은 아름답고도 명백하다. 배우 백상희가 걸어온 공백기 또한 그 과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지난 2년이라는 시간은 배우로서 불투명한 순간이기도 했지만, 앞으로의 발자취를 넘어설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고.

“한동안 연기를 쉬고 있는데 불현듯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그때부터 나는 연기를 해야 행복한 사람이고, 연기를 통해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라고 굳게 믿었어요” 걱정과 불안, 혼란의 과정을 넘어선 그가 지난 2년에 대해 새로이 회상했다.

이후의 백상희는 산뜻하고도 뜨겁게 다시 연기에 다가서는 중이다. 실제로 만난 그는 차기작에 대한 열망과 욕심으로 단단히 굳혀진 모습이었다. “배우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디서나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그런 연기자로서요” 이제는 새로운 고점으로 나아갈 그에게 지금 목표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천천히 물었다.

Q. 무표정일 때의 얼굴이 꽤나 아름답다는 생각에 차분한 무드를 꾸려봤다. 촬영은 어땠나

“화보 촬영을 해본 경험이 많지 않아서 걱정이 컸다. 포토그래퍼 작가님을 포함한 촬영 스태프분들 덕분에 수월하게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 정말 다행이다(웃음)”

Q. 배우라는 말은 이제 좀 익숙해졌는지

“익숙하다가도 낯선 단어가 ‘배우’다. 노력하고 도전할수록 어려운 직업이라고 해야 할까. 그 낯선 무게감이 느껴지는 만큼, 아직은 나 스스로를 배우로서 정의하기 힘들다. 더욱더 노력해야 한다”

Q. 지금의 연기 활동이 내게 잘 맞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그 작품 속 역할과 감정에 이입하는 것. 특히 현장 내 카메라 앞에서 더 집중이 잘되는 편이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말이다(웃음)”

Q. 그렇다면 배우로서 첫발을 내디뎠던 작품을 기억하고 있나

“이윤기 감독님이 연출하셨던 ‘남과 여’ 작품이다. 나는 작중 전도연 선배님의 숍 막내 직원으로 출연하게 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떨리는 기분도 없이 마냥 재밌었던 것 같다(웃음)”

Q. 그때와 비교했을 때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물론 익숙해진 부분도 했지만 시간이 쌓일수록 부담감 또한 적지 않다. 그때마다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라는 압박감도 든다. 물론 그 과정을 이겨내고 발전하는 것이 나의 연기자로서의 몫이다”

Q. 한국체대 무용과 출신이라고 들었다. 어떤 계기로 전공이 아닌 연기자의 길에 들어서게 됐나

“사실 정말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하고 싶어 꼼꼼히 준비했지만 그땐 참 소심한 성격이었다. 그렇게 대학교에 입학한 이후 20대 중반이 지나고 나서야 ‘이 시간을 넘어서면 다시는 도전하지 못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 거다. 이젠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거라는 생각에 조금 늦은 나이로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


Q. 아마 대중들은 KBS 2TV ‘슈츠’를 통해 처음으로 백상희의 얼굴을 알게 됐을 것이다. 비밀스러운 여인 ‘은영’ 역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그때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었다. 씬 스틸러가 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그저 기회가 주어진 만큼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그런 마음. 물론 그만큼 정신도 없었지만 말이다(웃음). 당시에도 내 연기력이 너무 부족하다고 느껴서 스스로 아쉬운 부분이 컸다”

Q. 특히 어떤 부분이 부족하다고 느껴졌나

“표현의 스펙트럼이 너무 좁다는 것. 현장에서 감독님이 요구했던 사항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그때 부족한 부분을 깨닫고 나니, 다음 촬영 때부터는 더 수월하게 작품에 돌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Q. 어떤 작품에 도전하든 ‘나 자신이 부족하다’라고 자각하는 습관이 있나

“생각해보면 항상 그랬던 것 같다. 절대 내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는 편이다. 카메라 앞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작품 속 배역을 연기하는 순간 자체는 정말 행복하지만 아직은 부족한 게 더 많다”

Q. 그러면 매 작품에 임할 때마다 성장하고 있는 부분도 있을 텐데

“작품에 돌입할 때마다 새로운 감독님, 새로운 배우들, 새로운 이야기를 담게 되지 않나. 그런 부분에서 항상 내 안의 가치를 새로이 발견하고 적어 내려가는 것 같다. 그만큼 현장 위의 경험은 내게 값진 시간이고,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Q. tvN ‘미스터 선샤인’ 때는 어땠나.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는데 분량에 대한 아쉬운 부분이 클 것 같다

“재미없는 답변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슈츠’를 촬영할 때와 같은 심정이었다(웃음). 내게 이 기회를 안겨 주신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한 마음. 급박하게 연락이 와서 출연하게 된 작품인 만큼 기대감 또한 없었고, 내 작품이 될 것이라는 생각 또한 못했다”

Q. 올해 상반기에 마무리된 JTBC ‘시지프스 : the myth’ 속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상처받은 여성을 연기하는 모습, 딸을 위해 가정을 지키려 하는 모습을 공감하기 위해서 노력한 것이 있다면

“이 작품 같은 경우에는 진정 내가 엄마가 된다는 생각으로 임했던 것 같다. 우리 엄마가 날 위해 희생하셨던 것처럼, 나 또한 작품 속에서 그런 사랑을 보여드리고자 노력했다”


Q. 작품에 임하면서 마음에 특별히 남았거나 배우로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고 생각되는 장면

“KBS Story ‘시간이 멈추는 그때’ 촬영이 기억난다. 세상에 상처받고 난 뒤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연기했는데, 당시 ‘나도 다양한 감정의 얼굴을 지닌 사람이구나’라고 느꼈던 것 같다. 내게도 새로운 가능성이 있다는 걸 발견한 작품이다”

Q.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나 배역

“최근에 액션 영화를 자주 보는데, 그중에서도 김옥빈 선배님의 ‘악녀’ 속 ‘김숙희’ 역처럼 카리스마 있고 날 선 역할에 관심이 많아졌다”

Q. 평소엔 차분하고 잔잔한 외면을 갖추고 있는 만큼 더 극적인 결과물이 될 것 같다

“그렇다(웃음). 내 안에 어떤 감정이 숨겨져 있는지 한번 파헤쳐보고 싶다”

Q. 연기란 자신과의 깊은 대화가 필요한 장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에 대해서 좀 더 깊게 알게 되지 않나. 자신이 생각하는 백상희는 어떤 사람일까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사람. 일상 속에서의 나는 감정에 정말 충실하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솔직하게 표현하는 편이다. 실제 작품 속에서도 그런 역할을 맡아 보고 싶은 욕심도 있다. 어떤 모습이든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그런 배우로서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의 나는 정말 소심했다. 하고 싶은 게 있어도 제대로 말도 못 하고, 그저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꾹 참아왔던 기억이 있다(웃음). 그래서인지 몰라도 진솔한 감정에 대한 애정이 크다. 배우가 되고 난 이후로는 더욱더”

Q. 내성적인 성향이라면 더욱더 연기에 도전하기 쉽지 않았겠다

“그래서 늦게 시작하게 된 거다(웃음). 계속 생각하고 망설이기만 하다가 시간을 놓쳤다”

Q. 2년간의 연기 공백기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다시금 움직이게 됐나

“그때 연기 생활에 대해 처음으로 깊게 고민했던 것 같다. 나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여러 가지 조건들이 따라줘야 이어나갈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동안 연기를 쉬는데 불현듯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나는 연기해야 행복한 사람이고, 연기를 통해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라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기점으로 다시 여러 작품 오디션을 나서며 이번 차기작을 만나게 된 거다”

Q.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익숙함에 취해 자만하지 않고 경솔하게 행동하지 않고자 노력한다. 물론 끊임없이 노력해도 부족한 부분은 있더라. 워낙 성격이 덜렁거리는 편이라서(웃음)”

Q. 일상생활 속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하루

“무념무상인 하루. 쉬면서 다른 생각을 하면 쉬는 것 같지가 않다. ‘멀티’가 잘 안되는 편이라서 하나에 집중하곤 한다. 요리면 요리, 필라테스면 필라테스 이런 식으로. 요즘엔 플레이스테이션에 빠져서 게임도 재밌게 즐기고 있다(웃음)”

Q. 어렴풋이 그리는 연기자로서의 목표

“배우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배우가 되는 것. 그런 배우가 되기 위해선 꾸준한 노력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Q. 여러 작품에 꾸준히 얼굴을 비추다 보면 분명 더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랬으면 좋겠다. 2년간의 공백기를 가진 만큼 그 수식어가 더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도 있는 것 같다”

Q. 그래도 그 시간 동안 내디딜 수 있는 에너지를 어느 정도 비축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 그 시간으로 인해서 오히려 더 열심히 달려올 수 있었다(웃음)”

Q. 올해도 벌써 2달밖에 남지 않았다. 남은 기간 동안 바라는 목표가 있다면

“그저 맡은 촬영에 충실하게 연기하고 노력하는 것. 지금은 그것만 생각하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Q. 차기작에 대한 계획

“내년 하반기에 새로운 작품, 새로운 배역으로 인사드릴 예정이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

에디터: 박찬
포토그래퍼: 두윤종
의상: champagne&strawberry, the tis, j.alley
주얼리: ooco, thiers
스타일리스트: 장은혜 실장
헤어: 정샘물인스피레이션 웨스트점 박은비 디자이너
메이크업: 정샘물인스피레이션 웨스트점 성소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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