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로 달걀, 쌀로 고기 만드는 푸드테크.."식물성 단백질 뜬다"

이선목 기자 2021. 11. 1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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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조선]
[Interview] 조시 테트릭 잇 저스트 창업자·주세페 시온티 노바미트 창업자

녹두로 만든 액상형 달걀, 3D프린팅으로 만든 고기. 요즘 주목받는 푸드테크(Food Tech·첨단기술 이용한 식품 제조 및 유통 고도화)의 예다. 푸드테크의 부상 뒤에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글로벌 식품 공급망을 흔들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 등장으로 식품사슬의 환경 영향 문제가 부각되고, 개인의 건강이 중시되는 복잡다단한 상황이 있다. 푸드테크 산업은 국내외 스타트업과 경쟁하는 격전지가 되고 있다. 기업들은 식품의 생산부터 유통과 소비에 이르는 전 식품사슬에 첨단기술을 동원해 식량안보 강화와 건강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국내외 푸드테크 산업 및 시장 현황을 진단하고 앞으로 발전 방향을 모색해 봤다. [편집자주]

“우리가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음식이 성인병과 기후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올바르지 않은(unjust)’ 푸드 시스템을 변화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왼쪽부터) 조시 테트릭 잇 저스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와 주세페 시온티 노바미트 창업자 겸 CEO. /각 사 제공

조시 테트릭(Josh Tetrick) 잇 저스트(Eat Just)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체 식품은 푸드테크(Food Tech·첨단기술 이용한 식품 제조 및 유통 고도화)에서 최근 특히 주목받는 분야다. 기후 변화, 동물 윤리, 식량 안보 등에 대한 문제의식이 확산하면서다.

2011년 미국에서 설립된 잇 저스트는 대체 단백질 식품을 개발하는 선두 업체다. 잇 저스트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등의 투자를 받아 화제가 됐다. 대표 제품인 식물성 달걀 ‘저스트 에그(Just Egg)’는 2019년 미국에서 출시한 이후 캐나다와 중국 등에 진출해 지난 7월 기준 전 세계 누적 판매량 1억6000만 개를 기록했다.

스페인 노바미트(Novameat)는 2018년 설립돼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식물성 소고기를 만들었다. 쌀·완두콩·해조류 등에서 추출한 소재를 이용해 고기의 색과 모양을 구현한다. 주세페 시온티(Giuseppe Scionti) 노바미트 창업자 겸 CEO는 “테슬라가 휘발유 자동차에서 전기차로 전환을 이끈 것처럼 이제는 동물성 단백질에서 식물성 단백질로 전환할 때”라고 말했다.

푸드테크 기업 창업 계기는.

조시 테트릭 잇 저스트 창업자 겸 CEO(이하 테트릭) “잇 저스트의 목표는 사람들이 좋은 음식을 쉽게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는 식재료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두 가지 인식을 깨려고 한다. 첫 번째는 ‘달걀은 닭에서 나와야 한다’는 것, 두 번째는 ‘고기를 먹기 위해서는 동물을 도살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세페 시온티 노바미트 창업자 겸 CEO(이하 시온티) “기후 위기에 실질적으로 대응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특히 생물 다양성 붕괴의 심각성을 느끼면서 푸드테크를 주목하게 됐다. 또 축산업은 지구의 열대우림 41%를 파괴한다. 육류 소비를 줄이려는 소비자를 위해 소고기나 돼지고기, 닭고기를 똑같이 구현하는 식물성 고기를 만들기로 했다.”

잇 저스트의 식물성 달걀 ‘저스트 에그’ 제품. /잇 저스트 제공

대표 제품을 소개해달라.

테트릭 “대표 제품은 식물성 달걀 브랜드 ‘저스트 에그’와 세포 배양육 ‘굿 미트(GOOD Meat)’다. 저스트 에그는 실제 달걀과 비슷한 식물성 물질로 개발했다. 예를 들어, 레시틴(leci-thin)은 달걀의 난황(노른자)에서 발견되는 물질인데 우리는 대두 레시틴을 사용했고, 녹두에서 추출한 단백질, 강황 등으로 달걀의 식감과 색을 구현했다. 저스트 에그는 현재 미국 시장에서 일반 계란을 포함해 가계 달걀 소비 중 1위를 차지했다. 저스트 에그는 실제 달걀 생산 때보다 물을 98% 덜 소비하고, 탄소 발생량은 93% 적고, 토지를 86% 덜 사용한다. 닭을 기르는 과정을 건너뛰어 더 친환경적이다.”

시온티 “노바미트의 대표 제품은 실제 고기와 비슷한 질감, 맛, 외관, 영양 성분을 구현한 식물성 소고기, 돼지고기 등심과 닭고기 안심이다. 현재 닭고기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 우리는 기존의 고수분 대체육 제조기술(HMMA)을 뛰어넘는 3D프린터를 활용한 ‘미세압출’ 기술을 개발했다. 식물 기반 재료를 미세 구멍을 통해 밀어 넣어 얇은 근섬유조직을 뽑아낸다.”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사업은.

테트릭 “잇 저스트는 식물성 달걀에 집중하고 있다. 달걀은 가장 보편적인 단백질로 지구상 거의 모든 곳에서 먹는다. 우리는 저스트 에그를 활용한 제품을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다. 지난 10월 유럽식품안전청(EFSA)으로부터 저스트 에그의 핵심 원료에 대한 안전성 승인을 받았고, 2022년 중 유럽에서 최초 제품 출시를 계획 중이다. 굿 미트 사업도 확장할 예정이다. 2020년 11월 싱가포르에서 세계 최초로 닭고기 배양육 생산 및 판매 허가를 받았다. 투자도 유치했다. 지난 9월 9700만달러(약 1141억원)의 추가 투자를 받았다. 미국, 싱가포르, 카타르의 생산 시설을 확대하고 생산 비용을 낮추는 데 주력할 것이다.”

시온티 “노바미트는 다양한 대체 단백질 제품을 제조할 수 있는 기술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3D프린팅 대체육 가격은 대략 1㎏에 30유로(약 5만원) 수준이다. 소고기보다 조금 비싸지만, 생산 시설을 확대하면 점차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최근 파일럿플랜트(시험 생산설비)로 생산을 시작했고, (투자 규모는 밝히기 어렵지만) 전 세계 최고 투자자들과 함께한 투자 라운드도 잘 마무리했다.”

노바미트가 3D프린팅 기술로 대체육을 만드는 모습. /노바미트 제공

코로나19 사태 영향은.

테트릭 “집에서 요리하고 먹는 소비자가 늘고 식당이 문을 닫으면서 전자상거래를 포함한 저스트 에그 소매 사업이 급성장했다. 반면, 외식 부문은 매출이 감소했다.”

시온티 “미국 출장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에 따라 2020년에는 유럽 시장에 집중했지만, 곧 미국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한국, 중국 등 아시아 푸드테크 시장 전망은.

테트릭 “저스트 에그는 이미 중국과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특히 한국은 매우 성공적인 시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2020년 한국의 대표 식품 기업인 SPC삼립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해 현재 청주 SPC 공장에서 저스트 에그를 제조해 유통하고 있다. 지난 9월부터는 파리바게뜨 등에서 제품을 공식 출시했다. 한국은 조류독감 유행 여파로 달걀 부족 사태를 겪었다. 조류독감은 최소 2022년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저스트 에그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시온티 “아시아는 2025년까지 전 세계 단백질 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다. 따라서 아시아 정부는 지속 가능하며 영양가가 높고 맛있는 식품 제조업을 지원해야 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소비자는 육류 공급망의 한계와 탄력적 푸드 시스템의 필요성을 체감했다. 식물성 단백질은 동물성 단백질보다 지속 가능하다. 한국처럼 식품 산업의 새로운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일수록 더 혁신적인 국가가 될 것이다.”

푸드테크 산업 전망은.

시온티 “지구를 구하기 위한 방법으로 재생 가능한 에너지 개발, 삼림 벌채와 남획 중단 그리고 더 건강한 식물성 단백질 식단으로의 전환 등이 있다. 푸드테크는 기후 위기와 생물 다양성 붕괴를 막는 방안이 될 것이고, 관련 투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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