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과잉시대..대선후보 여론조사 믿어도 될까

여론조사 과잉시대..대선후보 여론조사 믿어도 될까

2021.11.15. 오전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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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과잉시대..대선후보 여론조사 믿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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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1년 11월 13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송경재 상지대 교양학부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미디어비평] 하루에만 4건, 여론조사 과잉시대..대선후보 여론조사 믿어도 될까

- 같은 날 발표 여론조사 정반대 결과인데? 여론조사 만능주의로 흘러
- 여론조사 분석할 전문가 태부족, 여론조사기관 전문성도 문제
- 언론은 후보 공약 정책 검증없이 여론조사 추이만 경마식 보도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송경재 상지대 교양학부 교수와 전화 연결해서 관련한 이슈들 살펴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송경재 교수(이하 송경재)> 네. 안녕하세요. 송경재입니다.

◇ 김양원> 송 교수님과 함께 하는 대선 보도 미디어비평 시리즈 오늘 그 두 번째 시간입니다. 제1야당인 국민의 힘 대선 최종후보가 확정되고 나서 이른바 컨벤션 효과를 점치는 여론조사들이 쏟아졌는데요. 선거 국면 여론조사 결과, 주요 정치면을 장식하지 않습니까?

◆ 송경재> 네, 거대 양당 대선 후보들의 지지율 추이가 거의 연일 보도되고 있죠. <공직선거법> 제8조의8 조항 등에 의해서 신문, 라디오, TV 등 언론을 통해서 공개하기 위해서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접수와 등록이 되어야 하는데요, 11월 11일 현재 81개의 여론조사기관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정말 많지요? (김양원 _여든 개가 넘어요?)

그리고 11월 1일부터 10일까지 단 10일 동안 전국 여론조사 40회가 실시되었고 이를 분석하여 보도되고 있었습니다. 하루에 4건 꼴로 여론조사가 진행된 셈입니다. 그러다 보니 포털의 메인 뉴스에 노출되는 것 여론조사만 해도 10건의 보도로 집계됐습니다. 여기에 여론조사 인용 분석과 사설, 칼럼 활용까지 보면 여론조사 홍수를 넘어 과잉 시대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 김양원> 여론조사 과잉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국민들의 후보 지지도를 알아보기 위해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 여론조사잖아요, 이렇다보니 조사방식과 조사기관에 따라 그 결과가 매우 다르기도 하고요. 유권자들에게 정보를 주기보다는 오히려 뭔가 뭔지 모르겠다... 이런 혼란을 야기한다는 주장도 있어요?

◆ 송경재> 선거 때마다 여론조사 보도에 대해 평가가 많이 나오지만, 특히 대선을 앞두고는 여론조사 보도의 문제점이 더욱 심해지는 양상입니다. 저는 크게 3가지의 문제점이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첫째로, 가장 심각한 것은 소위 “여론조사 만능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당, 후보에 대한 국민의 지지나 당선 흐름을 파악하는 여론조사의 언론 보도가 오히려 국민들에게 더 혼란을 주고 있다는 학계의 지적이 있는데요, 실제 조사 결과를 봐도 표본집단이나 대표성, 질문 방식의 차이가 있어서 95% 신뢰구간을 준수해도 현격하게 다른 결과가 나와 오히려 혼란을 부추긴다는 겁니다.
당장 11월 9일자 ‘한겨레’는 리얼미터 자료를 인용해서 <윤석열 46.2% 이재명 34.2%>라고 보도했는데, 같은 날 ‘뉴스1’은 엠브레인퍼블릭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면서 <'4자대결' 이재명 30.6% 윤석열 31.8% '접전'…당선가능성 李 '우세'>라고 보도했어요.
같은 날의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가 이렇게 크게 차이 나면, 무언가 잘못된 점이 있다는 거죠. 그럴 경우를 대비해 오차나 표본, 질문 구성 등 오류 가능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표시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언론은 너무 당연한 듯 단정적인 제목으로 여론조사 보도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표본집단의 추출이나 유무선 전화 비중, ARS 사용, 조사 시간대 등의 편차도 크고요. 특히, 실제 투표 의향이 있는 유권자를 대상으로 하느냐, 아니면 그냥 전체 유권자를 대상으로 하느냐에 따라서 실제 득표율도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표본 자체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95% 신뢰구간 오차범위 내에 있는 경우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수준이라는 점도 있기 때문에 고려할 변수가 정말 많죠.
저 같은 학자들도 설문조사를 꽤 많이 합니다. 신중하게 하는 설문조사를 하는 경우에는 사전 예비설문조사를 하고, 그 이후 전문가들과 별도의 자문회의를 해서 오류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단순히 ARS나 유무선 전화 등을 활용한 여론조사의 경우 여러 오류들이 있고, 이를 무시해서는 안됩니다.

두 번째로, 더 우려스러운 것은 여론조사 기관의 전문성과 신뢰성 문제입니다. 이 문제는 한국일보에서 한 달 전인 10월 8일자에 다루었는데요, <여론조사, '민심' 좌우하는데... 절반 이상 업체가 분석전문가 1명뿐>이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여론조사 기관은 많은데, 실제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조사 실무를 담당하는 분석 전문가는 1명 정도에 불과하다는 지적의 보도가 나왔습니다.

◇ 김양원> 여론조사업체에 조사분석 전문가가 1명인 곳이 절반 이상? 과학적인 데이터라고 믿어도 될까 싶은데요?

◆ 송경재> 보도에서 나온대로 여론조사 기관의 전문가 부족은 유권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민심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여론조사의 신뢰성과 연관되어 문제가 될 것입니다. 정치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선거 여론조사기관의 전문가 부족도 문제이지만 언론사들도 여론조사 전문 기자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론조사기관의 분석 결과를 그대로 인용하기도 하고요. 물론 다수의 여론조사기관은 그렇지 않지만, 일부는 과거 “부동산 떴다방”처럼 선거 특수를 노리는 업체도 있을 수 있죠. 다행스럽게 선거법이 강화되어 이런 조사기관은 금방 확인이 되지만 이름을 바꾸고 다시 사업을 할 수도 있습니다. 크게는 일부 부적절한 여론조사로 인해 국민의 여론이 왜곡될 수 있는 현실이 우려스럽습니다. 그래서인지 지난 2017년 대선에서는 국내 일부 언론사와 포털에서는 여론조사 결과를 비교하는 그래프나 뉴스를 또 만들기도 했어요. 그 만큼 여론조사가 오히려 민심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 김양원> 여론조사의 난립과 보도의 문제점을 짚어주고 계신데, 세 번째 문제점은 무엇이죠?

◆ 송경재> 마지막으로는, 언론에서 너무 반복적인 지지도 조사나 당선 가능성 등 여론조사만 하고 있죠. 그렇다보니 실제 각 당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에 대한 검증이 거의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항상 선거 때마다 정책 선거가 중요하다고 언론 스스로 이야기하면서 정작 주요 메인 뉴스나 프라임 시간대에는 후보의 지지도와 당선 가능성 보도에만 열을 올리는 이중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언론은 그동안 정당 후보 경선 과정에서 정책과 집권계획은 없고 후보들 간의 비방 선거전이라고 비판했죠. 그런데 사실 언론 스스로도 경마식 보도나 지지도만 부각해서 자극적인 용어로 기사 제목을 다는 등 비방전에 한몫 했다고 봅니다.
그러니 언론도 변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언론사가 여론조사 방식을 사용하더라도 단순한 지지도나 당선 가능성을 중심으로 하기보다는, 정치·경제·사회·외교통일 등 대통령 후보으로서 집권 이후 시행할 정책을 얼마나 잘 준비했느냐를 평가해야 합니다. 정책 중심의 조사와 보도가 이어지면, 국민들이 현명한 판단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 김양원> ‘떴다방’ 여론조사 기관은 없었으면 하고요, 여론조사도 그렇지만 최근의 선거 경향을 보면, 유튜브 같은 소셜미디어가 후보들의 선거 홍보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아요.

◆ 송경재> 네, 최근 윤석열 후보가 전두한 전 대통령의 옹호와 광주 민주화 운동 관련 발언으로 상당히 논란이 됐죠. 사실 발언 자체도 문제였지만 그 이후 사과 과정에서 인스타그램에 과일인 사과와 반려 동물을 이용해서 사진을 올렸죠. 이때 선거 캠프와 후보 본인은 개와 사과가 담긴 사진 한 장으로 젊은 감각의 사과 표현이라고 해명했습니다만 다수 국민들은 오히려 과일인 사과를 애완견에개 보여주는 게 사과한 것이냐며 광주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왜곡하고, 사과하는 행위 자체를 희화화 한 것이란 지적이 많았습니다.

언론에서도 후보자의 SNS 사진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KBS는 10월 23일 <‘개에게 준 사과' 윤석열 SNS..인식·수습능력 난맥> 보도 등을 비롯해 많은 언론사가 대처능력과 역사 인식을 비판하면서, 결국 윤석열 후보 캠프가 잘못을 인정하고 인스타그램 계정을 폐쇄하고 광주로 사과 방문을 가는 등 소셜미디어 사용으로 인한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 김양원> sns는 선거운동의 효과적인 도구인 것은 분명한데, 어떨 땐 득보다는 독이 되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선거 전략으로 사용되는 소셜미디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 송경재> 현대 선거에서 소셜미디어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습니다. 그 시작은 미국인데요, 아주 강력한 선거운동 도구이자 정치 메신저 역할을 했습니다. 2008년과 2012년 오바마 대통령은 <마이버락오바마닷컴>이란 소셜미디어 허브를 만들어 지지자를 동원했고, 그 결과 2008년 선거에서는 62.3%의 기록적인 투표율을 기록했습니다. 젊은 층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낸 것이죠. 그 이후로 미국 학계에서는 디지털 세대가 젊은 오바마의 소셜미디어 활동에 관심을 가졌고, 결국 2030세대가 투표에 많이 참여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후 소셜미디어는 선거에 자주 등장했습니다. 많이 알려져 있다시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로 중요한 정치 메시지를 전달했고, 심지어 인사 문제까지 공개했습니다. 언론에서 비판은 받았지만 유권자들은 빠른 소식에 좋아합니다. 아이러니지요?
이번 미국 대통령인 바이든 대통령은 메타버스를 이용해서 가상 게임 공간인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 사이버 캠프까지 오픈해서 젊은 세대와 소통하려고 했구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대중의 대규모 접촉이 불가능했다는 점에서 소셜미디어 홍보의 중요성은 이전보다 커졌습니다. 최근 소셜미디어의 선거 활용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30대의 제1야당의 당대표를 탄생한 이준석 대표의 선거운동이었습니다. 이준석 당대표가 효과적으로 소셜미디어를 사용하여 젊은 세대의 지지를 받았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요, 이미 여야의 각 후보들은 유튜브 계정을 만들고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은 홍보 차원에서 진행되어 일방적인 정보 전달이 많아 국민적 관심은 낮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그렇지만 오히려 지나친 소셜미디어 이용이 악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후보 개인과 선거운동 캠프 간의 의견 조율이 없이 SNS 활동이 이루어 지는 경우 이번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개 사과’ 포스팅같은 역효과가 나타나는 것이죠.

◇ 김양원> 후보가 개인적인 일상을 공개해서 친밀감을 높이고, 또 메시지를 여러 창구를 통해서 전달하는 게 아니라 개인이 직접적으로 대중과 교류할 수 있다는 게 양날의 검이 된 거네요. 정치인의 SNS가 곧 뉴스로 보도되는 게 일상이 됐거든요? 기자들이 sns만 검색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요?

◆ 송경재> 정치인의 소셜미디어가 뉴스가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20대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의 SNS를 중심으로 뉴스 보도량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단점도 있었지만, 정치인과 국민의 거리를 줄여주었다는 점에서 소셜미디어는 유용한 측면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지나치게 이른바 뉴스거리를 만드는 식으로 중계 보도되다 보니, 선거 캠프에서도 가끔 이른바 ‘무리수’를 두기도 합니다. 지나친 자랑이나, 일상에서의 사진을 가공해서 올린다던가 하는 거죠. 그게 캠프담당자들은 신선하고 자연스러운 줄 아는데,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많이 본 국민들은 오히려 실소가 나올 정도로 부자연스럽다고 하거든요.

한편 소셜미디어를 잘 이용하는 정치인은 홍준표 의원이라고 꼽을 수 있습니다. 그 덕분인지 유튜브 계정 조회수도 많고요, 이번 경선에서 보았지만 국민여론조사에서는 윤석열 후보를 10% 이상 앞섰고, 특히 2030세대 지지가 높습니다. 지난 2017년 대선때 2030세대의 표를 많이 받지 못해서 홍준표 당시 후보가 낙선한 걸 생각해보면, 잘 준비된 소셜미디어 활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최근 주목받았던 것은 YTN이 11월 9일 보도한 <홍준표, 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가상 대화 게시 "속이 쓰리지요?">라는 내용인데요,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2위로 낙선한 홍준표 의원의 유튜브 채널 홍카콜라에서 홍준표 의원이 고 노무현 대통령과 가상 대화하는 장면을 업로드 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가상 대화 영상은 경선에서 진 홍준표 의원을 위해 지지자가 만든 헌정 영상이라는데, 홍의원의 심경을 영상으로 잘 표현했다는 평가입니다.

◇ 김양원> 유권자들에게 일대일로, 또 감성적으로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풍부한 sns, 잘만 활용하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처럼 그 효과를 선거승리로 톡톡히 볼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정말 폭망할 수도 있다.... 까지 잘 들었고요.

대선 보도 미디어비평 그 두 번째 시간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세 번째 시간도 기대하겠습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 송경재> 네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송경재 상지대 교양학부 교수였습니다

YTN 김양원 (kimyw@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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