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도, 통보도 못 받아".. 공급처 지정된 주유소들 혼란

송은아 2021. 11. 1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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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구구식 긴급수급조치 분통
정부 명단 보고 차량들 밀려드는데
해당 주유소선 공급일정·물량 몰라
이틀간 발표 물량 10%도 배송 안 돼
제때 공급된 곳서도 수 시간내 동나
'8시간 줄섰다 허탕쳤다'는 운전자도
기름에 끼워팔기·고가 판매도 성행
요소수 품귀 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14일 인천 시내의 한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 안내문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전국 주유소 100곳에 요소수를 공급하기로 했으나 마른 논에 물대기였다. 소식을 듣고 찾아간 운전자들은 허탈하게 돌아서기 일쑤였다. 이틀간 발표 물량의 10%도 배송되지 못해 혼란이 가중됐다. 요소수 가뭄 해소를 위해 정부가 발동한 긴급수급조정조치는 세부 내용이 안내되지 않아 혼선이 빚어졌다. 비싼 가격, 주유소의 갑질 판매에 대한 불만도 여전히 제기됐다.

14일 낮 12시 울산시 남구 내트럭울산하우스에는 ‘요소수 품절’이라고 적힌 흰 종이만 붙어 있었다. 이곳은 환경부가 요소수를 대기로 한 거점 주유소 100곳 중 하나다. 환경부는 13일 오전 6시부터 화물차 접근이 쉽고 이용 빈도가 높은 전국 주유소 100곳에 요소수 180만ℓ를 ‘순차적으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한 대에 30ℓ씩 넣을 경우 6만대 분량이다.

이렇게 공급된 요소수는 몇 시간 만에 동났다. 한 화물차 운전자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거점 주유소에서) 8시간 동안 대기하다가 그냥 집에 복귀했다”고 전했다. 다른 운전자들은 “꼭 전화해보고 가라. 대부분 없다”며 정보를 공유했다. 평택제천고속도로변 한 주유소는 “평소 일주일에 2000ℓ를 파는데 12일 3000ℓ가 들어왔음에도 5, 6시간 만에 다 나갔다”고 말했다.

일부 주유소에는 요소수가 아예 입고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급 일정이 전혀 안내되지 않아 답답함을 더했다. ‘100곳 주유소’에 포함된 주유소들은 쇄도하는 전화 문의에 진을 뺐다.
14일 요소수 주요 거점지역 주유소 중 한 곳인 경기도 안성시 경부고속도로 서울방향 안성휴게소에서 관계자가 차량에 요소수를 주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울산 내트럭울산하우스 주유원은 “요소수 공급은 안 해주고 공급한다고 발표해서 ‘언론플레이만 하냐’는 불만을 듣고 문의전화 받느라 힘을 다 뺐다”며 “어떤 운전자는 공급됐는데 (우리가) 숨긴 채 안 주는 걸로 오해하고 항의하더라”고 토로했다. 인천 중구의 거점 주유소 역시 “요소수 자체가 공급되지 않았다”며 “문의는 빗발치는데 기존 재고도 품절된 지 오래”라고 전했다.

경북의 거점 주유소는 “하루 50∼100통씩 문의전화가 오고 왜 공급이 안 됐냐고 따지기도 한다”고 했다. 충북의 거점 주유소는 “전화 받느라 일을 못할 정도”라며 “공급이 언제 이뤄진다는 얘기도 없어 문의에 제대로 답변도 못한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부는 14일 저녁이 돼서야 180만ℓ 중 이틀 동안 71개 주유소에 총 14만2000ℓ를 공급했다고 밝혔다. 발표 물량의 10%도 안 되는 양이다. 환경부가 앞서 발표한 ‘순차적 공급’이라는 모호한 표현이 운전자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헛걸음하게 만든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이날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제7차 요소수 수급 관련 범부처 합동 대응회의를 열고 요소수 배분 현황과 매점매석 단속 결과 등을 점검했다. 정부는 13일까지 37개 주유소에 요소수 8만2000ℓ를 배송했고, 이날 34곳에 6만ℓ를 공급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15일 추가로 주유소 30여곳에 요소수를 공급하는 등 100곳 우선 공급 원칙을 지킬 계획이다. 또 100곳의 재고 현황을 파악해 부족분은 즉시 배분하기로 했다.

요소수 품귀 현상이 장기화하자 몇몇 주유소에서는 끼워팔기가 벌어지고 있다. 화물차 운전자가 주로 찾는 한 주유소는 주차장을 이용해야만 요소수를 판매해 신고센터에 불만 사례가 접수됐다. 화물차 운전자인 한 누리꾼은 “요소수를 담보 삼아 재고 기름을 팔아먹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경유 200ℓ 이상을 구입해야 요소수 10ℓ를 판매하는 주유소 사례를 들었다.

덤프트럭 기사인 문모씨 역시 최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기름을 150∼200ℓ 이상 넣는 고객에게만 요소수를 판다’고 해 난감했다고 전했다. 그는 연료탱크가 찬 상태라 다른 고속도로 주유소를 찾았지만 대여섯 곳 모두 같은 조건이었다.
14일 부산 해운대구 한 차고지에 화물차량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요소수 가격 불안정으로 생계형 운전자들의 부담도 여전하다. 정부·민간기업이 해외에서 수만t씩 요소·요소수를 확보했으나 현장에 온기가 퍼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한 화물차 운전자는 이날 인터넷 커뮤니티에 “경기도 주유소에서 요소수 10ℓ를 5만원에 샀다”며 “돌아다녀봐도 구할 수가 없고 당장 일해야 해서 할 수 없이 구입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 11일 발동한 긴급수급조정조치도 혼란을 빚었다. 요소수 판매처를 주유소로 한정함에 따라, 기존 유통망에 주유소가 없는 중소 제조업체들은 새 판로를 만들어야 하는 처지다.

요소수 신고를 받는 소재부품수급대응지원센터 관계자는 “농산물처럼 유통 과정이 여러 단계여서 중간 판매상들이 ‘기존 거래처를 놔두고 갑자기 어떻게 주유소와 거래하라는 것이냐’는 항의 전화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건설현장, 대형운수업체 등 특정 수요자’와 요소수 직거래가 가능하다는 방침을 두고도 명확한 기준을 알려달라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송은아 기자, 인천=강승훈 기자, 세종=안용성 기자, 전국종합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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