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민구의 온로드] 전기차 GV60은 '바퀴 달린 스마트폰'

안민구 2021. 11. 1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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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 인식 등 각종 첨단기술 눈길
주행성능도 발군
주행거리·내부공간은 아쉬워
GV60이 도로 위를 질주하고 있다. 제네시스 제공

굳이 차 열쇠를 챙기지 않아도 된다. 운전자 얼굴을 인식해 숨겨뒀던 손잡이를 펼친다. 문이 열리면 운전대 위치와 운전석은 물론이고 각종 설정이 개인 프로필과 연동돼 자동으로 맞춰진다. 시동도 지문으로 건다. 차량 시스템은 서비스센터를 방문하지 않아도 항상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된다. 그야말로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다. 제네시스 첫 전용 전기차 GV60 얘기다.

각종 첨단 기능에 소비자 반응도 폭발적이다. 지난달 6일부터 시작된 사전 예약에는 3일 만에 1만명에 가까운 인파가 몰렸다. 이달부터 고객에게 인도되는 GV60(퍼포먼스 AWD 풀옵션)를 지난 3일 미리 만나봤다. 시승 코스는 스타필드 하남에서 가평 한 카페까지 왕복 80㎞ 구간이다.

GV60에 장착된 '크리스탈 스피어'. 제네시스 제공

얼굴로 문 열고 지문으로 시동

GV60은 첫 전용 전기차답게 외관부터 차별화를 꾀했다. '역동적인 우아함'이라는 제네시스의 디자인 정체성을 살리면서도, 기존 내연기관 모델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쿠페형 CUV 스타일의 날렵한 디자인으로 역동성과 고성능 전기차 이미지를 강조하면서도 제네시스 특유의 두 줄 디자인 쿼드 램프를 유지했다. 차의 울룩불룩한 부피감을 강조하기보다 넓고 곧은 철판을 주로 적용해 매끄러운 인상을 준다. '미래차' 콘셉트를 살리려는 제네시스의 노력이 느껴진다.

문손잡이는 현대차 아이오닉5나 기아 EV6와 마찬가지로 잠금이 해제되면 대각선으로 튀어나온다. 다른 점은 운전자 얼굴을 스스로 인식해 스마트키가 없어도 차량 도어 잠금을 해제해준다는 것이다.

실제 문손잡이를 터치한 뒤 B필러(앞문과 뒷문 사이)의 카메라를 쳐다보니 카메라 주변에 녹색 동그라미 조명이 켜지며 '띠리링' 소리와 함께 차 문이 열렸다. 얼굴 인식 속도는 매우 빠른 편이어서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운전자는 최대 2명까지 등록이 가능하다.

GV60 퍼포먼스 트림 디지털 사이드미러. IS포토

내부에서는 동그란 구 모양의 '크리스탈스피어'를 비롯해 지문 인식 버튼 등 신기술이 집약된 컨트롤 패널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계기판도 아날로그 형식이 아니라 내비게이션 모니터와 하나로 연결된 일자형(파노라믹) 디스플레이 형태였다. 아이오닉5에서 이미 완전히 적응된 디지털 사이드미러는 좀 더 세련되게 다듬어졌다. 핸들 가운데에는 제네시스 로고가 박혔다.

시동을 걸 때도 스마트키는 필요하지 않다. 센터 콘솔 앞부분의 지문 인식 센서에 미리 지문을 등록한 손가락을 가져다 대면 시동을 켤 수 있다는 메시지가 계기반에 뜬다. 이때 시동 버튼을 누르면 크리스탈스피어가 회전하며 다이얼 형태의 'P(정지) N(중립) D(주행)' 변속기가 등장한다.

얼굴과 지문 등록 절차는 간단하다. 별도의 스마트폰 앱을 내려받지 않아도 된다.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2분 안에 등록할 수 있다. 지문 인식 과정은 스마트폰 지문 인식과 비슷하다.

제네시스 GV60 퍼포먼스 트림 트렁크. IS포토

다만 소형 쿠페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 차량(승용차와 SUV의 특성을 혼합한 자동차)이어서 전기차임에도 공간이 넓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전장 4515㎜, 전폭 1890㎜, 전고 1580㎜, 축거 2900㎜로 기아 EV6와 비교하면 전장은 165~180㎜ 짧지만, 전폭은 10㎜ 더 크고 축거는 동일하다. 이 때문에 뒷좌석은 EV6 등 기존 전용 전기차보다는 다소 좁다.

전기차 특유의 프렁크(앞 트렁크)도 사륜구동 모델 기준 20ℓ로 넉넉해 보이지는 않았다. 신발이나 우산 정도를 담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부스트' 누르니 제로백 4초

GV60은 주행 성능도 발군이다. 전기차다운 폭발력이 있다.

엔진음이 크지 않다 보니 속도가 순식간에 올라가는 것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빠른 응답성을 자랑했다. 소음 억제 기능도 있어 정숙성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고속 주행감도 만족스럽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알아서 좌석 등받이가 좁아지며 허리를 잡아줬다. 엉덩이 부분이 밑으로 꺼지며 몸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기능도 좋았다.

이는 운전대 우측 하단에 달린 '부스트' 버튼을 눌렀을 때도 자동으로 적용된다. 부스트는 퍼포먼스 모델에만 있는 기능으로, 가동 시 10초 내 최대출력(360kW)이 증대돼 100㎞까지 4초면 가능하다. 앞서 시승한 EV6의 폭발력도 전기차답지 않다는 느낌이었는데 GV60은 그 이상이다.

GV60 퍼포먼스 트림 운전석. IS포토

내비게이션도 눈길을 끈다. 회전 구간 등에서는 내비게이션이 그림지도가 아닌 카메라로 비춘 실제 도로 화면으로 바뀐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회전해야 할 위치를 파란색 선이 깜빡이며 안내까지 해준다.

주행거리는 아쉬운 편이다. 앞선 아이오닉5와 EV6에 비해 짧다. GV60 스탠다드 후륜 모델은 최대 주행가능 거리가 451㎞지만, 퍼포먼스 모델은 368㎞까지 떨어진다. 같은 77.4kWh 배터리를 쓰는 기아 EV6 GT라인(약 430㎞)에 비해 70㎞가량 부족하다.

실제 전비(전기차의 연비)는 나쁘지 않다. 반환점인 가평의 한 카페에서 돌아오는 약 38㎞ 동안 연비운전을 한 결과 1kWh 당 5.8㎞의 우수한 전비를 나타냈다. 퍼포먼스 트림 공인연비(4.1㎞/kWh) 보다 월등한 결과다.

가격은 스탠다드 후륜 모델이 5990만원, 스탠다드 사륜 모델이 6459만원, 퍼포먼스 모델이 6975만원이다. 스탠다드 후륜 모델은 가격이 6000만원 미만이어서 국고 보조금을 8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은 지역마다 다르다. 환경부 저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지자체 보조금은 서울 최대 1000만원, 경기도 600만원, 대전시 최대 700만원, 전북 최대 900만원이다.

앞서 출시된 아이오닉5·EV6와 비교해도 경쟁력 있는 가격인 만큼 제네시스 브랜드를 고려하고 있었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단 사전계약만 1만대가 넘고 차량용 반도체 대란으로 지금 주문하면 1년은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

안민구 기자 an.min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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