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의 은행이 되는 방법 [한경 코알라]

입력 2021. 11. 10. 15:29 수정 2021. 11. 10. 17:0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백훈종의 알쓸₿잡 <10>


▶11월 10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주 5회, 매일 아침 발행하는 코알라를 받아보세요!
무료 구독신청 hankyung.com/newsletter

 내 집에 은행을 설치할 수 있다?

누구나 은행이나 증권사에 계좌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이곳에 계좌를 트는 즉시 개인정보와 거래내용 등 모든 데이터는 해당 은행과 증권사의 서버로 넘어가게 된다. 시중은행들은 고객의 신원정보부터 거래내용까지 매일같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저장한다. 자체 서버 시설을 구축하여 직접 데이터를 관리하는 은행도 있으나, 요즘은 대부분의 은행이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클라우드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추세이다. 말하자면 모든 은행의 고객 데이터가 한 두 군데의 전문 업체에 아웃소싱되어 관리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 클라우드 업체의 서버가 다운되면 어떻게 될까? 혹은 누군가가 작정하고 클라우드 서버를 해킹해서 데이터를 훔쳐간다면? 은행 한 곳에 저장된 데이터만 도둑질당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용하는 모든 은행과 증권사 거래내용이 한꺼번에 탈취될 수 있다.

미국에선 엄브렐(Umbel)이라는 웹사이트가 인기다. 엄브렐은 쉽게 말해 집안에 '나만의 은행'을 설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이다. 내가 어제 누구한테 돈을 보냈는지, 오늘 누구로부터 돈을 받았는지, 지금 통장 잔액은 얼마인지 등 데이터를 은행 서버가 아닌 블록체인에 저장하도록 도와준다. 블록체인에는 중앙 서버가 없다. 블록체인에 접속해 있는 수천, 수만 대의 개인 컴퓨터가 곧 서버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현존하는 블록체인 중 가장 크고 안전한 것은 바로 비트코인 네트워크이다.

 당신의 코인 거래는 안전하지 않다

필자는 엄브렐을 이용하여 필자의 비트코인 거래내용을 직접 검증하고 저장하고 있다. 필자처럼 직접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자신의 컴퓨터를 연결해서 거래내용을 검증하고 데이터를 저장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비트코인 노드라고 한다. 필자는 아마존에서 약 210달러를 써서 필요한 기기들을 구매하고 노드가 되었다. 엄브렐 홈페이지에 필요한 구성품들의 구매 좌표가 친절하게 적혀있어 그대로 구매하고 설치한 후, 엄브렐이 제공하는 노드 기능을 통해 내 장비를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연결하면 된다.

집에서 비트코인 노드를 돌리기 위한 구성품 리스트 / 출처: getumbrel.com


우선 제3자의 간섭없이 직접 본인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혹시 업비트에서 출금한 비트코인이 개인 지갑에 입금되었다는 문자가 오면 안심하고 있나? 혹은 메타마스크에 적힌 이더리움 잔액 숫자를 의심 없이 믿고 있지는 않나? 그러나 만약 어떤 해커가 당신의 자산을 노리고 가짜 문자를 보내거나, 메타마스크 화면을 조작해서 허위 숫자를 보여주는 것이라면 어떨까? 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런 문제는 비단 암호화폐 거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2014년 러시아 크림 지역 국민은 하루아침에 빈털터리가 되는 경험을 했다. 러시아 정부가 크림 자치공화국 합병을 공식 발표하자 당시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곧바로 제재를 내렸는데, 그 중 하나가 비자와 마스터카드 결제를 중단하는 것이었다. 일상생활의 모든 결제를 카드로 하던 크림 지역 국민은 대혼란에 빠졌고, 갑자기 현금을 찾기 위해 은행에 사람들이 몰리자 은행도 지급 불능 사태에 빠졌다. 이는 우리가 철석같이 믿고 있는 금융 시스템이 무너졌을 때 과연 대안이 무엇인지에 관한 질문을 남긴 사건이다.

국가별 비트코인 노드 수 / 출처: bitnodes.io

 "골프 초대는 고맙지만 내 돈을 투자하진 못해요"

개인정보와 자기 주권의 중요성이 점점 주목받는 블록체인의 시대에 중개자와 전문가의 권위가 떨어지는 건 숙명이다. 11월 9일자 월스트리트저널은 마이클 마르토치(Michael Martocci)라는 26살 백만장자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는 얼마 전 자신을 고객으로 유치하려고 하는 미국 최대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골프 초대와 VIP 고객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대신 로빈후드 앱을 통해 자산을 직접 관리하며 자산의 90%를 암호화폐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원래 골드만삭스 같은 대형 투자은행은 신뢰의 상징이었다. 여기에 돈을 맡기면 안전하게 자산이 보관되고, 또 안정적으로 불어나리라는 믿음이 존재했다. 하지만 마이클 같은 밀레니얼 백만장자들의 눈에 이런 것들은 이제 구시대적 유물일 뿐이다. 요즘 세대는 자기 뜻대로 편하게 투자할 수 있는 핀테크 서비스를 선호하며, 무조건 안정적인 투자보다 두세 배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암호화폐 투자를 즐긴다. 내가 직접 내 인생을 책임지는 자기 주권에 대한 요구(needs)가 누구보다 강한 세대이다.

 곧 정부 코인(Govcoin)이 나온다

이런 와중에 각국의 중앙은행은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BDC는 사실상 정부와 중앙은행에 금융시장의 독점 권한을 쥐여주는 수단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거브(gov)코인은 금융 권력을 개인에서 국가로 옮겨, 자산 배분 방식을 통째로 바꿔버릴 수 있다"라고 했다. 만약 내가 언제 술을 마셨고, 누구와 거래했는지 중앙은행이 속속들이 다 알게 된다면 어떨까? 기술의 발전 덕분에 개인의 주권이 어느 때보다 보장받을 수 있는 세상이 왔지만, 오히려 정부는 CBDC라는 무기를 개발해 흐름을 역행하려는 셈이다.

다행히도 지금 우리에겐 비트코인이 있다. 그 어떤 권력도 조종하거나 없앨 수 없으며 약간의 비용만 들이면 참여자 스스로가 직접 은행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시스템. 직접 비트코인 노드를 운영하는 것은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지겠다는 선언이다. 앞으로 전통과 권위에 도전하고 나다움을 강조하는 젊은 세대가 늘어날수록 비트코인의 수요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안전한 항구를 떠나 항해하라. 당신의 돛에 무역풍을 가득 담아라. 탐험하라. 꿈꾸라. 발견하라."
─마크 트웨인 (Mark Twain)
백훈종 샌드뱅크 COO는…

안전한 크립토 투자 앱 샌드뱅크(Sandbank)의 공동 창업자 겸 COO이다. 가상자산의 주류 금융시장 편입을 믿고 다양한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샌드뱅크를 만들었다. 국내에 올바르고 성숙한 가상자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종 매스컴에 출연하여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경제지 네이버 구독 첫 400만, 한국경제 받아보세요
한국경제신문과 WSJ, 모바일한경으로 보세요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