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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히트상품] 금융권 고객잡기 아이디어…비대면·간편함에 꽂혔다

신찬옥 기자
입력 : 
2021-11-08 0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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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금융 히트상품 살펴보니

외화입출금통장 비대면 개설
해외주식 투자·외화 결제까지
하나로 다할수있는 통장 인기

개인·기업카드 한장에 쏙
기존 발상 깨는 CEO카드

사고로 대출 상환 못하면
보험사가 대신 갚는 상품

첫 보장 땐 모든 장애 인정
차별화된 생활보장보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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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금융권 전반에 '변화의 태풍'이 몰아친 한 해였다. 내년은 더 큰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마이데이터와 디지털 혁신이라는 거대한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으로서는 반길 만한 일이다. 전례 없는 경쟁과 변화 속에서 금융사들이 꼭 쥐고 놓지 않는 키워드가 바로 '고객'이다. 코로나19로 2년째 이어진 비대면 금융이 가속화되고, 소비자 의견을 반영한 새로운 금융상품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올해 금융 히트상품의 면면이 공통점을 찾기 힘들 만큼 다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올해는 아이디어 싸움이 치열했다. 키워드는 비대면과 간편함이었다. KB국민은행은 'KB 에이블 플러스 통장'으로 히트를 쳤다. 기존에 쓰던 은행 입출금 통장으로 주식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었다. 올해만 38만계좌가 개설됐으며, 지난 10월 말 기준 누적 가입 계좌 수는 약 40만4000개다. 개인투자자의 직접투자 열풍에 힘입어 잔액도 1조5600억원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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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의 '하나 밀리언달러 통장'은 외화 입출금 통장에 새바람을 몰고 왔다. 비대면으로 입출금 통장은 물론 제휴 증권계좌까지 한큐(1Q)에 개설할 수 있고, 해외 주식 투자와 외화 직접 결제까지 하나로 다 할 수 있다. 서학개미와 직구족 마음을 잡으면서 지난 8월 출시 이후 2만계좌를 돌파했다. NH농협은행은 기발한 적금 상품으로 눈길을 끌었다. 'NH샀다치고적금'은 이름처럼 소비를 참을 때마다 클릭하는 방식으로 최고 연 2%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는 하루 종일 돈을 쓰지 않는 '노머니 데이'나 원하는 고가 제품을 사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욕망적금'처럼 즐기는 짠테크가 유행하고 있다. 녹록지 않은 경제 상황 속에서도 합리적인 소비를 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NH샀다치고적금은 이 같은 심리를 파고들어 저축 경험을 일상의 한 부분으로 녹여냈다.

IBK기업은행의 'CEO카드'도 기존 발상을 깬 작품이다. 국내 최초로 개인카드와 기업카드를 한 장으로 쓸 수 있게 고안했다. 대각선 왼쪽은 개인카드, 오른쪽은 기업카드로 구성한 디자인도 재미있다. CEO가 개인카드와 기업카드 중 자유롭게 선택해 결제할 수 있다. 지난 6월 출시된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2409개가 발급됐고, 10만원이 넘는 연회비에도 매일 평균 45개가 발급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중신용대출 시리즈'로 히트를 쳤다. 상품에 따라 최대 1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고, 첫 달 대출이자도 지원해주면서 자금난에 허덕이던 중저신용자들이 몰려들었다. 카뱅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10월 초까지 중저신용 고객에게 지원한 이자 지원 금액은 약 43억원, 혜택을 받은 사람만 11만명이 넘는다. 케이뱅크는 사고 등으로 불가피하게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게 될 경우 보험사가 대신 갚아주는 서비스까지 선보였다. 또 케뱅은 중도상환 수수료 무료·이자 지원 등 혜택을 제공하며 중신용 대출 고객을 끌어모았다. 대표 상품은 기존에 신용대출이 있어도 추가 대출이 가능한 '신용대출플러스'다.

변화무쌍한 MZ세대 취향을 맞추려는 다양한 시도도 고객에게 통했다. 신한은행은 아예 '헤이영(Hey Young)'이라는 전용 브랜드를 들고나왔다. MZ세대 취향에 맞춘 신개념 금융·카드 서비스를 선보인다. 최근 한양대, 숙명여대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금융권 최초로 MZ세대 대학생 전용 모바일 플랫폼인 '헤이영 스마트 캠퍼스'를 구축했다. 전자신분증(모바일 학생증)을 비롯해 앱에서 학사·금융 서비스를 통합 제공할 예정이다.

KB국민카드는 'KB페이'에서 이체, 송금, 온·오프라인 결제, 포인트 충전까지 가능한 원앱 전략을 쓰고 있다. KB페이는 카드사 최초 간편결제 앱이다. 카드 비즈니스라는 업의 한계를 뛰어넘는 '종합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연계하는 준비를 하고 있다.

MZ세대는 귀찮은 걸 싫어한다. 올해 알아서 해주는 금융상품이 쏟아진 배경이다. 우리은행 '우리 여행드림 적금'은 금리 우대 조건을 간소화하고 여행 관련 부가서비스까지 제공하며 고객을 끌어모았다. 급여·연금 이체, 통신비·공과금 자동이체, 아파트 관리비 자동이체 중 하나만 충족해도 연 0.2%포인트가 제공된다.

최근 10년 만에 상품 체계를 전면 재단장한 삼성카드는 'iD 카드'라는 새 브랜드를 만들었다. 첫 타자로 나온 iD ON카드와 iD ALL 카드는 결제일에 가장 많이 쓴 영역을 파악해 알아서 30% 할인을 적용해준다. 롯데카드 '로카(LOCA) 시리즈'도 가장 큰 혜택을 알아서 적용해주는 서비스로 1년 새 100만장을 돌파했다. 소비 패턴에 맞게 LOCA 카드 1종과 LOCA for 카드 1종을 선택해 2장의 카드를 받으면, 어느 카드를 쓰든 혜택이 적용돼 편리하다.

올해 인기 카드는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가 단연 많았다. 대부분 카드 할인율은 5%가 상한선인 데 반해 PLCC는 한 브랜드에 집중해 10%대로 할인율을 끌어올린 것이 비결이다. 현대카드는 네이버 현대카드와 에너지플러스카드 에디션2를 인기 상품으로 꼽았다.

보험사는 차별화된 서비스 상품으로 승부를 걸었다. 삼성생명은 장애등급에 관계없이 모든 장애 정도를 보장하는 '생활보장보험 탄탄하게'를 내놓았다. 가입한 후 장애가 발생해 장애인 등록을 완료할 경우 진단자금을 보장한다. 특히 처음 보장 시에는 장애인복지법에서 정한 모든 장애(지체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뇌병변장애 등 15종)를 인정해준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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