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테크' 넘어 '채테크'로..신가전 '가정용 식물 재배기' 시대

2021. 11. 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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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웰스가 독주하던 시장에 LG전자 '틔운' 출시하며 가세..팜에이트·SK매직도 출격 채비

[비즈니스 포커스]

식물생활가전 LG 틔운. 사진=LG전자 제공



네이버 블로그 '원클락'을 운영하는 한 씨는 2개월 전 가정용 식물 재배기를 설치했다. 처음에는 정수기와 결합하면 가격이 할인된다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없어선 안 될 ‘완소템’이 됐다.

수경 재배라 흙도 필요 없고 벌레도 생기지 않는다. 주 1회만 물을 주면 돼 관리법이 용이하고 무엇보다 1주일 만에 수확할 수 있다는 것이 한 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인 가구라 버리는 양이 많았는데 식물 재배기를 들인 후에는 썩어서 버리는 채소가 없어요. 필요할 때 바로 재배하면 되니까 냉장고에 보관하는 일 자체가 없어졌거든요.” 

4인 가구인 정현 씨도 지인의 추천으로 최근 식물 재배기를 들여놓았다. 아파트에서 식물 기르기가 쉽지 않아 선택한 일인데, 지금은 자녀들의 ‘반려식물’이 됐다. “처음에 삼겹살에 상추를 뜯어 먹으려고 했더니 딸내미가 울고불고 난리가 났어요. 무엇보다 아이들 교육에도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신가전의 대세…대기업도 가세

가정용 식물 재배기가 새로운 가전제품의 대세로 떠올랐다. 제품은 수년 전에 출시됐지만 마니아들의 관심에 그쳤다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 홈 가드닝 열풍이 불면서 가정용 식물 재배기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이른바 ‘플랜테리어(planterior : 플랜트와 인테리어의 합성어)’를 위한 새로운 가전이다. 신가전의 성장성에 기업들도 제품 출시에 적극적이다.

선발 주자는 렌털 전문 업체인 교원웰스다. 2017년 8월 경기도농업기술원과 협력, 개발해 가정용 식물 재배기인 ‘웰스팜’을 출시하며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매월 약 2만원대의 비용을 지불하면 원하는 채소 모종을 정기적으로 배송 받아 직접 키워 먹을 수 있는 렌털 상픔으로, 날씨와 계절의 변화·온도·햇빛 등 외부 환경의 제약 없이 1년 365일 양질의 신선한 무농약 채소를 키워 먹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입소문을 탔다.

교원웰스에 따르면 웰스팜 제품은 지난 4월까지 7000대 이상 판매됐고 전년 동기 대비 42% 정도 판매가 늘었다. 교원웰스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속에 홈 가드닝 트렌드와 함께 2019년 판매량보다 2배 이상 판매가 늘었던 만큼 올해도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 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실사용자들의 만족도는 꽤 높은 편이다. 이 회사가 자체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약 800명이 참여한 이번 설문 결과 81% 정도의 사용자가 ‘만족한다’는 답변을, 약 4%가 ‘불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만족한 이유(중복 가능)로는 ‘신선하고 맛있는 채소 섭취 가능’이 약 66%로 가장 많았고 ‘인테리어 및 힐링 효과(22%)’, ‘채소 재배 및 관리 편리함(18%)’, ‘무농약으로 건강한 채소(17%)’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등 저학년 이하의 자녀를 둔 부모 중 약 82%가 ‘아이 교육에 도움을 준다’고 응답했다. 외부 활동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집 안에서 녹색 식물의 생장을 관찰하고 직접 기른 채소를 섭취하며 식습관 개선 활동이 가능한 점이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교원웰스 관계자는 “아직은 생소한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의 입소문을 타고 웰스팜에 대한 관심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며 “앞으로도 가정용 식물 재배기 시장 1위 브랜드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블로그 원클락을 운영하는 한 씨가 가정용 식물 재배기인 '웰스팜'으로 재배해 만든 식사. 사진=네이버 블로그 원클락 제공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본 대기업도 최근 도전장을 던졌다. LG전자는 지난 10월 14일 꽃·채소·허브 등 다양한 식물을 키울 수 있는 가정용 식물 재배기인 ‘LG 틔운’을 출시했다. LG 틔운 역시 복잡한 식물 재배 과정 대부분을 자동화한 가전제품이다. 제품 내부 선반에 씨앗 키트를 장착하고 물과 영양제를 넣은 후 문을 닫기만 하면 꽃과 채소 등 원하는 식물들을 편리하게 키울 수 있다. 위·아래 2개의 선반을 갖췄고 각 선반에 씨앗 키트를 3개씩 장착할 수 있어 한 번에 6가지 식물을, 최대 60개의 모종을 동시에 기를 수 있다. 계절에 관계없이 채소는 약 4주, 허브는 약 6주 후 수확할 수 있고 꽃은 약 8주 동안 자란 후 꽃을 피운다. 출고가 기준 149만원이다.

가정용 식물 재배기 시장은 앞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인 데이터브리지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실내 식물 시장은 2021~2028년 8년간 4.37%의 성장률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서도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농업 기업은 물론 가전 기업들이 다수 뛰어들며 새로운 먹거리 사냥에 나섰다.

4.37% 성장률…스마트팜·가전업체 도전장

한국 스마트 팜의 절대 강자인 팜에이트도 내년을 목표로 가정용 식물 재배기를 개발하고 있다. 강대현 팜에이트 대표는 “안전 농산물을 찾는 소비자 욕구가 늘면서 가정용 식물 재배기에 관심이 커졌다”며 “팜에이트도 현재 양산 전 시제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시너지 효과를 더해 줄 유통망 등 협업 파트너를 찾아 내년 중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전 업체인 삼성전자와 SK매직도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SK매직은 2020년 11월 22억원에 가정용 스마트 식물 재배기 연구·개발(R&D) 기업인 ‘에이아이플러스(AIPLUS)’를 인수하며 제품 개발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가전제품 박람회(CES)에서 식물 재배기를 공개하며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이 밖에 다수의 기업들이 가정용 식물 재배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가정용 식물 재배기와 관련된 특허 출원은 지난해 216건으로 전년 대비 161건에서 34.2% 급증했다. 최근 5년간 세부 기술 분야별 출원 동향에 따르면 온·습도와 빛 등 재배 환경을 제어하는 기술이 417건(56.6%)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는데, 특히 지난해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인 분야는 인공지능 제어 기술(80% 증가)로 나타났다. 유진오 특허청 식품생물자원심사과 심사관은 “한국의 식물 재배기 시장은 식물 재배기 판매뿐만 아니라 씨앗 캡슐의 정기적 구매가 발생하는 구독 경제의 일종으로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며 “가정용 식물 재배기 분야는 세계적으로 특허를 과점해 기술 장벽을 구축한 기업이 없는 것으로 분석돼 해외 진출도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강대현 팜에이트 사장. 사진=서범세 기자


 

 (MINI 인터뷰) 강대현 팜에이트 사장
“널뛰는 채소 가격…가정용 재배기 전망 밝아”


‘아시아 3대 애그테크 기업’으로 평가받는 스마트 팜 업체 팜에이트가 내년을 목표로 가정용 식물 재배기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스마트 팜 강자 팜에이트가 내놓는 가정용 식물 재배기는 무엇이 다를까. 강대현 팜에이트 사장에게 시장 가능성과 계획에 대해 물었다.

-출시 계획이 궁금합니다.
“가정용 재배기 제품 양산 전에 시제품을 개발하고 있어요. 12월 연말까지 시제품을 만들 계획입니다. 유통망 등 협업 파트너가 필요해 출시 여부는 내년으로 잡고 있습니다.”

-팜에이트가 내놓는 제품은 무엇이 다른가요.
“소비자들이 유지 관리하기 쉽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팜에이트의 축적된 기술력을 활용할 계획입니다. 일반 엽채소(잎을 먹는 채소)뿐만 아니라 과채소(열매 채소)까지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에요. 디자인부터 재배 방식, 크기, 유통 방법, 종류까지 차별화될 수 있도록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있죠.”

-시장 가능성 높은가요.
“수년 전만 해도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어요. 연구·개발비에 비해 판매 수량이 많지 않다는 얘기였죠.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상황이 바뀌었어요. 안전 농산물에 소비자 욕구가 크게 늘었고 기상 이변으로 채소 가격이 널뛰기를 하면서 가정용 식물 재배기에 대한 인식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후 변화가 가정용 식물 재배기의 성장을 촉진할까요.
“지난 10월은 엽채소 가격이 역대 최고점을 찍은 달이었습니다. 1kg에 1000원대였던 양상추 가격이 최근 7000원대로 올랐죠. 마트에선 1만원 가까이에 팔렸어요. 한파로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한 햄버거 프랜차이즈(맥도날드)는 아예 양상추 없는 햄버거를 팔고 있지 않습니까. 기후 변화는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인 변화이기 때문에 앞으로 채소 가격의 변동성이 더욱 클 것으로 봅니다. 수급 상황이 불안하면 가정용 식물 재배기의 가격 경쟁력이 보다 확보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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