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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6차 재난지원금 지급하나…당정 협의로 공 넘긴 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김부겸 국무총리 사이 당정 갈등에 청와대가 입장을 밝혔다. 반대가 아닌 당정 협의로 풀어나가라는 주문을 했다. 6차 재난지원금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일 서울 올림픽경기장 KSPO돔에서 열린 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일 서울 올림픽경기장 KSPO돔에서 열린 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4일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총리가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에) 원천적인 반대를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 주장에 기우는 언급이다.

재난지원금 논란은 지난달 29일 “국민의 헌신과 협력에 대한 위로와 보상 차원에서 추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이 후보 발언으로 촉발됐다. 김 총리가 3일 “당장은 여력이 없다. 주머니 뒤지면 돈이 나오는 그런 상황은 아니다”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이 후보는 밀어붙이기에 들어갔다. 바로 다음 날 김 부총리를 겨냥해 “초과 세수로 재원이 있다”고 정면 반박하며 6차 재난지원금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박 수석은 “(여력이 없다는 총리 발언은) 10조원 정도 되는 추가 세수를 가지고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는 말씀으로 이해한다. 당정 협의와 국회 협의로 접점이 찾아질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방안인 것인데 손실보상, 간접적 피해 그리고 재난지원금 이 중에서 어떻게 할지는 국회에서 논의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6차 재난지원금 지급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이다. 물론 당정, 여야 협의가 우선이란 전제가 깔려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7차 규제자유특구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부겸 국무총리가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7차 규제자유특구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는 현재 국회에서 심의 중인 내년 본예산을 수정해 대선 전 6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1인당) 추가로 최하 30만~50만원은 해야 한다”며 구체적 금액까지 제시했다. 이 후보 말처럼 전 국민에게 30만~50만원씩 주려면 15조5000억원에서 최대 25조8000억원(지급 과정에 들어가는 행정 비용은 제외)에 이르는 예산이 든다. 이 후보는 지역 화폐 예산 증액도 요구하고 있어 수십 조원 예산 수정이 필요하다.

초과 세수 10조원으로 막기엔 턱없이 부족해 문재인 정부표(標) 역점 사업에 대한 ‘칼질’이 들어가야 한다. “국채 발행을 더 하자는 것(나랏빚 추가)이 아니라 초과 세수로 하되 필요하면 다른 사업도 일부 조정하자는 것”이란 이 후보 발언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재정 여력이 충분한 것도 아니다. 문 대통령과 이 후보가 언급한 초과 세수 10조원도 실상은 ‘장부 상’ 여유분에 불과하다. 기획재정부가 올해분 국세 세입 예산안을 발표한 건 지난해 9월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 전망이 최악이었던 데다 백신 공급과 효과에 대한 의문도 크던 시기였다. 당시 기재부는 지난해 본예산보다 3.1% 감소한 282조7000억원 국세가 올해 걷힐 것으로 예상했다.

2021년 국세 수입 전망.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2021년 국세 수입 전망.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런데 기재부 예상보다 국내ㆍ외 경기 추락 강도가 덜했고, 백신도 신속히 공급되며 세수가 빠르게 차올랐다. 과열 우려까지 나올 정도로 부동산ㆍ주식시장이 뜨거웠던 점도 세수 증가에 기여했다. 기재부는 “세수 추계 오류가 심각하다”는 비판 속에 추가경정예산 편성 과정에서 세수 전망을 수정했다. 본예산 대비 31조6000억원 많은 314조3000억원으로 고쳤지만, 이마저도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26일 발간한 ‘총수입 예산안 분석’에서 올해 세수를 323조원으로 예상했다. 정부 2차 추경안보다도 9조원가량 많다. 기재부 관계자 역시 “예정처 전망과 비슷하게 세수가 들어올 것 같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과 이 후보가 얘기한 “초과 세수 10조원”의 근거다.

결국 10조원은 남아도는 돈이 아니라 세수 예측을 정부가 잘못해서 생긴 오차일 뿐이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 총지출 예산은 604조4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다. 본예산 기준 처음으로 600조원을 넘어섰다. 반면 국세를 더한 총수입은 548조8000억원으로 한참 못 미친다. 지출에서 수입을 빼면(통합재정수지) 55조6000억원 적자다. 초과 세수 10조원을 고스란히 빚 메우기에 쓴다고 해도 45조원 넘는 나랏빚을 내년에 더 져야 한다는 의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현지시간) 스코티쉬 이벤트 캠퍼스(SEC)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26) 기후행동 재무장관 연합'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현지시간) 스코티쉬 이벤트 캠퍼스(SEC)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26) 기후행동 재무장관 연합'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연합뉴스

청와대가 6차 재난지원금 논의의 공을 당정 협의로 넘기면서 재정 책임자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판단이 중요하게 됐다. 이 후보와 홍 부총리는 이전 재난지원금을 둘러싸고도 번번이 부딪혀왔다. 이 후보는 내년 암호화폐(가상자산) 과세 유예, 주식 장기 투자 세제 혜택 등 기재부 소관 정책의 수정을 연이어 강조하고 있다.

해외 출장을 마치고 이날 귀국한 홍 부총리는 5일 열리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참석한다. 해외 출장 내내 재난지원금에 대해 침묵을 지켰던 홍 부총리가 국회에서 관련 입장을 밝힐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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