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은행서 퇴직연금 굴려볼까"..4대 은행, ETF 투자 길 연다

문지웅,김정범 2021. 11. 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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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 투자 MZ세대 잡아라"
ETF신탁상품 곧 출시
증권사로 자금이동 막기위해
신한·KB국민銀 반격

◆ 은행의 퇴직연금 반격 ◆

이르면 이달 중, 늦어도 연내에 4대 시중은행 퇴직연금 가입자들도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은행 퇴직연금 가입자는 ETF에 투자할 수 없었다. ETF 투자를 원하는 사람들이 은행에서 증권사로 퇴직연금 계좌를 대거 옮겼던 이유다. 하지만 은행이 퇴직연금으로 ETF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확보하면서 퇴직연금 계좌 유치를 두고 은행·증권 간 대격돌이 예상된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르면 이달 중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들이 ETF 매매를 할 수 있는 시스템 가동에 들어간다. 대형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신한은행의 준비 속도가 가장 빠른 것 같다"며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도 연내에 퇴직연금 계좌에서 ETF 투자가 가능하도록 속도를 내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등은 증권사와 연계해 퇴직연금 계좌에서 ETF 매매를 실시간으로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왔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실시간 매매 중개는 증권사의 고유 업무 영역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벽에 부딪힌 후 계속 대안을 찾아왔다.

은행들이 이번에 찾은 방식은 '신탁'이다. 퇴직연금 가입자와 신탁 계약을 맺고 가입자가 주문을 내면 은행이 ETF 매매를 대행하게 된다. 이 방식을 활용하면 실시간 매매는 어렵다. 거래 체결은 시차를 두고 이뤄지는 지연매매 방식으로 하게 된다. 은행은 신탁 수수료를 챙긴다.

은행들이 앞다퉈 퇴직연금 ETF 매매 서비스를 시작하는 이유는 130조원에 이르는 은행 퇴직연금 잔고를 지키기 위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255조원인 전체 퇴직연금 잔고 중 은행은 130조원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하지만 퇴직연금 투자 열풍에 은행과 보험사에서 자금이 급격히 빠지고 있다. 미래에셋·NH·한국투자·삼성 등 4대 증권사에 따르면 은행·보험에서 이들 증권사로 옮겨온 IRP 규모는 2019년 1563억원에서 지난해 4374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9월까지 7987억원에 달한다. 2030 MZ세대는 펀드보다 ETF 투자를 선호하기 때문에 은행들이 끈질기게 ETF 매매 방법을 모색해 왔다. 은행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2차전지, 반도체, 메타버스 등 ETF 투자를 못하기 때문에 공격적 투자 성향이 강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증권사 IRP 계좌로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은행 퇴직연금 계좌에서도 ETF 매매가 가능해지면 증권사로 옮기는 수요가 줄어들 것 같다"면서도 "신탁수수료를 내야 하는 데다 실시간 매매는 안 되기 때문에 한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지웅 기자 / 김정범 기자]

증권사가 빨아들인 퇴직연금 8천억…절치부심 은행 'ETF 승부수'

퇴직연금 판 바꾸는 ETF

수수료 0원·ETF 인기 힘입어
증권사로 3년간 1조4천억 이동

전기차·2차전지·메타버스 등
퇴직연금 ETF투자 2년새 12배

은행 실시간매매 금지 지침에
'신탁' 방식으로 우회로 뚫어
하루 늦은 거래·수수료가 변수
1일 서울 서초동 삼성증권 삼성타운금융센터를 찾은 한 고객이 삼성증권 직원에게서 개인형퇴직연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승환 기자]
신한은행을 비롯해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추가 이탈을 막기 위해 상장지수펀드(ETF) 매매 서비스를 연내 시작할 채비다. 각 은행은 현재 막바지 시스템, 상품 라인업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대 은행 중에서도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하나은행의 준비 속도가 비교적 빠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신한·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 퇴직연금 계좌에서 ETF를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거의 다 구축했다가 막판에 금융당국이 은행의 업무 영역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으면서 시스템 가동이 불발됐다.

한 자산운용사 ETF 담당 임원은 "시차는 있겠지만 연내에 4대 은행을 중심으로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부터 ETF 매매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며 "신탁 방식을 활용하면 실시간 매매는 안되고 지연 매매 형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이 경쟁적으로 퇴직연금의 ETF 투자 시스템 구축에 나선 이유는 명확하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불기 시작한 동학개미운동이 퇴직연금 시장으로 번지며 폭발적인 성장 가도에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퇴직연금은 안정적으로 은행 예금에 넣어두는 게 관행이었다. 하지만 최근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특히 ETF로 직접 운용하며 바로바로 수익률을 확인하기를 원한다.

이런 이유로 ETF 매매가 안되는 은행·보험에서 증권사로 계좌를 옮기는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미래에셋, NH, 한국투자, 삼성증권 등 4개 증권사에 따르면 은행·보험에서 증권사로 이동한 IRP 규모가 2019년 1563억원에서 올해는 지난 9월 말까지 798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년 새 5배 급증했다.

4개 증권사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과 IRP 계좌에서 이뤄지고 있는 ETF 투자 잔액도 2019년 1836억원에서 올해 9월 말 2조2199억원으로 12배나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는 "펀드와 달리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고 투자 내역도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퇴직연금을 ETF에 투자하는 사례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며 "전기차, 메타버스 등 10~20년 뒤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할 수 있는 테마형 상품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ETF를 강력한 퇴직연금 투자 수단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우선 IRP부터 ETF 매매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DC형은 회사가 은행·증권·보험 등 사업자를 지정해두기 때문에 고객 이탈이 쉽지 않다. 반면 IRP는 근로자들이 알아서 가입하고 이동도 자유롭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IRP에 가입하면 연금저축과 합쳐 7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연말에 가입자가 몰린다"며 "IRP에서 ETF 매매가 안되면 연말에 증권사로 고객을 다 뺏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은행들이 연내에 퇴직연금 ETF 매매 서비스를 시작하려고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 IRP에서 ETF에 투자할 수는 있지만 실시간 거래는 어려울 전망이다. 형식상 신탁 방식을 채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행별로 하루에 몇 번 거래할 수 있을지 현재 시스템을 최종 점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의 호가를 받아줄 증권사(유동성공급자·LP)와의 사전 조율도 필요하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ETF를 선별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은행들이 지금도 ETF 신탁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퇴직연금으로 투자할 수 없는 레버리지와 인버스, 파생형 상품을 빼고 최근 주목받고 있는 테마형 ETF 중 선별해서 리스트에 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연매매와 함께 신탁수수료도 은행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ETF에 투자할 때 추가로 져야 하는 부담이다. 현재 증권사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으로 퇴직연금 계좌에서 ETF를 매매할 때는 수수료가 거의 무료에 가까울 정도로 미미하다. 반면 은행의 경우 신탁수수료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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