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증인의 회고 "앞으로 최동원 같은 투수는 없을 것"
[스포츠서울|배우근기자] 철완(鐵腕)의 투혼과 열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1984최동원’이 오는 11일 개봉한다. ‘11’은 최동원이 경남고 시절부터 달았던 등번호다. 쭉 뻗은 길처럼 돌아가지 않고 정면승부하는 그의 인생철학을 품고 있다.
마운드에서 투구하던 최동원을 오랜기간 지켜본 야구원로 박용진은 “앞으로 이런 투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박 원로는 프로야구 2군 감독(삼성.LG.한화)과 경기감독관, 그리고 야구해설로 한 시대를 풍미한 야구인이다.
박 원로는 “그 해 한국시리즈를 해설했는데 마지막 7차전(잠실·10/9)은 또렷하게 기억한다”라고 했다. 수많은 야구경기를 체험하고 해설했지만 ‘무쇠팔’ 최동원이 KS 4승을 거둔 순간은 그 어느때보다 특별했다는 것.
박 원로는 7차전을 회상하며 “사실 삼성이 그 경기를 잡고 우승할거라고 봤다. 내심 삼성이 승리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삼성은 야구단에 투자했지만 롯데는 투자 안하는 구단이었다”라고 운을 뗐다.
삼성 우승을 예상한 또다른 이유는, 아무리 철완이라도 최동원의 몸상태가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금테안경은 7차전 마운드에서도 여전히 빛났지만 최동원의 구위는 확실히 힘이 빠진 상태였다.
최동원의 그해 KS등판 일정은 가혹했다. 분업화가 정착한 현대야구에선 상상하기 힘든 릴레이 투구였다. 최동원은 KS 1차전(9/30)에 등판해 9이닝 무실점 완봉승을 거뒀고, 3차전(10/3)에선 9이닝 2실점 승리를 챙겼다. 그리고 5차전(10/6)엔 8이닝 3실점으로 호투했지만 타선불발로 패전투수가 됐다.
그리고 벼랑끝에 몰린 6차전(10/7)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시리즈를 3:3 동률로 맞춘다. 전날 선발투수가 다음날 또 등판해 팀을 위기에서 구해낸 것이었다. 그리고 최동원은 운명의 7차전(10/9) 마운드에도 선발 출전한다.
강병철 당시 롯데 감독은 “동원아, 우짜노 여까지 왔는데…”라고 했고, 최동원은 “알겠심더, 마 함 해보입시더”라는 유명한 대화를 남겼다.
7차전에서 유두열은 삼성 김일융을 상대로 8회 역전 스리런을 때려냈고, 최동원(9이닝4실점)은 마지막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우승 마침표를 찍었다.
이때 박 원로가 해설하던 잠실 중계석 바로 아래에서 삼성 이건희 회장이 관전하고 있었다. 이날 이 회장은 삼성이 중반까지 4-1로 앞서자 귀빈석에 입장했다. 구단주가 갈 때마다 팀이 지는 징크스 탓에 머뭇거렸지만, 3점차가 벌어지자 안심하고 입장한 것. 그러나 이 회장의 징크스는 이날도 결국 깨지지 않았다.
박 원로는 “이 회장이 와 있었는데 유두열의 역전 결승 3점 홈런이 나오고 롯데가 승리하자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였다”라며 당시 분위기를 기억했다.
이들은 연장 15회 완투 2-2 무승부 신화를 KBO리그 역사에 남겼다. 이날 최동원은 209개, 선동열은 232개를 던졌다. 지금으로선 상상도 못할 투구수다. 박 원로는 이 경기도 마이크를 잡고 중계했다. 박 원로는 두 명의 걸출한 투수를 다음과 같이 하나씩 비교했다. 먼저 최동원이다.
“최동원이 힘을 많이 들여 공을 던지는 투구폼이라면 선동열은 그렇게 다리를 높이 올리지 않았다. 정통파 오버핸드도 아니었다. 대신 익스텐션이 길었다. 마치 고무줄을 당겨서 몸이 나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선동열은 무겁고 빠른 공에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던졌다. 그 슬라이더가 타자 몸쪽으로 쑤시고 들어가면 타자들이 감당을 못했다”
최동원과 선동열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그럼에도 최고 투수를 한 명 꼽으라면 누구를 선택할까.
박 원로는 잠시 고민한 뒤 ‘최동원’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는 “두 투수 모두 철인이다. 던지면서 힘이 빠지는 모습이 없었다. 당대 최고 투수들이고 역사적 평가는 아직 진행중”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굳이 둘 중에 뽑는다면 정통파로 타자와 정면승부한 최동원이다. 앞으로도 보기드문 유형의 파이터다. 투구폼도 힘이 많이 소요되는 스타일인데 유지했다. 체력도 엄청난거다. 그 이면엔 끝없는 노력이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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