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수집에 진심인 '흘러트' 배민수 대표

서울문화사 2021. 11. 1.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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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대상을 디깅하고 가치 있게 소비하며 의미를 부여하는 것. 수집은 남들과 차별화된 나만의 취향을 찾고 확고히 하면서 나를 재발견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지독하리만큼 좋아하는 것을 파고드는 두 명의 수집가를 만났다. 삶을 바꾼 그들의 지독한 덕력에 대해.


빈티지 가구와 카페트, 스피커, LP 등 배민수 씨가 사랑하는 아이템들로 장식한 흘러트의 매장 한쪽.


빈티지 가구를 좋아하는 수집가에서 전문가로 거듭난 배민수 씨.

수집은 인생이다

흘러트 배민수 대표 성우이자 소문난 수집가이기도 한 배한성 씨에게는 그를 꼭 빼닮은 아들이 있다. 얼마 전 빈티지 가구 숍 ‘흘러트’를 오픈한 배민수 씨가 그 주인공. 아버지로부터 취향을 갖는 법과 수집품을 대하는 자세 등을 배운 그는 자신만의 수집 세계를 넓히고 있다. 그는 수집가로서의 덕목을 두루 갖췄다. 어느 하나에 꽂히면 최대한 몰두해서 전문가 수준이 될 때까지 파고든다.

소유하고 싶은 아이템이 있으면 그 어떤 수고로움도 마다치 않으며 취향을 위해서라면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은 당연한 몫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신상품보다는 오래 묵은 빈티지 제품들을 좋아하는데, 이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어릴 때부터 수집가 아버지 밑에서 자라 오래된 것들이 주는 따뜻하고 편안한 매력을 익히 잘 알고 느낀다고. 덕분에 세컨드 핸즈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다.

그는 누구인지 모르지만 타인의 손을 타면서 자신이 모르는 무수한 스토리를 쌓아온 수집품들의 세월을 존중한다. 더 옛날 것, 더 묵은 것을 찾다 보니 그의 수집품 중에는 레어템이 많다. 하나 둘 모으기 시작해 어느새 200여 벌이 넘는 우리나라 축구 유니폼부터 올드 카, 빈티지 가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집품을 모으는 그에게 수집은 취향의 산물이자 인생 그 자체이다.

흘러트의 콘셉트 카 피아트 판다.


책상은 1970년대 데니시 빈티지, 의자는 임스, 조명은 미국 빈티지.


처음 수집한 것

우리나라 축구 유니폼. K리그 경기는 시즌에 한두 경기 빼고 모두 직관할 만큼 축구를 좋아했다.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사 모으기 시작해 200여 벌을 소유하고 있다.

현재 수집하고 있는 아이템

올드 카, 빈티지 가구, LP 등.

수집품을 모으는 기준

기능은 중요하지 않다. 무조건 디자인이 우선. 매끈하고 아기자기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편. 여기에 오래된 희귀템이라면 무조건 지갑이 열린다.

수집이 당신에게 미친 영향

하다하다 빈티지 가구 숍을 오픈했다. 소장하기 좋은 아이템들을 직접 고르고 구매하면서 대리만족 중.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정말 천직을 찾았다고 한다.

수집 카테고리를 늘린다면

오디오와 앰프. 영국 쿼드사의 제품은 수집가들 사이에서 핫한 제품은 아니지만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소장하고 싶다.


배민수 씨의 수집품에서는 LP를 빼놓을 수 없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했던 그의 원픽은 비틀즈의 1집 LP.


가죽보다는 패브릭을 선호하는 그는 카펫을 사랑한다. 그의 매장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리얼 페르시안 카펫들.


성북동에 오픈한 빈티지 가구 숍 흘러트는 우드와 가죽, 패브릭 등 집 안을 따뜻한 감성으로 꾸밀 수 있는 다양한 빈티지 가구와 소품을 선보이고 있다


200여 벌의 축구 유니폼 중 엄선한 3가지. 왼쪽은 물결 국대로 유명한 1996~98년의 국가대표 유니폼 중 골키퍼 김병지 선수의 유니폼. 가운데는 1980년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국가대표 유니폼, 오른쪽은 1994~96년 홍명보 선수의 유니폼.

수집하는 아이템이 다양하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아이템을 수집하고 계신가요?

시작은 축구 유니폼, 그중에서도 우리나라 축구 유니폼이에요. 이후 한때 슈프림이라는 브랜드의 옷도 모았고요. 지금은 올드 카와 빈티지 가구에 빠져 있고, LP도 여행 다닐 때마다 한두 장씩 꼭 사 오는 편이에요. 사케나 시계 등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관심사가 폭넓습니다.

수집가 중에서도 빈티지 마니아시더라고요. 옛것이 가진 매력이 뭔가요?

희소성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나오는 제품은 뭐가 됐든 주머니에 돈만 있으면 언제든 살 수 있지만 빈티지는 그렇지 않거든요. 그 때문에 득템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올드 카 동호회의 회장을 맡을 만큼 대표적인 올드 카 수집가로 알고 있어요.

아버지께서 올드 카를 타셨어요. 제가 운전면허증을 따자마자 차량을 공유해주셔서 올드 카에 입문했고요. 올드 카는 수리할 일이 많아 차가 굴러가는 메커니즘을 알아야겠더라고요. 10여 년간 올드 카를 타면서 정말 많은 공부를 했고, 이제는 아버지보다 더 전문가 수준이 됐어요.

어떤 종류의 올드 카를 수집하셨어요?

BMW E30 89년식과 92년식, 폭스바겐 제타 2세대 91년식을 비롯해 피아트 판다, 지오 트랙커, 사브, E46 M3, 벤츠 W202 등 수없이 많은 차가 제 손을 거쳐갔고, 현재는 7대를 보유하고 있어요.

올드 카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전기차, 심지어 자율주행이 가능한 차 등 요즘 나오는 차들의 편의성은 정말 최고라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보면 올드 카는 불편하기 짝이 없죠. 그러나 조작의 즐거움은 올드 카가 더 커요. 창문도 손잡이를 돌돌돌 돌리면서 열고 닫아야 하고, 기어도 수동으로 조작해야 하고요. 옛것의 냄새, 눈이 편안한 내부 디자인 등도 매력적이에요.

빈티지 가구를 수집하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이 또한 아버지의 영향이 큽니다. 저희 집에는 빈티지 가구가 정말 많았거든요. 빈티지 가구와 함께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러다 저만의 가구들을 소유하면서 빈티지 가구를 본격적으로 수집하게 됐습니다.

어떤 가구들을 수집하세요?

저는 빈티지 가구와 올드 카를 비교하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미국산 빈티지 가구는 미국산 올드 카처럼 크고 투박한 맛이 있고요. 유럽의 빈티지 가구는 유럽의 올드 카처럼 작고 매끈하면서 아기자기한 디자인이 특징이에요. 저는 그중에서도 이탈리아파입니다. B&B 이탈리아, 까시나의 가구들을 특히 좋아하고요. 스틸보다는 나무, 가죽보다는 패브릭 소재로 된 것을 선호해요. 은근히 패브릭 소재를 많이 사용하는 에로 사리넨의 가구도 좋아합니다.

빈티지 가구를 수집하다가 가구 숍까지 열게 되셨는데요. 컬렉터계의 성덕인가요?

저는 제가 좋아하고 즐기는 것을 타인과 함께 공유하는 것을 좋아해요. 그래서 성북동에 흘러트(HLUT)라는 가구 숍을 오픈했어요. 당연히 판매 목적도 있지만 빈티지 가구를 더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고 함께 즐기고 싶다는 바람이 더 큽니다.

빈티지 가구 숍은 많은데요. 흘러트만의 차별점이 있나요?

흘러트는 독일어로 나무, 가죽, 그리고 섬유의 스펠링 앞 글자를 따서 조합한 단어예요. 나무와 가죽, 패브릭 등 소재에 집중한 따뜻한 빈티지 퍼니처를 주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여기에 팝업 형태로 다양한 브랜드 혹은 이벤트와 빈티지 가구의 조합을 선보이면서 빈티지 가구의 매력을 더욱 널리 알릴 예정이에요.

수집가에서 전문가로 변신을 하신 셈이네요. 빈티지 가구 입문자들을 위해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젊은 분들에게 입문용으로 추천한다면 임스의 가구가 제격이라고 생각해요. 가격이 합리적이고, 감성이 담긴 디자인도 매력적이면서 어떤 인테리어에도 무난하게 어울릴 수 있거든요. 단 하나의 아이템을 고르자면 테이블인데요. 테이블을 들이고 나면 거기에 어울리는 의자, 조명 등으로 확장하면서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가기 쉽습니다.

그가 사랑하는 따뜻한 감성이 담긴 빈티지 가구 포스터.


구조적인 형태가 마치 오브제 같은 데니시 체어.

기획 : 한정은, 박민정 기자  |   사진 : 김덕창, 이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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