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소스+연민" '검은태양' 유오성이 누아르 얼굴이 되기까지[★FULL인터뷰]

한해선 기자 2021. 10. 3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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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오성(55)이 국가에 버림 받은 '대형 빌런'으로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MBC 창사 60주년 특별기획 금토드라마 '검은 태양'(극본 박석호, 연출 김성용)에서 백모사는 특별한 액션 없이 얼굴이 비춰지는 것만으로도 시청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유오성은 극중 '암막 뒤의 설계자'로 어둠의 권력을 틀어쥔 백모사(유오성 분) 역을 맡았다.

-유오성의 '인생 3쿼터'는 어떨 것 같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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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한해선 기자]
배우 유오성 /사진=MBC

배우 유오성(55)이 국가에 버림 받은 '대형 빌런'으로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MBC 창사 60주년 특별기획 금토드라마 '검은 태양'(극본 박석호, 연출 김성용)에서 백모사는 특별한 액션 없이 얼굴이 비춰지는 것만으로도 시청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오랜만에 맛보는 유오성만의 짜릿한 惡우라다. 유오성은 최후의 인질극에서 영화 '다크나이트'의 조커 같은 무자비한 악을 표현하다가, 어렴풋이 딸과의 기억을 떠올리고 총격에 목숨이 끊겨 여운을 줬다.

'검은 태양'은 일 년 전 실종됐던 국정원 최고의 현장 요원 한지혁(남궁민 분)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내부 배신자를 찾아내기 위해 조직으로 복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박석호 작가의 2018년 MBC 드라마 극본 공모전 수상작, MBC 첫 금토극, 150억 대작의 웰메이드로 주목 받았다.

유오성은 극중 '암막 뒤의 설계자'로 어둠의 권력을 틀어쥔 백모사(유오성 분) 역을 맡았다. 백모사는 과거 국정원 요원이었다가 국가에 버림 받고 중국과 북한의 접경지대 지하 세계로 흘러가 악의 세력을 구축하고 국정원에 복수를 꿈꿨다. 이후 국정원 요원이 된 딸 유제이(김지은 분)를 만나지만, 인질극을 벌이다가 한지혁의 총격에 사망했다.

배우 유오성 /사진=MBC

-MBC 대작 '검은 태양'을 마친 소감은?

▶제작진의 노고가 컸다. MBC 창사 60년 만에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었고 새로운 중압감도 생긴 것 같다. 제작진이 고생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검은 태양'의 어떤 점에 끌려 출연을 결심했는가.

▶배우는 작품이 주는 사회적 발언에 동의하기 때문에 출연할 텐데, 나도 그런 부분에서 일말의 선택이 없었다. 나도 나이를 먹으면서 '인생 3쿼터'에 진입했더라. 나에게 운명적으로 3쿼터 첫 번째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나와 알지 못한 사람이 나와 작업을 하고 싶다고 해준 것도 좋았다.

-'검은 태양'이 복잡한 서사, 블록버스터 액션을 보여줬다. 촬영하며 어려웠던 점은 없었는지?

▶기본 설정 자체가 기억을 상실한 주인공이 기억을 찾아가는 내용이어서 어렵진 않았다. 작업 강도에서 힘들진 않았다.

-유오성의 등장만으로 빌런의 압도적인 힘이 느껴졌다.

▶나 스스로 빌런으로서 큰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톱 조명에서 내려다 보는 장면이 첫 장면이었는데, 나는 내 생김새대로 찍었다.(웃음) 첫 번째 관객인 감독이 영화 '비트', '친구' 때의 분위기가 한 번에 나온 것 같다고 말해줘서 좋았다.

/사진=MBC

-'친구' 때 조직폭력배 역할의 잔상이 아직도 세다. 사실 '주유소 습격사건' 때는 단순무식, '챔피언' 때는 순박한 얼굴도 보여주지 않았나. 스스로는 어떤 얼굴이 마음에 드는가.

▶빌런을 계속 하면 스트레스 받지 않냐고들 물어보는데, 사람을 쪼개보면 양면이 있다. 거친 사람은 그 안에 선함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빌런 역을 했지만 그만큼 순수한 면도 갖고 있는 것이겠다.

-백모사를 어떻게 이해하고 연기했는지?

▶loneliness. 외로움이다. 그런 인물이 겪을 외로움이 있었다. 이 드라마를 찍으면서 지혁이가 기억을 상실하고 복귀했을 때 박사가 얘기한 게 '검은 태양'의 메시지이지 않을까 싶다. '감정의 힘은 기억보다 강력하다. 감정에 기억이 휩쓸려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대사다. '검은태양'은 첩보물이지만 감정도 다뤘다고 생각한다.

-백모사는 총에 맞아 죽는 순간 어떤 생각을 했을까.

▶원래 벽에 기대서 죽는 것이 엔딩이었는데 애매하게 걸쳐서 죽는 걸 보고 백모사는 죽을 때도 불편하게 죽는구나 싶었다. '어우 배겨'라고 생각했다. 백모사가 외로웠는데, 그 인물은 끝까지 자기처럼 외롭게 풀지 못하고 죽었다. 거기서 딸이 더 오열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백모사에 연민을 느꼈나.

▶백모사가 너무 악으로 보이지 않게 여지를 두고 연기를 할 수도 있었는데, 백모사는 그걸 피해야 했다.

배우 유오성 /사진=MBC

-백모사와 한지혁은 국가에 충성했지만 기억을 잃고 방황한 부분에서 같았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결말은 달랐다. 둘의 차이는 무엇이라 생각했나.

▶지혁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 '낭만파'이고, 백모사는 그게 없는 이기적이고 과거에 함몰된 드라이한 존재였다. 거기서 주인공과 빌런이 나뉜 것 같다.

-백모사가 국정원에 딜레마 키를 쥐어놓고 마지막 인질극을 벌이는 장면은 영화 '다크나이트'의 조커를 연상케 했다.

▶감독님이 '조커 같다'고 말하셨는데 방송에 쓰이지 않은 장면이 있다. 백모사와 제이의 관계에서 백모사가 딸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는다. 이들이 부녀 관계라고 납득이 된 것은 전적으로 (김)지은이의 연기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혼선이 있으면 그게 오히려 억지스러울 거라 생각했다. 백모사는 결과적으로 죽을 때까지 과거의 기억과 감정에 휩싸여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후배 배우들에게는 의외로 편한 선배인 것 같은데.

▶나는 주인공, 조연 따로 없고 남자 배우 여자 배우 따로 없다고 생각한다. 배우란 게 계속 '배우라'고 해서 배우인 것 같다. 배우는 작가의 크리에이티브를 배우는 구현하는 사람일 뿐이다. 그래서 내가 누군가를 평가할 순 없다. 연출자가 캐스팅했으면 그만큼의 자격이 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내일을 향해 쏴라'라고 MBC 드라마를 처음 했다. 현장에서 보면 역할이 작은 친구들은 배려를 못 받는다. 나도 그런 과정이 있었으니 후배들에게 '밥 먹으러 가자'라고 말을 거는 편이다. 후배가 곧 죽는 역할이면 '죽으려면 잘 먹고 죽어야지. 제삿밥이야 인마'라고 농담도 한다.(웃음) 힘들어하는 후배들이 있으면 '네 복은 따로 있을 거니까 지금 덜 보인다고 섭섭해하지 말아라'라고 말해주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따르는 후배도 있는지?

▶(이)준기가 '잘 계십니까' 하고 인사한다. KCM이 '정글의 법칙'을 함께 하면서 보니 성실하고 열심히 살려고 하더라. 그런 사람을 보면 나도 수시로 안부 문자를 주려고 한다.

-'친구'가 인생작이다 보니 진지하고 어두운 캐릭터의 이미지가 센데, '주유소 습격사건', '투명인간 최장수'처럼 유쾌한 역할을 또 해보고 싶지 않나.

▶'친구', '주유소 습격사건'도 내가 해보고 싶다고 한 것이 아니다. 배우는 선택을 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내가 판을 깔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유동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것 같다. '친구'에서 캐릭터가 셌기 때문에 대중들이 세게 기억을 해주신 것 같다. 캐릭터 이미지와 관련해서 내가 스트레스 받은 적은 없다. '너도 인간이니', '장사의 신', '검은 태양'도 그렇고 드라마를 찍다 보면 극중에 내 편이 없더라. 한 명이서 여러 명과 싸우니 나는 참 가성비 좋은 배우인 것 같다.(웃음) 내년이면 30년 차인데 '범사에 감사하자', '본립도생'(本立道生)이란 생각을 한다. 자기 뜻이 분명하면 어느 정도 나아갈 길이 정해진다고 생각한다. 배우는 연기를 해야한다. 연기를 해야 존재의 근거를 찾게 된다.

배우 유오성 /사진=MBC

-여전히 연기가 어렵나.

▶그렇다. '센 놈이 오래가는 게 아니라 오래가는 놈이 센 놈'이라는 말이 있지 않냐. 나도 오래 하면 일에 대한 소명의식이 갖춰질 거라 생각한다. 감정적인 걸 교류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하는 일이 남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게 숙성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나는 '잘 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잘 해내야지'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한 번도 연기를 잘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이에 맞게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배우로서 거시적으로 보는 편인 것 같다.

▶다 행복해야 하겠다. 남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친구'를 찍을 땐 사람들이 '망했다'고들 하더니, 잘 되니까 '잘 될 줄 알았다'고 하더라. 그런 것들을 많이 봐오면서 사람이란 게 참 간사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현장을 크게 보게 된 것 같다. 배우란 존재가 도박 같다. 힘들어하는 배우가 고민 토로를 한 적이 있는데 내가 '네 남은 복이 있다. 상대적으로 비교하지 말라'고 말해줬다. 낭중지추(囊中之錐)처럼 포텐셜이 터질 거라고 했다"며 "나 처음에 영화 찍을 때 단역을 할 때 오디션을 보고 시작해서 이 판에 부채의식이 없다. 그 다음에 단역을 다시 시작했다. 단역이 홀대 받는다. 나는 후배들에게 '연기할 때 NG 내는 걸 겁내지 말라'고 말한다.

-유오성의 '인생 3쿼터'는 어떨 것 같은가.

▶'경험'은 사람에게 유일한 예열이라는 말이 있다. 앞으로는 내가 좋아한 부분을 잘 지켜내고 결함이 있었던 부분을 두 번 다시 반복하면 안 되겠다. 인생을 살면서 똑같은 반성을 해야할 상황은 없을 것 같다. 영화 흥행이 됐을 때 송사 문제도 그렇고. 내가 가장, 아버지, 남편, 배우란 네 가지 직업을 갖고 있다. 위의 세 가지를 지탱하는 게 배우인 것 같다.

-과거에 계약 파기 갈등, 송사 등 힘든 시기를 몇 차례 겪고나서 지금은 마음을 많이 내려놓게 된 것 같다.

▶그 시간이 많이 괴로웠다. 감정을 전달하는 직업의 사람이 비인간적이고 비인격적인 몰매를 일방적으로 맞는 것에 대해 많이 괴로웠다. 나는 이 판에 부채의식이 없는데, 그때는 독고다이였다. 그쪽은 편이 있는데 내 편이 거의 없었다. 영화제작자협회들이 나를 퇴출시키자고 하기도 했다. 반대로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이건 부당하다고 했다. 나는 일개 배우인데 이렇게까지 하나 싶었다. 센 놈이 오래 가는 게 아니라 오래 가는 놈이 센 거라고 느꼈다.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소명, 이 사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롤, 절대적인 가치를 인생 2쿼터 때 느꼈다. 나도 남의 것을 신경쓰지 않는 편이었는데 나머지의 시기에는 모인 사람들을 사랑하고 이별도 반복하는 직업을 하는 거라 생각한다. 추억을 만들어야겠다. 막내 스태프들은 진짜 막내뻘이다. 힘든 일을 선택했으니 서로에 대해 연민이 많이 느껴진다. 그래서 내가 누아르를 좋아하는 것 같다. 누아르는 기본적으로 '페이소스'이고 '연민'인 것 같다.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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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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