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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 금융시대] 요즘 누가 직접 가니? 누워서 계좌 만들고 자산관리까지 한다

신찬옥 기자
입력 : 
2021-10-29 04: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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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보험·카드…간편 금융서비스 개발에 사활

모바일뱅킹 절차 간소화는 기본
펀드도 들고 24시간 환전서비스
은행마다 맞춤형 자산관리 제공

복잡했던 보험상품 가입 절차도
카톡 링크·전자서명으로 더쉽게
보험금 청구·계약대출도 한번에

카드사, 생활밀착형 플랫폼 변신
페이와 연동 언제 어디서나 주문
금·해외주식 투자 가능한 앱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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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1분도 길다. 10초는 안 되나. 언제 어디서나 앱 하나로 원하는 금융서비스를 받고 싶다." 금융 소비자들이 '간편함'에 꽂혔다. 퇴근 후 안방에 누워 계좌를 개설하고 신용카드를 발급받으며 자산을 한눈에 보면서 관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오픈뱅킹이 확산되면서 은행이나 카드사 앱 하나로 모든 금융기관 계좌를 관리하는 편리함에 빠졌다. 유치원생과 초등 저학년 두 아이를 키우는 40대 직장인 김 모씨는 "주력 은행에 연계해두고 오픈뱅킹을 사용 중인데,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다른 은행 계좌에서 1000만원까지 돈을 가져올 수 있어 자주 쓴다. 이제 다시는 예전처럼 지점을 찾아다니는 서비스는 이용하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20대 대학생 이 모씨는 은행 지점을 간 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씨는 "동기들 중에는 은행 지점에 한 번도 안 가봤다는 친구가 있을 정도로 비대면 거래가 일상이 됐다"면서 "계좌 개설이나 카드 발급, 보험 가입도 절차가 간편해져 짧게는 1분 안에 끝나는 데 익숙하다"고 말했다.

금융사들은 간편금융 서비스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은행권은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자산관리 시장 공략을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다. 고객들이 떠나지 않도록 모바일 뱅킹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은 기본이다. KB국민은행은 자동로그인 기능에 소액 결제는 터치 없이도 가능한 서비스를 선보였고, 신한은행은 '신한 쏠'에서 금융상품은 물론 부동산과 자동차 자산까지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하나은행 '하나원큐'에서는 간편하게 펀드를 고르고 가입할 수 있으며, 우리은행 '우리원뱅킹'에서는 우리페이를 활용한 간편결제와 24시간 환전, 외환 보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 개발되다 보니 혁신성이 돋보인다. 농협은행이 '올원뱅크' NH자산+ 메뉴에서 118개 기관의 자산 통합관리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IBK기업은행은 비싼 기계를 구매하지 않고도 소상공인이 스마트폰을 결제기로 활용할 수 있는 'IBK BOX POS' 서비스를 선보였다. 카카오뱅크는 모임통장을 만들어 카카오톡 친구를 초대하는 간편한 방식으로 회비를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 케이뱅크는 최대 10개까지 통장을 쪼개 쓸 수 있는 '나만의 파킹통장'으로 호평받고 있다.

보험사 역시 복잡한 상품 가입 절차를 간소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삼성생명은 설계사와 상담한 후 카톡으로 가입 링크를 받아 직접 청약 가능한 서비스를 내놓았고, 현대해상은 지문인증 전자서명을 도입해 가입 절차를 10단계에서 4단계로 줄였다. 삼성화재는 모바일 앱 없이도 간편하게 웹에서 보험금 청구, 계약 변경, 보험계약 대출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놨다. 동부화재는 설계사들이 고객 등록부터 계약 체결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GA 모바일영업지원 앱을 제공하고 있다. 카드사는 간편결제 기능을 고도화하고 언제 어디서든 접속하는 '생활밀착 플랫폼'으로 변신하고 있다. 신한카드 '신한플레이'는 스마트폰을 흔들거나 홈 화면 에지패널로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했다. 삼성카드는 버거킹 오더, 스타벅스 오더 등의 기능을 연계하고 국내 최초로 카카오페이와도 연동했다. 현대카드는 카드 재발급 시 자동이체 정보를 변경할 필요가 없도록 '카드번호 유지 재발급' 서비스를 제공한다. KB국민카드, BC카드, 우리카드는 페이 서비스 고도화로 승부한다. KB페이는 42개 오픈뱅킹 참여 금융사 계좌를 한 번에 조회·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페이북'을 서비스하는 BC카드 앱에서는 금융상품 가입은 물론 금과 해외 주식 투자도 할 수 있다.

저축은행도 진화 중이다. 웰컴저축은행 '웰컴디지털뱅크'는 2.5% 정기예금(12개월 기준), 3~6% 고금리 적금 등 다양한 상품을 비대면으로 제공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처럼 잇달아 간편금융 서비스를 출시하는 금융권에서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것은 '보안'이다. 출시 전에 화이트해커에게 '모의해킹'을 의뢰해 보안 취약점을 찾고 이를 예방하는 회사들도 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화되고 간편결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내년에는 '금융 서비스 간소화-보안 강화' 경쟁이 더욱 열을 올릴 것"이라며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클릭 몇 번으로 간편하게, 한 곳(원앱 전략)에서 다양한 금융 거래와 자산 관리를 할 수 있는 회사가 승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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