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소비자금융 철수.."내 예·적금과 대출은 어쩌나?"

염지현 입력 2021. 10. 2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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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티은행이 개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매금융시장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한다. 씨티그룹이 옛 한미은행을 인수해 한국 씨티은행이 된 지 17년 만이다. 연합뉴스.

직장인 이모(40)씨는 25일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한국씨티은행의 고객 안내 메일을 받고 깜짝 놀랐다. 이씨는 “씨티카드를 10년 넘게 이용했는데 갑자기 사업을 폐지한다니 당황스럽다”며 “당장 카드 사용도 중단되는 게 아닌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한국씨티은행이 개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매금융시장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한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어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을 단계적으로 폐지(청산)하기로 결정했다고 25일 밝혔다. 2004년 옛 한미은행을 인수해 한국씨티은행이 된 지 17년 만에 소매금융에서 손을 떼는 것으로, 글로벌 전략 차원에서 기업 금융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6개월간 자산관리(WM)를 비롯해 여·수신, 신용카드 등 소비자금융 사업을 분리 매각하는 방식으로 금융사들과 협의했지만 높은 인건비 등으로 매각이 불발됐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소비자금융) 전체 매각을 우선순위로 두고 출구전략의 모든 실행 방안을 검토했지만, 현실적인 제약을 고려해 단계적 폐지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국씨티은행 개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예·적금 등 기존 상품은 만기까지


소매금융 철수로 방향은 잡았지만, 씨티은행이 소매금융을 청산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상품별 소비자 보호 방안과 노조와의 합의, 금융당국의 인가절차 등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당장 혼란스러운 건 씨티은행 고객이다. 씨티은행은 고객이 보유한 예·적금과 대출, 신용카드 등은 계약 만기(해지)까지 동일하게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홈페이지 등으로 알렸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대출은 다음 달부터 다른 은행으로 옮기거나 중도상환할 때 수수료를 전액 면제해준다. 영업점과 모바일뱅킹, 인터넷뱅킹, 콜센터, 자동화기기(ATM) 등도 추가 안내가 있을 때까지 그대로 운영할 계획이다.

다만 모든 상품과 서비스의 신규 가입은 중단될 예정이다. 신용카드는 상품마다 차이가 있다. 개인 신용카드와 법인카드는 중단되지만, 신세계씨티아시아나카드 등 제휴카드는 당분간 신규 신청할 수 있다.


노조 “졸속 폐지 반대” 반발


그뿐이 아니다. 노조 반발과 금융당국의 인가 절차도 풀어야 할 숙제다. 씨티은행은 노조와 협의해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을 계획이다. 소비자금융 소속 직원이 회사에 남기를 희망하는 경우 은행 내 인력 재배치 등으로 고용안정도 최대한 보장한다는 게 씨티은행의 설명이다.

노사는 지난 23일 정년까지 남은 기간만큼 기준 월급의 100%를 보상하는 희망퇴직에 합의했다. 지급 최고한도는 7억원이다. 노조는 희망퇴직에는 합의했지만, ‘단계적 폐지안’에는 반대표를 던졌다. 통매각이 어렵다면 산업 전반의 여건이 개선될 때까지 매각을 미뤄야 한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졸속 청산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결사 항전할 것”이라며 “금융위원회는 엄격하고 철저한 심사를 통해 (사업폐지)인가를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조치 명령' 카드 꺼낸 금융당국


금융당국도 소비자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감독 강화에 나섰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단계적 폐지가 은행법상 인가대상인지 검토 중”이라며 “인가대상 여부를 떠나 소비자 보호와 금융 질서 유지 측면에서 현행법상 자세하게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씨티은행에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른 시정·중지 등 조치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지난 22일 사전통지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조치 명령을 결정할 경우 (씨티) 은행은 소비자 권익 보호와 거래 질서 유지 등을 위한 계획을 마련해 이행하고, 단계적 폐지 절차 개시 전에 해당 계획을 금감원장에게 제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씨티은행이 소매금융에서 손을 떼면 국내에서 소비자금융 영업을 하는 외국계 은행은 SC제일은행이 유일하다. 씨티은행에 앞서 HSBC가 2013년 소비자금융을 접고 기업금융만 남겼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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