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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티은행, 17년만에 소매금융 철수...희망퇴직 실시(종합)


입력 2021.10.25 11:08 수정 2021.10.25 11:09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희망퇴직안 협상 타결...완료까지 3~6개월

“신규 가입 중단, 기존 서비스 제공”

한국씨티은행 사옥 ⓒ 한국씨티은행 한국씨티은행 사옥 ⓒ 한국씨티은행

한국씨티은행이 결국 소비자금융 단계적 폐지(청산) 수순을 밟는다. 2004년 옛 한미은행을 인수해 씨티은행을 출범시킨지 17년만이다. 한국씨티은행은 난항을 겪었던 노동조합과의 희망퇴직안 협상도 완료하고 조만간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다.


한국씨티은행은 25일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의 출구방향을 ‘단계적 폐지’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향후 기업금융에만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이같은 결론은 본사인 미국 씨티그룹이 지난 4월 한국을 포함한 13개국의 소비자금융 사업을 철수한다고 밝힌지 6개월만이다. 이에 따라 외국계 은행 중 국내에서 소비자금융을 운영하는 곳은 SC제일은행만 남게 됐다.


당초 한국씨티은행은 통매각을 우선순위에 두고 출구전략을 검토해왔으나 인력 문제 등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WM(자산관리), 신용카드 등 알짜 사업을 부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복수의 금융사들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고 협상을 벌여왔으나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단계적 폐지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들은 소비자금융 부문 전체 직원 고용 승계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인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씨티은행은 이 과정에서 매각 협상의 돌파구로 지난달 노조측에 희망퇴직안을 제시했다. 약 2500여명 규모의 소비자금융 부문 직원들을 대상으로 정년까지 잔여 연봉의 90%를 보상해주는 특별퇴직금을 최대 7억원까지, 특별퇴직금 별도로 지급하는 파격 조건을 내세웠다. 노사는 희망퇴직안을 두고 협상을 진행해오다 지난주말 양측 합의를 이끌어냈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최근 노사가 희망퇴직안에 전격 합의했다”며 “조만간 희망퇴직을 실시할 예정으로, 잔류를 희망하는 직원들은 행내 재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상세 사항까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희망퇴직으로 청산 절차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직원은 2500명(노조 집계 기준)에 달하고 고연봉자가 대부분이다. 아울러 전체 임직원의 평균 근속연수, 평균 연봉은 각각 18년2개월, 1억2000만원으로 타 시중은행보다 높아 매각에 걸림돌로 지적받아왔다. 사측은 단계적 폐지에 강력 반발해왔으나 소비자금융 매각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사항을 결국 받아들인것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씨티은행은 2014년 이후 7년만ㅇ 희망퇴직을 단행할 예정이다.


다만 2013년 국내에서 소매금융 부문 청산 절차를 밟았던 HSBC의 경우 노조 이슈 없이도 철수에 6개월이 걸렸다. 희망퇴직을 순조롭게 완료하고, 금융당국으로부터 청산 인가를 받아도 실제 청산 종료까지는 3~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매각과 청산에 대한 인가 권한은 금융위원회가 가지고 있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이와 관련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건전한 거래질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적극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씨티은행의 소매금융부문 단계적 폐지가 은행법 폐업 인가 대상인지에 대해 법률전문가들의 의견을 검토한 뒤, 오는 27일 정례회의에서 최종 결정한 뒤 발표할 계획이다.


한국씨티은행은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소비자 보호 방안 마련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은행 측은 홈페이지의 별도 공지문을 통해 “현재 보유 중인 계좌와 상품은 만기 또는 해지 전까지 기존과 동일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영업점과 모바일뱅킹, 인터넷뱅킹, 콜센터, ATM 등 기존 서비스도 변경 없이 제공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단 모든 소비자금융 상품과 서비스의 신규 가입은 중단한다. 신규 중단 일자를 포함한 상세 내용은 이른 시일 안에 다시 안내할 예정이다.


이날 유명순 은행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최고경영자(CEO) 메시지에서 “지난 수개월간 고용승계를 전제로 하는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의 전체매각을 우선순위에 두고 출구전략을 추진했으나 이를 수용하는 금융사는 없었다”며 “자발적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포함한 직원 보호 및 소비자보호 방안을 시행하고, 기업금융 사업 부문에 대한 보다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한국 금융 시장 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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