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중앙] 특별인터뷰- '유치타' 속도로 대역전노리는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입력 2021. 10. 22. 00:01 수정 2021. 10. 2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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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스트 이재명 부수려면 도덕성과 품격 갖춘 후보가 나서야”

■ “내년 대선은 1~2% 초접전, 중도층과 청년층에 확장성 있는 내가 적임자”

■ “이재명 기본소득은 나라 망하는 길, 고통스러워도 노동·연금 개혁하자”

■ “민간주도 100만 호 공급할 것, 로또 아파트 아니라 시장 가격 내려야”

■ “오세훈·이준석은 개혁보수 밀알에서 나와… 나는 보수의 배신 아닌 백신”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우리 국민의 학습 능력이라면 돈 준다고 그리스 같은 나라처럼 가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2022년 3월 대한민국 국민은 중대한 선택을 해야 한다. 하나는 문재인 정부 5년이 바꿔놓은 세상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산 양극화와 일자리 감소, 저성장 등을 피할 수 없는 섭리로 인정하고, 이를 해소할 방안을 찾는 쪽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제시하는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대출 정책은 이런 맥락에서 존재한다.

다른 하나는 문 정부 5년을 오류의 시간으로 규정하고, 그 이전으로의 복원을 시도하는 것이다. 게임 유저들이 말하는 롤백(Roll back, 현재의 데이터가 유효하지 않거나 망가졌을 때 기존 데이터로 되돌리는 행위)처럼 말이다. 부동산, 국가채무비율, 출산율, 외교, 안보 등을 ‘정상’으로 돌려놓자는 쪽이다. 10월 8일 2차 컷오프를 통해 빅4(유승민, 원희룡, 윤석열, 홍준표)로 압축된 국민의힘 대권 후보들이 이 진영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유승민(63) 후보는 정책 철학 측면에서 가장 선명하게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대립각을 긋는다. 10월 12일, 여의도에 위치한 유 후보의 선거캠프 ‘희망22’를 찾았다. 태흥빌딩 6층 사무실은 유 후보가 대선 행보에 시동을 걸었던 지난 3월에 비해 분주한 분위기였다. 하루 전인 11일, 광주에서 후보 토론회를 마치고 상경한 유 후보는 13일 다시 제주로 날아가는 일정이었다. 10월 31일까지 거의 이틀에 한 번꼴로 총 10차례에 걸쳐 후보 합동토론 혹은 1:1 토론을 치러야 한다.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11월 5일 결정된다. 그러나 유 후보 캠프 벽에 걸린 D-DAY 전광판은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에 맞춰 ‘148일’이 남았음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려면 사무실에 놓여 있는 치타 인형처럼 폭발적으로 질주해 다른 후보들을 추월해야 할 터였다.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는 그럴 수 있는 동력이 유 후보에게 내재해 있는지를 검증하는 시간이었다.


“이재명과 윤석열은 당선돼도 나랏일에 집중 못할 것”

바로 묻겠다. 유승민은 이재명을 무엇으로 이길 수 있나?

“나와 이재명 후보는 모든 정책 공약이 거의 극과 극이다. 살아온 길도 다르다. 또 이재명은 약점이 ‘무지’ 많고, 나는 없다. 이 후보의 기본 시리즈를 누구보다 많이 비판했다. 한·미정책,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아주 다르다. 유일한 공통점은 슬로건(공정한 성장)이 같다는 점이다. 말은 똑같지만, 정책의 콘텐트는 완전히 다르다. TV 토론에서 붙으면 국민께서 ‘저렇게 말이 다른 두 후보 중에서 누가 대통령이 돼야 나라가, 내가 더 잘되겠는지’를 선명하게 아실 것이다.”

이재명 후보의 약점은 도덕성을 일컫는 것인가?

“대장동 게이트도 그렇지만, (이 후보의) 형이나 형수(욕설 음성 파일)도 듣다가 못 듣겠더라…. 게다가 이 후보는 (공무원자격사칭, 음주운전 등) 전과 등 약점이 굉장히 많다. 대통령은 도덕성이나 품격에 문제가 있어서는 안 된다.”

민주당 후보와 붙으려면 일단 국민의힘 경선을 통과해야 한다.

“일단 윤석열 후보는 정책이 준비가 안 돼 있다. 윤 후보는 본인의 고발 사주 건이나 검찰총장 시절 직권남용, 부인 관련 주가 조작이나 장모의 배임 사건을 민주당이 계속 공격하고 있다. 본인과 가족들이 공수처,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런 부분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 않나. 게다가 어떻게 사이비 종교나 미신에 의존하나. 일반 시민이 아닌 국가 지도자는 과학과 합리와 상식의 영역에서 움직여야 하지 않겠나. 홍준표 후보도 공약이 강하게 준비된 분은 아니다.”

정권교체를 원하는 여론이나 대장동 스캔들에 갇힌 이재명 후보의 상황을 고려하면 국민의힘에서 누가 나와도 이길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내 생각에 내년 3월 대선은 1~2%의 승부라고 본다. 결국에는 중도층, 무당층, 청년층에서 승부가 나는 것이다. (박빙 레이스에서 이기려면) 정당 경쟁이 아니라 인물 경쟁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정당 로열티가 약한 사람들일수록 정책, 후보의 됨됨이, 이미지 등 여러 가지를 보고 투표한다. 대통령의 기본적 자질과 조건에서 이재명을 확실히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이 대항 후보가 돼야 하지 않겠나.”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대장동 의혹으로 낙마할 수 있다고 보나?

“낙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빨리 특검을 해야 한다. 대선 막바지에 그러면(사안이 더 심각해지면) 얼마나 혼란스럽겠나. 우리나라 제1당과 2당에서 구속되거나 기소되는 후보를 내놓는다는 게 말이 안 된다. 나라 체면이 걸린 문제다. 이재명이든 윤석열이든 법적 문제가 연말 전에는 결말이 나야 한다. 재판이 연기된다 하더라도 5년 동안 대통령직을 유지하며 나라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겠나. 이재명 후보가 진짜 한 푼도 안 받고 깨끗하다 하면, 특검해도 아무 문제가 없지 않나.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특검을 빨리 결단해야 한다. 뭉개고 은폐하려고 하면 그것도 죄다.”

유 후보는 “정권교체보다 더 어려운 것은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적 시스템에서는 아무리 유능한 사람이 맡아도 성공한 대통령은 나올 수 없다’는 국민적 불신이 짙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도, 문재인 대통령의 부동산·소득주도성장·대북 정책도 대통령 본인의 잘못된 판단 아니면 인사권을 갖고 행사한 내각 사람들이 잘못 아니겠나. 미국 국민은 지금도 클린턴과 부시, 오바마 대통령에게 손뼉을 쳐준다. 미국과 우리의 시스템이 그렇게 다른가? 내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초반 2년이 가장 힘들 것이다. 180석 야당(민주당과 그 계열)을 상대로 예산과 법안을 통과시키고 정책을 펴야 하니까. 대통령이 되면 어쩔 수 없이 협치를 해야 한다. 큰 어려움이겠지만, 국민이 선거로 정해준 구조다. 우리가 성공할 수 없는 대통령을 뽑았기 때문이지 시스템의 문제는 아니다. 노무현 싫어서 이명박 찍고, 박근혜 싫어서 문재인 찍는 투표를 하다 보니까, 그 사람이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갈지에 대해서는 국민이 충분히 생각을 못하거나 안했다. 제왕적 대통령제가 문제라고 내각제로 바꾸면 잘될까. 천만의 말씀이다.”


“박근혜 싫다고 문재인 찍는 식의 투표는 실패”


2021년 10월 6일 유승민(오른쪽)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국회에서 ‘이재명 대장동 게이트 특검’을 촉구했다.

기본적으로 ‘돈을 주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재난지원금,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기본소득에 비해 유 후보는 ‘노동, 연금, 교육 등에서 고통스러운 개혁에 대해 동참해달라’고 설득한다. 대다수 유권자는 본능적으로 가치투표보다 이해투표를 선호한다고 볼 때 유 후보에게 불리한 구도다.

“돈을 주면 누구나 좋아하긴 한다. 특히 경기도는 6000억원 넘는 돈을 들여서 (정부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에서 제외된 소득 상위 12%에 해당하는 경기도민까지) 25만원씩 다 주겠다는 것 아닌가. 진짜 나쁜 포퓰리즘이다. 이런 나쁜 포퓰리스트 지도자를 뽑아서 ‘5년 동안 나라야 어찌 되든 쓰고 먹고 치우고 나중에 젊은이들에게 그 빚을 덮어씌우자’가 우리나라 국민의 집단적 선택이라면 나라는 망하는 것이다.”

연금개혁은 피할 수 없는 과제지만, 표를 의식해서인지 대선후보들은 말을 아낀다.

“2041년이 되면 국민연금이 적자로 돌아설 것이다. 2051년 쯤엔 연금기금이 완전히 고갈된다. 연금개혁에 관해 나는 오히려 젊은이들에게 할 말이 있다. ‘당신들이 나를 찍으면 지금은 고통스럽더라도 65살, 70살이 됐을 때 받게 해주겠다’고. 많이 받는 걸 깎는 건 쉽지 않지만, 지금 세대가 더 내면 고갈 시점을 2080년, 2100년으로 늦출 수 있다. 물론 설명이 쉽지 않지만, (젊은 세대일수록) 연금에 대해 불안이 있기 때문에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국가 재정이 바닥나서 비참한 노후를 만드는 이재명을 찍을 것인지, 나의 정부를 택할 것인지. 우리 국민의 선거에 대한 학습 능력이 상당히 올라갔다. 문재인 정부의 위선과 무능을 보지 않았는가. 그래도 돈 주는 이재명을 좋아할까. 그러면 그리스 같은 나라와 비슷하게 가는 거다.”

그렇다면 유 후보가 구상하는 국가는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 엄마, 아빠들의 경제적·시간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다 돈이다. 문 정부는 포기했지만, 해야 한다. 정년보장 없는 임금피크제, 저성과자 해고 등 노동시장 유연화를 하되 실업자가 되는 사람들에게는 사회안전망을 주는 복지와 노사 대타협을 해야 경제가 좋아진다.”

노동개혁이 이뤄지려면 민노총의 저항을 넘어야 할 텐데.

“문 대통령처럼 질질 끌려다니지 않고, 민노총이든 전교조든 불법행위를 하면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으로 처벌할 것이다. 동시에 민노총, 한국노총, 전교조 등은 노동·교육 정책의 대화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다른 후보들은 민노총을 무조건 때려잡아야 한다고 하는데, 해체를 시킬 수도 없을뿐더러 5년 동안 적으로 삼기만 하면 노동정책은 언제, 어떻게 하겠는가. 비정규직이 800만 명에 가깝고, 플랫폼 노동자 등 새로운 고용 형태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이) 노조는 물론 비정규직 대표와 대기업·공기업·중소기업·자영업자 대표 등을 다 불러서, 노조는 해고를 받아들이고, 기업은 일자리 지키는 의무를 끝까지 다하며, 정부는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황금의 삼각형 비슷한 노사정 대타협으로 가야 한다. 스웨덴의 살트셰바덴 협약, 독일의 하르츠 개혁, 네덜란드의 바세나르 협약처럼 경제가 위기에 빠질 때 같이 모여서 일자리, 임금, 해고 등 핵심 변수들에 대해 합의하는 것이다.”

노사정 대타협을 하는데 왜 유 후보가 적임자인가?

“문 대통령은 친노총이라 기업이 안 믿는다. 박 전 대통령은 친재벌 이미지가 있어서 노동계가 안 믿었다. 나는 기업에 대해서 늘 거리를 두고 살았다. 노동계에 대해서도 합리적 요구는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대통령이 노사정 대표가 되려면 양쪽의 신뢰가 중요하다. 이게 안 되면 유일한 대안은 미국의 레이건이나 영국의 대처처럼 파업하면 다 해고하고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것이다. 이런 모델을 했을 때 경제에 큰 영향이 없겠나. 나는 회의적이다.”


“뭘 키워야 뺏어 먹을 수도 있지 않겠나?”


2021년 9월 1일 유승민(왼쪽)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여의도 한국노총을 방문해 김동명 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노사정 대타협을 통한 노동정책을 지향한다. / 사진:국회 사진기자단

기업의 생산성을 복원하려는 유 후보 성장정책이 반대편에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성장 모델인 기본소득이 자리한다. 저성장과 전통적 일자리의 감소를 시대 흐름으로 받아들이는 전제에서 그 갭을 전 국민에게 일차적으로 연 100만원씩 주는 기본소득으로 메우겠다는 로직이다.

“기본소득을 성장정책이라고 하는 건 (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보다 더 나쁜 것이다. 기본소득은 ‘소득주도성장 시즌2’다. 최저임금을 올리고, 복지 지원을 더 많이 하면 그게 소비가 되고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서 성장할 거라는, 틀이 똑같은 얘기다. 기본소득을 열심히 주면 성장을 한다? 성장을 안 하면 무슨 돈으로 기본소득을 주나? 많든 적든 나에게 돈이 떨어진다고 사람들을 현혹하는, 아주 선동적인 포퓰리스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노동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최근 대전에 가서 ‘트위니’라는 회사의 쌍둥이 형제 창업자를 만났다. 한 명은 카이스트, 다른 한 명은 고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이들의 회사는 자율주행 로봇을 만든다. 카이스트 석·박사 등 고급 인력이 모여 있다. ‘우리가 노력하면 세계 최고의 자율주행 로봇 회사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디지털 혁신 시대에 한번 뒤처지면 따라잡기 힘들다. 단순노동만 해야 하는 나라가 되는 것이다.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못 갖는 한 성장 자체를 못한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기본소득은 ‘국가권력이 소득상위 5% 부의 일부를 소득하위 계급으로 분배해주겠다’는 전제에서 성립한다.

“1990년대부터 경쟁성장률이 내려오고 있다. 조금 있으면 0%대에 닿는다. 언제 마이너스 성장으로 갈지 모른다. 상위 5%는 주로 제조업이나 금융업에서 생겼다. 그러나 미국이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 등으로 혁신했지만 우리는 못했다. 상위 5%에게서 우리가 뺏어 먹으려 해도 뭘 키워야 뺏어 먹을 수 있지 않겠나.”


“강남 때려잡는 정책 하지 않겠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부동산 가격 인상을 불로소득으로 규정하고, 보유세 실효세율을 올려서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려는 듯하다.

“부동산 거품이 중단 없이 계속 커진다는 전제하에서 가능하다. 부동산 세금을 일종의 캐시카우로 생각하는 것이다. 거기서 ‘국토보유세’를 빼서 기본소득을 주겠다는 것이라면, 부동산이 2배 더 오르면 재원이 2배 오르니 좋은 것인가? 내 집 마련이나 전·월세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한테 2~3배 더 고생해보라는 소리다. 왜 이재명을 깨부숴야 하는지, 이 사람이 되면 얼마나 대한민국이 위험한지, 내가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돼서) 보여줘야 할 텐데….”

이재명 후보의 기본주택 외에 야당의 윤석열, 홍준표 후보 등도 원가주택, 쿼터주택 등을 내놓고 있다. 이와 차별화하는 유 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무엇인가?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으로 집값과 전·월세를 잡겠다. 임대차 3법은 폐지하고, 1가구 1주택의 부동산 세금은 줄일 것이며 공급을 늘리기 위해 용적률 등 규제를 풀겠다. 5년 동안 일관되게 공약을 제시할 것이다. 부동산정책은 효과가 나타나려면 2~3년은 걸린다. 중앙정부와 LH는 택지를 공급하는 역할만 하고, 민간주도로 수도권부터 공급하겠다.”

무언가를 하겠다는 다른 후보들과 달리 무언가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유 후보의 부동산 공약 같다.

“내 부동산정책은 굉장히 평범하다. 반값아파트, 원가아파트 이런 건 내 정책에 없다. 그런 정책으로는 전체 부동산 시장을 보편타당하게 해결 못한다. 윤석열 후보의 원가주택은 집을 정부에 팔 때 시세차익의 70%를 보장해주겠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원가아파트를 분양받는 순간, 로또로 오는 것이다. 이러면 최초 분양받은 사람이 대부분의 시세차익을 먹고, 가격이 안 움직일 수 있다. 그래도 좋다고 치자. 그 아파트를 다 공급할 수 있나? 못한다. 당첨된 사람들이야 좋겠지만, 안 된 사람들은 어떡할 것인가? 결국 모든 사람을 위한 부동산정책이란 아파트 시장 가격 자체를 내리는 것이다. 집값, 전·월세 때문에 미치겠다는 사람들이 언제 로또를 달라고 했나? 옛날(1992년 대선 당시) 정주영 회장의 반값아파트와 똑같은 수준의 얘기를 하는 것이다.”

유 의원의 공약은 시장친화적이고 현실적으로 들린다. 다만 이 경우, 서울 과밀화가 더 심화하는 것 아닌가?

“서울 비대화 문제는 경제적 기회가 어디 있느냐를 봐야 한다. 좋은 일자리가 다 서울에 있으니 사람이 몰리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이것을 걱정한다면, 지방에 엄청난 인센티브를 줘서 기업이 지방에 공장을 차리고 본사를 보내는 편이 훨씬 낫겠다고 느끼게 해야 한다. 제조업 리쇼어링정책이란 게 이런 것이다.”

수도권에 민간주도로 100만 호를 공급할 방책은 무엇인가?

“역세권에 50층, 60층을 짓도록 하겠다. 그러면 민간기업은 귀신같이 (땅을) 찾아서 지을 것이다. 그리고 재개발, 재건축을 확 풀어주겠다. 그래도 모자라면 (여의도) 국회를 옮기면 여유 땅이 생긴다. 서울 그린벨트 중에 ‘그린’이 없는 그린벨트가 제법 있다. 이를 부분적으로 해제하겠다. 문재인은 25번이나 정책을 바꿨지만, 나는 안 바꾸고 가겠다. 그러면 시장은 집값 안정 시그널을 주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표만 의식하는 대통령은 약속 못 지켜”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일부를 위한 로또 아파트보다 모두를 위한 시장 가격 안정화를 부동산정책의 목표로 삼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재건축을 풀면 기대심리에 의해 단기적으로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

“그건 해당 재건축아파트의 문제다. 나의 정책 타깃은 전반적 부동산 시세, 수도권의 집값이다. 강남만 보는 정책을 할 순 없지 않나. 강남 사는 사람들을 때려잡으려는 의식, 다주택자를 적으로 보는 인식 때문에 부동산정책의 스텝이 많이 꼬인다. 시장 가격이 낮아지면 강남도 따라서 낮아질 것이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오히려 폭락이 걱정이다. 소프트랜딩을 시켜줘야 한다. 처음에는 공급으로 부동산 가격의 하향 안정화 기대를 주고, 그다음에는 폭락을 관리해야 한다. 우리는 LTV, DTI 등 대출규제가 강해서 난리가 날 정도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대출을 몇억 받았는데 집값이 내려가는 것만큼 힘든 게 어디 있겠나.”

4·7 서울·부산 시장 재보궐선거의 판세를 가른 20대 남성의 투표 성향을 어떻게 분석하고 있나?

“20대의 젠더 갈등이 심각한 것 같다. 20대는 성별 특혜나 차별에 예민하다. 특히 여성은 데이트 폭력과 성범죄에 민감하다. 보수 정당은 40~50대, 특히 50대 표심 잡기가 어렵다. 30~40대는 자기 삶과 관련된 주택, 일자리, 육아 문제에 관심 있는 반면 20대는 문화적, 정서적으로 반응한다. 세대마다 (니즈가) 다르긴 하지만, 그렇다고 특정 연령대나 성별만 위해 이치에 안 맞는 무리한 정책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아무래도 20대의 젠더 갈등 저변에는 치열해진 일자리 경쟁이 작용하는 것 아닐까?

“공무원 뽑을 때 양성평등 채용 목표제라는 것이 있다. 어느 한 성별이 (전체 합격자의) 30%가 안 되면, 채워주는 제도다. 역대 레코드를 보니까 남성이 혜택받을 때도, 여성이 혜택받을 때도 있더라. 이 정도 차이라면 공무원 시험만큼은 공정하게 능력 위주로 가도 되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사실 할당제는 굉장히 다양하다. 육사에는 여성 10%, 간호사관학교는 남성 10%를 준다. 그렇다면 이걸 다 없앨 거냐? 육사 시험에서 여성이 입학생의 60%가 되어도 되는 거냐? 체력적 차이가 없어야 하는 전투병의 경우에는 남녀 간 체력시험을 똑같이 치를 거냐? 그럼 비전투병은 어찌할 거냐? 그리고 여경은? 남성 할당제가 있는 교대 같은 경우에는 여성이 억울하지 않겠나? 이런 거 하나하나에 20대 남성과 여성은 폭발적으로 민감하다.”

일단 던지고 보자는 식의 공약을 싫어하는 것 같다.

“표를 의식해서 무리하면, 대통령이 되고 나서 절대 약속을 지킬 수 없다. 홍준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당장 사형 집행을 하겠다고 했는데, 우리나라는 사실상 사형제 폐지 국가다. 흉악범을 보면 왜 무기징역만 때려서 국민 세금으로 밥을 먹여주냐 싶겠지만, 사법제도의 모순이 있어서 진범이 아닌 사람이 억울한 누명을 쓰는 경우도 있지 않나.”

정치인 유승민을 두고 ‘브랜드와 콘텐트는 강력하나 스토리가 약하다’는 이미지가 있다. ‘이제껏 유승민은 죽으러 가는 싸움을 해 본 적이 없다’가 비토층의 주된 공격 논리다.

“나는 정치를 야당에서 시작했다. 비례대표 의원을 1년 하다가 당의 명령에 따라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가장 친한 이강철 후보가 나온 대구 동구을 선거에 나갔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9년 동안 어찌 보면 야당 국회의원보다 더 고생했다. 탄핵 이후에는 ‘죽음의 계곡’을 걸었다. 누구에게 아부하고 줄 잘 서고, 예스맨으로 살아온 인생이, 정치가 아니었다.”


“박근혜 대통령 잘못되는 것 말리지 못해 후회”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유치타’ 인형 옆에 섰다. 지지자들은 치타의 속도로 유 후보가 11월 5일 대역전극을 펼치길 기대한다.

지긋지긋할 수 있는 ‘배신자 프레임’에 대해 국민과 당원에게 호소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가 왜 그때 청와대 앞에 드러누워서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되는 걸 강하게 말리지 못했을까 후회가 될 뿐이다. 배신은 무슨 배신이냐. 소신과 양심에 따라 해왔다. 그분한테 장관 등 임명직도,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국방위원장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다 경쟁해서 얻은 것이다. 빚진 것도, 아쉬운 것도 없다. 나는 탄핵이 옳다고 생각했고, 새누리당이 탄핵 이후 전혀 반성과 변화의 기미가 없으니 ‘이래서는 보수가 망한다’ 생각해서 개혁보수 정당을 만들어 나왔다. 배신이 아닌 소신이었고, 보수의 백신이지 배신이 아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바른정당 출신이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개혁보수의 뿌리가 없었으면 가능했겠나. TK(대구·경북) 가서도 표 때문에 과거를 스스로 부정하고, 잘했다고 생각한 걸 잘못했다고 하지 않는다. 오해받고 잘못 평가받는 부분에서 왜 억울한 게 없겠나. 하지만 정치인이 감당해야 할 업보이기도 하다.”

당초 약속된 시간을 훌쩍 넘겼다. 유 후보는 “외교·안보정책은 내가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된 다음에 하자”며 웃었다. 그의 인터뷰를 정리하며 막스 베버의 [소명으로서의 정치]가 떠올랐다. 정치인은 ‘신념 윤리’와 ‘책임 윤리’ 사이에서 방황하는 존재다. 유 후보는 확고한 자기신념으로 무장한 정치가다. 그가 선언한 마지막 대선 도전은 그 신념을 실천해 공동체에 책임을 지겠다는 소명으로 읽혔다.

선거 캠프에 들어섰을 때 시야에 들어왔던, 벽에 걸린 액자가 떠올랐다. ‘희망은 찬란하게 쏟아지는 태양이 아니라 문틈 사이로 스며드는 한 줄기 햇살입니다.’ 최원기 비서실장은 “캘리그래피는 전문가가 선물한 것이지만, 문장은 후보가 직접 썼다”고 했다. 유 후보의 한 줄기 햇살은 국민과 국민의힘 당원들의 마음까지 닿을 수 있을까.

- 글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 사진 김경빈 선임기자 kgboy@joongang.co.kr / 녹취 정리 손준영 월간중앙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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