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로켓 최다 발사' 중국, 타국엔 우주 쓰레기 관리 잘 하라?

김지성 기자 입력 2021. 10. 17. 16:54 수정 2021. 10. 17.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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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16일 유인우주선 '선저우 13호'를 발사했습니다. 지난 6월 '선저우 12호'를 발사한 지 4개월 만에 다시 우주비행사들을 우주로 보낸 것입니다. '선저우 12호' 우주비행사들이 지구로 귀환한 지는 한 달밖에 안 됐습니다.

이번 '선저우 13호'의 임무는 지난 4월 쏘아 올린 우주정거장 핵심 모듈 '톈허'에 도킹해, 중국의 독자 우주정거장 '톈궁' 건설을 위한 기술 테스트와 장비 설치를 하는 것입니다. 앞서 발사 시간은 0시 23분(한국 시간 1시 23분)으로 정해졌습니다. 날씨와 최단 비행 거리 등이 감안됐습니다. 자정을 넘긴 시간인데도 관영 CCTV 등 중국 매체들은 발사 장면을 중국 전역에 생중계했습니다. 만에 하나 발사 도중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무인우주선이 아닌 유인우주선의 발사를 실시간으로 중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중국은 그만큼 자신이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중국 항공우주당국은 기대에 부응했습니다. 발사 30분 만에 "완벽한 발사 성공"이라고 선언했고, 6시간 뒤 우주정거장 모듈 '톈허'와의 도킹에도 성공했습니다.

중국 유인우주선 '선저우 13호' 발사 장면

중국, 타국에 "우주 쓰레기 주의 · 중국 우주비행사 안전 보호" 촉구

중국은 열광했습니다. 중국 매체들은 16일 온종일 발사 성공 소식을 전했고, 17일에도 자찬을 이어갔습니다. 보도만 놓고 보면, 중국의 항공우주기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최고 수준이고, 3명의 우주비행사는 중국의 '우주 굴기'를 만방에 과시한 국민적 영웅입니다. 후시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칼럼을 통해 "온 국민이 발사를 지켜봤고 민족적 자부심을 느꼈다"면서 "중국의 힘을 보여줬으며, 전 세계가 중국을 진정한 우주 강국으로 느끼도록 했다"고 한껏 치켜세웠습니다. 중국은 내년 말까지 우주정거장 '톈궁'을 완성한다는 계획입니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 등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은 오는 2024년 운영이 종료되는데, 중국 계획대로라면 2024년 ISS의 운영 종료 이후 한동안 우주에는 중국의 우주정거장만 남게 됩니다.
'선저우 13호' 우주비행사 3명은 우주정거장 모듈 '톈허'에서 임무를 시작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는 이번 '선저우 13호' 우주비행사들의 안위를 우려하는 기사도 함께 실렸습니다. 중국이 다른 우주 참가국들에게 '우주 쓰레기를 주의해 중국 우주비행사들의 안전을 보호해달라'고 촉구했다는 내용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유인우주국(CMSA)은 '선저우 13호'를 발사하기 전 브리핑을 통해 "중국 유인우주국 홈페이지에 업데이트된 중국 우주선 정보에 주의를 기울여 우주 충돌 가능성을 피하고 중국 우주비행사의 안전을 보장할 것"을 외국 우주기관과 조직에 촉구했습니다. 이어 "중국은 우주정거장 궤도의 매개변수를 업데이트하고 있으며, 외국 기관과 조직이 우주선 궤도 조작을 할 때 충돌을 피하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조치가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매체는 중국 우주항공 전문가 쑹중핑의 인터뷰를 인용해 "미국은 우주 공간의 군사화를 촉진하고 있다"며 "다른 나라의 우주선과 우주 자산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 공군이 운영하고 있는, '궤도 시험기'라는 명칭으로 알려진 무인 우주선 'X-37B'를 일례로 들었습니다. 다른 관측통들은 글로벌타임스에 "중국 우주비행사들의 임무가 길어질수록 로켓 잔해와 같은 우주 쓰레기와 충돌할 위험이 커진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번 3명의 중국 우주비행사는 중국의 우주 도전 사상 최장기간인 6개월 동안 우주에 머무르게 됩니다. 임무 중에는 우주정거장 모듈 밖에서, 즉 우주에서 유영을 하면서 해야 하는 임무도 포함돼 있습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이 외국 우주기관과 조직에 '우주 쓰레기(잔해)를 주의해 중국 우주비행사들의 안전을 보호해달라'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2018년 이후 4년째 로켓 발사 최다…'잔해 관리 안전성' 논란

최근 주요국들의 로켓 발사 횟수를 따져봤습니다. '우주 발사 보고서(Space Launch Report)' 홈페이지에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018년 이후 4년째 '로켓 최다 발사국'에 올랐습니다. 중국은 2017년만 해도 로켓 발사 횟수가 18회로, 미국(29회), 러시아(21회)에 뒤졌지만, 2018년엔 39회로, 미국(31회), 러시아(20회)를 추월했습니다. 이어 2019년 중국 34회, 러시아 25회, 미국 21회, 2020년 중국 39회, 미국 37회, 러시아 17회 순이었습니다. 올해에도 중국은 38회로, 미국 35회, 러시아 17회보다 앞서 있습니다.
'우주 발사 보고서(Space Launch Report)' 홈페이지 자료. 올해 중국의 로켓 발사 횟수는 38회로, 미국·러시아보다 많다.


실제 중국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자국의 로켓 잔해 추락으로 전 세계를 긴장시켰습니다. 다름 아닌 앞에서 언급한 중국 우주정거장 모듈 '톈허'를 우주로 실어 보내기 위해 지난 4월 발사됐던 '창정 5호B' 로켓의 잔해였습니다. 다행히 잔해 일부는 대기권 진입 과정에서 불에 타 소멸되고 일부는 인도양에 떨어져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로켓 잔해 무게가 20톤으로 추정된 데다 지구 추락 위험이 커지면서 세계 언론이 추락을 지켜보며 속보 경쟁을 벌여야 했습니다. 미국은 "중국이 우주 잔해에 관한 안전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비난했습니다. 이 '창정 5호B'를 처음 시험 발사했던 지난해 5월에는 대형 금속기둥 파편이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 떨어져 일부 건물이 파손되기도 했습니다.

1957년 당시 소련이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린 이후 우주에는, 생명이 끝난 인공위성, 로켓 본체나 로켓에서 분리된 페어링과 부스터, 우주선 파편, 우주비행사가 떨어뜨린 공구나 부품 등 무수히 많은 우주 쓰레기가 있습니다. 지름 10cm 이상의 우주 쓰레기만 2만여 개에 이르고, 최근 러시아 우주 전문가에 따르면 규모는 7천 톤에 달한다고 합니다. 발견되지 않은 우주 쓰레기까지 더하면 1억 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우주 쓰레기들은 총알보다 7~10배 빠른 속도로 날아다닙니다.

중국은 10월 14일에도 첫 태양 탐사 위성 '시허호'를 발사했다.


우주 쓰레기가 위성과 충돌하는 일도 종종 발생합니다. 올해 3월 중국 위성 '윈하이'가 우주 쓰레기와 충돌해 37개 조각으로 부서졌다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습니다. 중국이 걱정할 만합니다. 이번에는 유인우주선이니 더욱 그럴 수 있습니다. 또, 미국과 러시아(소련 포함)가 한때 경쟁적으로 우주 개발에 나선 만큼 두 나라의 책임이 큰 것도 분명합니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만 놓고 보면, 중국이 미국을 겨냥해 우주 쓰레기 관리를 잘 하라고 큰소리 칠 입장만은 아닌 것 같아 보입니다.

김지성 기자jis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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