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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의 챕터투] ‘권력자 눈치만’ 중국 축구굴기 꺾이나


입력 2021.10.14 12:25 수정 2021.10.14 20:20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최종예선 앞두고 강력한 합숙과 귀화정책 모두 무용지물

최종예선 4경기 3패..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 획득 사실상 실패

권력자 눈치 보기 급급해 철학도 인내도 없이 추진한 프로젝트의 종말

ⓒ데일리안DB ⓒ데일리안DB

야심찬 중국의 축구 굴기가 꺾일 위기에 봉착했다.


리티에 감독이 이끄는 중국 축구대표팀은 13일(한국시각)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킹 압둘라 스타디움서 펼쳐진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4차전에서 사우디에 2-3으로 졌다.


사우디전 패배로 중국은 승점3(1승3패)에 머물러 조 1,2위에 주어지는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과 멀어졌다. ‘멸망전’으로 불린 베트남전에서 가까스로 승리(3-2)해 조 꼴찌에서 벗어났지만, 호주-일본-사우디 앞에서 무기력하게 져 반등에 대한 기대도 완전히 꺾인 상태다.


“선두 사우디를 잡으면 월드컵 직행의 꿈을 살릴 수 있다”며 중국 축구팬들에게 기대를 불어넣었던 중국 언론들도 이제는 “중동여행은 쓰라리기만 했다” “귀화 효과도 없고, 합숙도 무용지물”이라는 자조적 어조로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기 바쁘다.


중국의 유일한 월드컵 본선 진출은 2002 한일월드컵. 그것도 한국과 일본이 개최국 자격으로 아시아 예선을 치르지 않은 상황이라 가능했다. 이후에는 단 한 차례도 월드컵 무대에 진출하지 못했다.


갈망이 큰 만큼 이번 최종예선에 거는 중국의 기대는 컸다. 최종예선을 앞두고 슈퍼리그까지 중단한 중국은 리티에 감독과 5년 연장 계약을 맺었고, 9월부터 11월까지 중동 지역에서 베이스캠프를 차려 리그 중단 이후 초장기 합숙 훈련을 준비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활약하고 있는 우레이와 슈퍼리그에서 뛰는 외인들을 대거 귀화시킨 중국은 호주전에서도 브라질 출신 엘케손을 비롯한 최정예로 경기에 나섰다. 사우디전에도 엘케손을 비롯해 알란, 알로이시오, 타이어스 브라우닝을 투입했지만 결과나 내용이나 모두 만족스럽지 못했다.


최종예선 4경기에서 3패 당한 중국 축구대표팀. ⓒ Xinhua=뉴시스 최종예선 4경기에서 3패 당한 중국 축구대표팀. ⓒ Xinhua=뉴시스


중국 축구의 실패를 놓고 ‘축구 굴기’를 외친 최고 권력자의 마음을 사기 위해 체계적인 계획 없이 급하게 돈만 퍼부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철저한 객관적인 평가에 따른 측정이 아닌 ‘충성 경쟁’을 연상케 하는 과열된 내부 경쟁은 선수들 몸값에 거품을 끼게 했다. 눈에 띄는 기량 향상이 없는 선수들은 돈으로 배가 부른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했다. 육성에 실패한 원인 중 하나다.


중국 축구가 귀화 정책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선수 육성 실패가 크게 자리한다. 최종예선에 참가한 중국대표팀에 소집된 15명 이상의 선수가 30세 이상이다. 세대교체에 실패한 중국은 나이 많은 외국인선수를 긴급 수혈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물론 축구 굴기 프로젝트의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유소년 시스템을 갖춘 클럽팀이 늘어나는 등 불법도박으로 점철됐던 중국 축구에 건강하고 미래지향적인 바람을 불어넣은 것은 인정할 만하다. 잠재력을 키워갔지만 건전한 성장을 기다려줄 만한 인내가 부족했다.


"월드컵 진출을 꿈꾼다"는 시진핑 주석 말 한마디에 이탈리아 축구대표팀을 이끌었던 ‘명장’ 리피 감독을 영입해 중국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맡겼었던 중국 축구다. 리피 감독 영입이 잘못된 선택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최고 권력자의 눈치만 보며 철학 없이 급하게 추진한 축구 굴기 프로젝트가 자칫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잠재력을 실력으로 바꿀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중국은 그렇지 못했다”는 리피 전 감독의 일침을 새겨들을 때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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