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인터넷뱅크 '토스', 계좌 만드는 데 왜 이리 오래 걸리죠?

김은정 기자 입력 2021. 10. 12. 17:29 수정 2021. 10. 13.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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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난민 몰려 출범 나흘 만에 올해 대출액 60% 나가자 속도 조절
서비스 준비 부족 등도 문제 지적
토스뱅크, 공식 출범 앞두고 사전신청…2% 통장 선보여

12일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토스뱅크 사전신청 사기 아닌가요?’라는 제목의 질문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5일째 대기 번호가 안 줄어들고 있다”며 “파격적인 조건으로 사전 신청을 받아놓고 계좌 개설을 안 해주면 사기 아니냐”고 했다.

토스뱅크는 내부 사정으로 한글날 연휴인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나흘간 사전 신청자를 대상으로 한 계좌 개설 업무를 중단한 상태다. 지난 5일 문을 연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사실상 이 기간의 절반을 ‘개점 휴업’한 것이다.

‘무조건 연 2%’ 예금통장 사전 신청자 166만명 가운데 계좌를 개설한 고객은 45만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121만여 명은 대기 중이다. 한 대기 고객은 “24시간 계좌 개설이 가능한 게 인터넷은행일 텐데 왜 며칠씩 기다려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은행 창구에서 번호표를 뽑아도 이렇게 오래 기다리지는 않는다”고 했다.

◇대출 총량 맞추려다 보니 ‘속도 조절’

예금 계좌 개설이 지연되는 것이 기술적인 문제 때문은 아니다. 2017년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1주일 만에 150만명이 계좌를 만들었다. 오픈 당일에만 24만명이 계좌를 열었다. 토스뱅크 측도 이런 점을 인정하면서 “대출 중단 사태가 우려돼 금융 당국과 조율이 끝날 때까지 불가피하게 계좌 개설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고 했다.

토스뱅크 계좌를 개설하면 대출 신청을 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대출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 문제 되는 것이다. 지난 5~8일 단 나흘 만에 3000억원의 신용대출이 실행됐다. 금융 당국이 정한 토스뱅크의 올해 대출 총량(5000억원)의 60%에 달한다. 이런 추세라면 일주일도 안 돼 대출 한도가 바닥나 서비스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부담 때문에 계좌 개설 속도를 늦추고 있는 셈이다.

수익을 낼 수 있는 대출은 막히는데 ‘무조건 연 2%’라는 높은 이자를 주는 수시 입출금식 계좌 개설만 늘어나면 금리 차 때문에 은행이 손해를 보게 된다. 출범 초기부터 부실에 빠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계좌 개설을 사실상 중단하거나 속도를 늦추고 있는 것이다.

◇“토스뱅크에만 대출 총량 늘려줄 순 없어”

금융 당국은 “대출 규제 때문에 토스뱅크 업무가 차질을 빚는다”는 말은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토스뱅크의 올해 대출 총량(5000억원)은 2년 전 토스뱅크가 본인가 사업계획서를 내면서 발표한 출범 첫해 대출 목표치다. 토스뱅크 출범 이후 금융 당국이 갑자기 대출 상한을 낮춘 게 아니라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몇 달 전 토스뱅크가 상황 변경을 이유로 2조원대로 대출 상한을 올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지금 같은 금융권 가계대출 감축 분위기 속에 토스뱅크만 규제 반사이익을 누리도록 예외를 둘 순 없었다”며 “토스뱅크는 자신들이 스스로 밝혔던 목표치를 이행하면 된다”고 했다.

토스뱅크 측은 “금융 당국에 중·저신용자 대출은 총량 규제에서 예외로 해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다”면서 “10월 안에는 사전 신청자 중 대기하고 있는 121만여 명 모두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토스뱅크 준비 부족 지적

하루만 맡겨도, 다른 조건 보지 않고 ‘무조건 연 2% 이자’를 준다는 파격 혜택을 내건 것이 결과적으로 토스뱅크의 패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전히 저금리 상황이고, 금융 당국의 가계부채 축소 압박에 대출 난민이 된 실수요자 등이 몰릴 것이 뻔히 예상됐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대출을 5000억원밖에 하지 못한다는 점을 토스뱅크가 감안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토스뱅크가 준비를 덜 한 채 무리해서 고객을 모집한 것 같다”면서 “은행은 신뢰가 생명인데 출범부터 문제가 생기니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토스뱅크의 서비스 오류에 대한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타 은행에서 토스뱅크 계좌에 송금했는데 수십 분이 지나도 반영되지 않는다’는 경험담들이 올라오고 있다.

윤민섭 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사전 신청이라고 홍보만 해놓고 막상 고객에게 혜택을 줘야 하자 머뭇대고 있는 모습”이라며 “애초에 친구를 데려오면 대기 순서를 앞당겨주겠다며 ‘새치기’를 허용할 때부터 공정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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