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코인' 사볼까..300배 폭등한 '엑시'

나건웅 2021. 10. 1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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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린이를 위한 암호화폐 설명서] (12)

주식 시장을 넘어 암호화폐 시장에도 ‘게임주’, 아니 ‘게임 코인’ 열풍이 불어닥쳤다. 블록체인 기술을 게임에 접목한 이른바 ‘블록체인 게임’ 관련 코인이 침체된 코인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중이다.

게임 섹터 ‘대장 코인’은 단연 ‘엑시인피니티(AXS)’다. 연초 대비 가격이 300배 이상 폭등하며 투자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엑시인피니티뿐 아니다. 디센트럴랜드(MANA), 샌드박스(SAND) 등 다른 블록체인 게임 관련 코인도 최근 일주일 새 가격이 각각 15%, 25% 오르는 등 덩달아 상승세다. 블록체인 게임은 기존 게임과 어떻게 다를까. 또 최근 몸값이 폭등한 이유는 무엇일까.

엑시인피니티에서는 유저끼리 자신이 보유한 몬스터와 아이템을 활발하게 사고판다. 희귀도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10월 7일 기준 엑시인피니티 내 24시간 거래액은 220만달러(약 26억원)에 달한다. <엑시인피니티 홈페이지 갈무리>

▶삼성도 투자한 엑시인피니티

▷단숨에 전 세계 5위권 게임사로 우뚝

엑시인피니티의 최근 상승세는 가히 드라마틱하다. 연초 3000만달러(약 356억원)에 불과했던 시가총액이 10월 7일 기준 85억달러(약 10조원)까지 커졌다. 블리자드, 닌텐도, 로블록스, EA 같은 쟁쟁한 게임사들에 이어 전체 5위에 해당한다.

본격적인 상승세가 시작된 것은 지난 7월 초부터다. 5달러 선에서 횡보하던 엑시인피니티 가격은 8월 초 70달러를 돌파하며 한 달 만에 13배 이상 급등했다. 지난 10월 2일에는 전일 대비 가격(약 110달러)이 51%가량 폭등하더니 이틀 후인 10월 4일에는 150달러 고지를 점령하는 등 연일 신고가 기록을 갈아치우는 중이다.

코인 시장에서만 관심을 받는 것은 아니다. 이용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엑시인피니티 하루 활성 이용자 수(DAU)는 최근 100만명을 돌파했다. 10월 발표한 엑시인피니티 3분기 매출은 7억8200만달러(약 9300억원)에 달한다. 최근에는 삼성넥스트 등 굵직굵직한 투자사로부터 1억5200만달러(약 180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받기도 했다.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엑시인피니티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업이 실제로 돈을 벌어들인다는 것을 보여준 사실상 첫 사례다. 훌륭한 기술을 가진 코인 프로젝트가 많지만 구체적인 활용이 불분명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엑시인피니티는 ‘게임’에만 집중함으로써 오히려 블록체인 기술의 진가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엑시인피니티, 무슨 게임이길래

▷게임하면 돈 버는 P2E…新재테크

엑시인피니티는 베트남 개발사 ‘스카이마비스’가 ‘포켓몬’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게임이다. 본인이 보유한 몬스터로 갖가지 미션을 깨거나 다른 이용자와 대결을 펼칠 수 있다.

별다를 것 없어 보이는 이 게임에 유저들이 몰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현실의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을 버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는 ‘몬스터 거래’다. 게임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엑시’라고 불리는 몬스터가 최소 세 마리 필요하다. 몬스터를 얻기 위해서는 이더리움(ETH)이나 AXS 같은 코인을 내고 기존 유저들이 시장에 내놓은 엑시를 구입해야 한다. 몬스터끼리 교배를 시켜 새로운 몬스터를 탄생시킬 수 있는데, 이렇게 태어난 몬스터나 기존에 보유했던 몬스터를 마켓에 내놓는 방식이다. 희귀도가 높은 엑시일수록 더 비싼 값에 팔 수 있다. 비싼 몬스터는 1000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가격이 높다.

둘째, ‘게임 머니 획득’이다. 엑시인피니티에서 부여한 여러 미션을 클리어하면 ‘SLP’라는 코인을 획득할 수 있다. SLP는 전 세계 수많은 거래소에 상장된 어엿한 코인이다. 매일 게임만 열심히 하면 몬스터를 교배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다. SLP 코인은 몬스터를 교배시키는 과정에 꼭 필요하기 때문에 수요가 많다.

실제 엑시인피니티를 플레이해 돈을 버는 이들이 많다. 엑시인피니티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필리핀에서는 유저들이 얻는 평균 수입이 매달 70만~100만원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임으로 학비를 벌고 심지어 집까지 샀다고 인증한 이용자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렇게 돈을 벌 수 있는 게임을 ‘플레이-투-언(P2E·Play To Earn)’ 게임이라고 하는데, MZ세대 사이에서는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른바 ‘게임테크’다.

▶블록체인 기술, 아이템 거래 활성화

▷위변조 어렵고 거래 신뢰도 높여

엑시인피니티 유저들이 돈을 벌 수 있는 배경에 ‘블록체인 기술’이 자리한다. 블록체인 기술이 유저 간 거래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돕기 때문이다.

먼저, 게임 내 모든 몬스터와 아이템은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로 설계됐다. NFT는 ‘소유권’이 명확하다는 장점을 갖는다.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이라는 디지털 장부에 기록되는 덕분이다. 아이템 판매 시 모든 수익은 오롯이 본인이 가져갈 수 있다. 또 아이템을 본인 코인 지갑에 보유할 수 있기 때문에 시스템 오류나 해킹으로 아이템이 사라질 위험이 없다. 심지어 게임이 망하더라도 아이템은 사라지지 않는다.

아이템이나 게임 머니 거래도 간편하다. 기존 게임에도 이용자끼리 게임 아이템을 사고파는 시장은 있었다. 하지만 한계가 명확했다. 복잡한 절차, 낮은 신뢰도, 과도한 중계 수수료 등이다. 하지만 블록체인 게임은 기술로 이런 문제를 해결한다.

블록체인 게임에서는 게임 머니나 아이템을 거래할 때 아이템 중계 사이트를 거칠 필요가 없다. 즉 개인 지갑에서 개인 지갑으로 직접 거래가 가능하다. 사기당할 우려도 적다. 코인에 탑재된 ‘스마트 콘트랙트’ 기능 덕분이다. 코인이 입금돼야만 아이템 거래가 진행되는 구조다. 아이템 거래 수수료도 저렴하다. 코인 거래 수수료(가스비)만 내면 되기 때문에 중계 사이트보다 훨씬 싸게 아이템을 거래할 수 있다.

게임 머니를 현금화하는 것은 더 쉽다.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게임 머니 자체가 ‘코인’이다. 이미 전 세계 거래소에 해당 코인 시장이 형성돼 있다. 게임 머니를 현금화하고 싶다면 본인 소유 지갑에 있는 게임 머니를 코인 거래소에 옮겨놓기만 하면 된다.

▶P2E 게임 코인 투자 전망은

▷업데이트 등 변수 많고 완성도도 낮아

엑시인피니티를 필두로 P2E 게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수많은 게임사가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 게임사 위메이드의 최신작 ‘미르4 글로벌’도 P2E다. 유저는 게임 내에서 ‘흑철’이라는 광물을 채광할 수 있는데 이 흑철 10만개를 모으면 ‘드레이코’ 코인으로 바꿔 현금화할 수 있다.

P2E 시장은 이제 막 시작됐다. 전망은 대체로 밝은 편이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대규모 업데이트 등 게임 내에서 발생하는 변수나 코인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너무 많이 올랐다’는 걱정도 현실적이다.

게임 완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롱런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엑시인피니티가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맞지만 기존 대형 게임사 게임과 비교하면 그래픽이 조잡하고 게임 시스템이 구식이다.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는 유저 입장에서는 분명 일석이조일 수 있다. 단 오직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게임을 시작하거나 관련 코인에 투자할 경우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건웅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9호 (2021.10.13~2021.10.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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