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국민가수]-올하트로 새로 쓴 이솔로몬의 귀로(歸路)

최보윤 기자 2021. 10. 10. 16:5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내일은 국민가수 출전한 등단시인 이솔로몬/TV조선

안녕하세요? ‘국민가수 지기’입니다. 7일 첫 포문을 연 TV조선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내일은 국민가수’를 빛낸 화제의 출연진이나 명장면을 골라 지면 등에 담지 못한 이야기를 조금 더 들려 드립니다.

이번 주인공은 ‘목소리로 시를 쓴다’는 시인이자 작가 이솔로몬(29)입니다. 이치현의 ‘집시여인’으로 ‘올하트’를 받으며 마스터들 사이에서 ‘매력남’으로 등극했죠. (https://tv.naver.com/v/22848563) 올하트였음에도 본지 지면엔 소화하지 못한 아쉬움을 담아 그에 대해 적어봅니다.

'내일은 국민가수'에 출연한 이솔로몬/TV조선

‘상경부’로 출전한 이솔로몬은 공식 홈페이지 자기소개에 ‘대구 집시’라는 닉네임으로 소개해놓았네요. 대구 출신인 그는 이날 방송을 통해 “가수 하려고 스무 살에 서울에 왔다가 잘 안돼서 군대에 갔다”면서 “거기서 모시던 상사분이 시를 써보라고 해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글을 쓰고 있다”고 말합니다. 현재 산문집 하나를 출간했다고 덧붙였지요. 지난해 7월 출간된 ‘그 책의 더운 표지가 좋았다’라는 책이네요.

'내일은 국민가수'에 출연한 이솔로몬이 펴낸 산문집

머물기도 하고 떠나버리기도 하는 순간들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모아담았다고 합니다. 집시가 ‘방랑객’이기도 하지만 ‘시집’을 바꿔말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노래에 대한 갈망과 오랜 기다림이 글이라는 문자로 형상화된 것이지요.

'내일은 국민가수'에 출연한 이솔로몬을 평하는 박선주 마스터/TV조선

이날 그의 노래는 마스터들을 단번에 사로잡습니다. 외모에 대해 호감도를 표하는 모습도 적지 않았습니다. 윤명선 마스터는 “잘생긴 외모에 굉장히 음악적”이라면서 “비트를 조금만 더 타면 좋겠다. 다음 무대에는 경상도 사나이의 패기를 보여달라”고 말했고, 김범수 마스터는 “약간 좀 묘하다, 이런 게 흡인력인가?”라고 했고, 마스터 케이윌의 비슷한 매력을 느끼는 듯했습니다. “어정쩡하게 시작했고, 소리도 안 날 것 같은 데 나고, 반전 매력을 보여주신 것 같다.”

'내일은 국민가수'에 출연한 이솔로몬/TV조선

예명 같은 그의 이름도 화제였죠. 아버지가 지어주신 본명이라 했습니다. 그는 방송에서 “지혜롭게 살라는 의미로 지어주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습니다. 아버지의 바람이 이루어 지고 있는 거겠죠? 그의 재능을 지켜본 군대 상사의 권유로 2016년 시 부문 신인상을 받을 만큼 문학성과 글재주도 상당하니 말이죠. 책장을 넘기며 수려한 글자를 마음속에 주워담고 이를 현실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문학청년’이 바로 연상되는 데요.

제작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곱상한 외모와 달리 궂은 일을 도맡아 해왔다고 하네요.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생계를 책임져야 해 안 해 본 아르바이트가 없다더군요. 진로를 바꿔 글을 쓰며 살아왔지만 노래에 대한 꿈은 포기할 수 없었다 합니다. ‘국민가수’ 모집공고를 보자마자 가슴 뛰는 자신을 발견했다지요.

'내일은 국민가수' 첫 회에서 '올하트'를 기록한 이솔로몬/ TV조선

여기서 2016년 시로 등단한 그의 작품을 한번 보실까요?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종합예술지 ‘예술세계’에서 신인상을 받은 귀로(歸路)라는 작품입니다. 당시 그는 당선소감을 통해 ‘글’과 ‘시인’이라는 글로 자신을 이끌어 준 군대 연대장님한테 감사를 보내면서 ‘마음만 먹으면 그곳에 닿을 수 있게 만들어주었던 글’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현실은 점점 뜻한 바와 일원(日遠)해 지는 듯하고, 아등바등 빠져나오려 해도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드는 기분이 들 때 그에겐 ‘글’이라는 희망가(希望歌)가 있었습니다. 이제 원하던 노래로 다시 한 번 도약하려는 ‘솔로몬의 지혜’를 들어봅니다.

'내일은 국민가수'에 출연한 이솔로몬/TV조선

귀로(歸路) / 이솔로몬

넘칠 듯 말 듯 물 잔에 담긴 파아란 아쉬움

크게 한 모금 삼켜버리고

앙다문 입술, 비장한 걸음 옮기운다

저 멀리 흔들리고 있는 당신의 인사

손가락 사이로 흘러가 버려

주워 담을 수 없는 시간들이 지나온 내 발자국에 고였다

돌아오는 기차에 올라 스치우는 당신을

한 폭의 풍경에 옮겨놓고

빈 여백사이로 흘러가는 당신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성기어진 거리 사이로 당신의 온기가 스미는구나

멀어질수록 그리워지고 흐를수록 아련해지는

당신의 초상이 마음 두드린 기적소리 되고

짙게 쌓인 한숨, 지난 철길에 덩그러니 남기운다

소슬바람 쉬어간 기억 한 켠에 놓인 한 장의 수채화

메마른 종이를 덮은 수분이 여백을 적시고

축축한 한 덩이 물감 비어버린 당신을 메운다

굳게 닫힌 입술 사이로 당신이 흘러내린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